Z세대의 열풍 로도깅(Raw-dogging) 챌린지를 다룬 ‘우먼센스’ 기사 제목을 보는 순간 Z세대의 숨구멍을 보는 느낌이었다. 로도깅 챌린지, 날것 그대로를 견디는 힘이다. 날것 그대로를 견딘다니, 그것이 무엇일까. 휴대폰 없이, 인터넷 없이, TV 없이, 모임 없이 오로지 ‘나’와 함께 지내보는 것이다.
우리는 기억한다. 인간의 비참함은 방안을 홀로 견뎌내지 못하는 데서 온다는 파스칼의 명제를. 중세의 성인 베네딕토도 암자에서 머무는 정주(Stabilitas)가 실체도 없이 우리 내면을 흔들어대는 불안초조를 거두어내는 중요한 처방이라고 했다.
실제로 주변을 돌아보면 집순이, 집돌이인 Z세대도 꽤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을 홀로 방안을 견디며 ‘존재’하고 있다고 하지는 않는다. 집 밖과 다름이 없는 번다한 일들이 그 집안에서 그대로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끊임없이 스마트폰에 자극되고, 화면으로 회의도 하고, 기름진 배달음식을 시켜먹고, 영화나 드라마도 다 볼 수 있다. 홀로 있지만 홀로 있지 않은 것이다.
로도깅 챌린지는 일단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것이다. 어떻게 아무 것도 하지 않을 수 있을까. 밥도 먹고 숨도 쉬고 잠도 자야 하는데, 하면서 말꼬리를 잡을 일은 아니다. 유럽의 Z세대에서 시작한 이 챌린지는 ‘지루함을 견디는 힘’이라는 데 주목할 필요가 있다.

로도깅 챌린지는 바로 자극에 노출되어 있지 않으면 지루해 견디지 못하는 그 마음을 견디는 일에서 시작한다. 일단 생각 없이 휴대폰에 손대려 하는 ‘나’를 견디는 것이고, 입이 심심하다고 습관적으로 간식에 손을 대던 ‘나’를 견디는 것이며, 궁금한 것도 별로 없는데 지루한 시간을 참지 못해 화면을 들여다보려 하는 ‘나’를 견디는 일이다. 의도적으로 책도 보지 않고, 음악도 듣지 않고, 소파에도 눕지 않고, 말이 고프다고 전화하거나 하지 않는 것이다.
왜 그래야 할까. 사실 음악을 듣거나, 책을 읽거나, 영화나 드라마를 보거나, 공부를 하거나, 일을 하거나, 대화를 하거나, 여행을 하거나 하는 일이 그 자체로 나쁠 리가 없는데. 아니 오히려 그 일들은 삶을 풍요롭게 해주는 일일 수 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모든 것으로 마음을 빈틈없이 꽉 채운다면, 묘하다, 마음이 힘을 잃는다. 늘 뭔가를 해야 한다는 강박으로 혹사당한 마음은 아무 것도 하고 있지 않으면 지루해하고 불안해하면서 그냥 ‘존재’하지 못한다. 외로움을 견디지 못하니 고독이 두려움일 뿐 친구 될 일도 없다.
그런데 겨우 하루 5분? 겨우 5분, 휴대폰을 보지 않고, SNS(소셜미디어) 하지 않고, 먹지 않고, 읽지 않고, 듣지 않고, 눕지 않는 일, 그것은 이미 하고 있는 거라며 아재개그를 할 것인가. 그 5분은 바깥을 향하던 시선을 의식적으로 안으로 거두는 습관을 만드는 일이다. 단순한 일처럼 보이지만 쉽게 되는 일은 아니다.
더구나 고요한 시간이라니? 고요하게 앉아 있어본 사람은 안다. 얼마나 많은 감정들이 내 안에서 들고 일어나 ‘나’를 어지럽게 하고 들끓게 하는지. 비교, 시기, 질투 아니면 지루함, 불안, 공포, 슬픔, 우울 등등. 정주는 그 감정들을 그대로 관찰하며 견디어내는 일에서 시작한다.
어쨌든 시작이 반이다. 생각 없이 휴대폰에 손이 갈 때 의식적으로 휴대폰을 밀어내며 시선을 안으로 거두어보자. 이때 심호흡을 하며 하는 호흡관찰이나, 천천히 걸으며 자신의 동작에 집중하는 일 등이 도움이 된다. 그렇게 하다 보면 처음 5분이 ‘나’에게 집중하는 마중물이 되고, 마침내는 어떠한 목적도 없이 ‘존재’한다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차리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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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향 수원대 교수 master@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