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민주당은 현 사법체계를 향한 사실상 투쟁에 돌입했다. 대통령 당선자의 형사재판을 중지하는 법 개정과 조희대 대법워장 탄핵 등을 추진하고 있다. 대법관 수 대폭 확대와 '4심제' 도입마저 거론된다. 거센 비판이 예상되지만 감수하겠단 의지가 뚜렷해 보인다. 이 후보는 "당의 뜻"이라는 입장이다.

5월 1일 대법원이 이재명 대선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상고심에서 유죄취지 파기환송을 결정하자 민주당은 일제히 법원을 겨냥한 총공세에 돌입했다. 대법원이 이례적으로 초고속 결론을 내렸다며 이를 '사법부의 대선개입'으로 규정했다. '사법쿠데타'라는 표현까지 등장했다.
민주당은 대법원 판결의 '절차상 하자'를 가장 큰 문제로 보고 있다. 이번 판결은 대법원이 지난 4월 22일 사건의 전원합의체 회부를 결정하고 불과 9일 만에 나왔는데, 이 기간 사건서류 6만장을 제대로 검토했냐는 문제 제기가 크다. 이는 대법원이 '파기환송'으로 답을 미리 정해놓고 재판한 게 아니냐는 의혹으로 이어진다.
민주당이 어느 때보다도 격앙된 이유는 이번 판결이 미칠 후폭풍 때문이다. 6·3 조기대선 유력주자로 떠오른 이 후보는 대통령에 당선되더라도 사법리스크를 떠안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현행법은 현직 대통령이 내란 또는 외환만 저지르지 않으면 형사상 소추를 받지 않지만, '소추'에 재판이 포함되는지는 명확한 해석이 없어서다.
실제 국민의힘은 대법원 판결이 나온 날 민주당에 후보 교체를 촉구하면서도, 논평 등을 통해 "설사 대통령이 되었다고 한들 그 즉시 자격을 잃게 된다"고 압박했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후보도 5월 3일 페이스북에 "민주당 이재명 후보가 당선되더라도, 곧바로 당선 무효 또는 직위 상실에 이를 수 있는 위험이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이러한 주장의 사실여부를 떠나 공론화 자체가 부담이다. 대선 내내 이 문제를 다퉈야 하는 과정도 지난한 데다, 이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돼도 업무수행의 정당성 등을 의심받을 수 있는 까닭에서다. 실제 학계에서도 이 후보가 유죄확정 시 대통령직을 계속 유지할 수 있는지 의견이 엇갈리는 상황이다.

민주당은 법을 바꾸는 길을 택했다. 대법원 판결 하루 만에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대통령 당선 시 진행 중인 형사재판을 중지'하는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상정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반대했지만 전체 위원 14명 중 9명 찬성으로 개정안은 상정됐다. 민주당은 조속한 시일 안에 본회의 통과까지 밀어붙일 태세다.
이뿐 아니라 정진욱 의원(민주당 원내대표 비서실장)은 대법원 판결을 헌법재판소 헌법소원으로 다툴 수 있게 하는 개정안 발의도 예고했다. 현행 헌법재판소법 제68조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을 침해받은 자는 법원의 재판을 제외하고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에서 '법원 재판 제외' 문구를 삭제하는 게 골자다.
이는 사실상 4심제 도입으로도 해석된다. 법안이 시행되면 이 후보는 유죄가 확정돼도 헌재에서 다툴 기회를 또 얻을 수 있다. 정 의원도 "대법원이 이재명 후보 사건 판결을 통해 정치에 개입한 만큼, 구조를 바꿔야 한다고 판단해 법 개정안을 추진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 밖에 김용민 민주당 의원은 대법관 수를 14명에서 30명으로 확대하는 내용의 법원조직법 일부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표면상으론 대법원의 사건 검토 역량과 사회적 다양성 반영 등이 개정 취지지만, 실은 이 역시 이 대표 파기환송 판결에 따른 후속조치란 시각이 지배적이다.
민주당 소속 정청래 법사위원장은 5월 2일 법사위 긴급현안질의에서 "헌법엔 누구나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명시했는데, 유독 이재명 후보만 신속하게 재판받을 수 있도록 (대법원이)노력했다"며 "다른 국민도 9일 만에 재판받을 권리를 보장해야 하는데 지금 대법관 수로는 턱없이 부족하니 대법관을 더 많이 늘리겠다"고 했다.
이 대표에 불리한 판결을 내린 조희대 대법원장 탄핵 역시 논의 대상이다. 이는 민주당 초선모임 '더민초'를 중심으로 목소리가 커졌다. 민주당은 5월 4일 비상 의원총회에서 이를 검토했다. 당 일각에서는 "대법원이 졸속 재판에 관해 뚜렷한 해명을 내놓지 못한다면 탄핵 요건을 충족한다"는 분석이 나왔다고 전해졌다.

민주당이 대선후보를 교체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분석이 대세다. 따라서 민주당의 법 개정 등 행보는 대선 핵심 쟁점으로 부각할 수 있다. 대법원이 정치적 민감 사안을 이례적으로 빨리 처리했단 비판도 거세지만, 이를 '사법쿠데타'에 빗대며 판결 자체를 부정하는 듯한 태도 역시 적절치 않다는 시각이 적지 않다.
실제 민주당은 판결 이전까지는 대법원 절차 등에 크게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었다. 오히려 박지원 민주당 의원은 지난 4월 24일 KBC 여의도초대석에 출연해 "정통한 소식통에 들은 바에 의하면 원심 확정"이라고도 내다봤다. 현재 민주당 태도와 정반대로 이땐 대법원 속도전에 기대감을 드러냈던 셈이다.
당장 국민의힘은 민주당 행동을 '입법쿠데타'로 규정했다. 신동욱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5월 4일 "자신들 뜻대로 되지 않으면 탄핵부터 외치고 보는 버릇이 또 나왔다"며 "사법부 무력화에 시동을 걸고 있는 민주당은 집단 광기 수준의 입법 독재 선포를 멈추라"고 촉구했다.
김은혜 국민의힘 의원은 민주당에 역풍을 경고했다. 전날 페이스북에서 "자신에게 불리하면 쿠데타, 내란과 같은 언어를 남용하는데 지금 본인(민주당)들 행태가 바로 '의회 쿠데타'이자 '입법 내란'으로, 어디 민주당 하고 싶은 대로 탄핵과 입법폭주 해보시라"고 비판했다.
단 조 대법원장 탄핵의 경우 민주당으로서도 간단한 일은 아니다. 과도한 탄핵 등에 따른 비판이 '역풍'으로 되돌아 올 수 있기 때문이다. 박찬대 민주당 상임총괄선대위원장도 이를 의식한 듯한 발언을 내놓았다. 그는 5월 3일 페이스북에 조 대법원장 탄핵을 언급하며 "할 수 없다. 이게 마지막이길"이라는 글을 남겼다.
이 대표는 어떠한 내색도 않고 있다. 다만 그는 강원 '동해안 벨트' 경청 투어 도중 삼척시에서 기자들과 만나 일련의 상황을 두고 "저야 선출된 후보고, 선거는 당과 선대위가 치르는 것이니까, 당이 국민의 뜻에 맞게 처리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본인과 당의 생각이 크게 다르진 않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한편 이 후보의 지지자들은 "조희대 대법원장의 사법농단, 소송기록 열람, 검토 기록의 공개를 촉구한다"며 100만 명 대상 서명운동에 나섰다. 민주당은 5월 4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조 대법원장 대상 청문회와 특검 도입 등을 촉구한 한편, 이 후보 지지자들이 진행하는 서명운동에 국민적 참여를 요구했다.
주현웅 기자 chescol2@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