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중 합의했지만…
지난 5월 12일 미국과 중국은 90일간 관세 휴전에 합의했다. 트럼프 2기 행정부는 중국에 대해 관세 145%를 부과했는데, 91%포인트의 관세 부과는 취소하고 상호관세 34% 중 24%를 90일간 유예하기로 했다. 즉 기존에 부과했던 10% 관세에다가 2, 3월 부과한 20% 관세가 유지돼 중국은 30%의 관세를 내야 하는 것이다. 반면 중국은 미국에 대한 관세 125%를 10%만 남기고 모두 유예 또는 폐지하기로 했다.
미·중이 합의했다며 축포를 터뜨리는 분위기지만, LG전자 상황은 마냥 낙관적이지는 않다. 미·중은 물론 우리나라도 반도체를 비롯한 첨단 소재 분야는 관세 부과 역풍이 어디로 튈지 몰라 조심스럽게 접근하고 있다. 하지만 LG전자의 가전 같은 부문은 B2C(소비자 대상 물품)라 상대적으로 계산이 수월하다는 특징이 있다.
한 자산운용사 대표이사는 “1기 트럼프 행정부 때보다 진통은 컸지만, 결국 핵심 소재는 관세 리스크에서 비껴가는 모습”이라면서 “첨단 소재와 달리 일반 소비재는 트럼프 행정부가 보여주기식으로 거칠게 관세를 부과할 가능성이 있고, 설령 관세 규모가 크지 않더라도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수준이 꽤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상상인증권은 미·중 합의 이후인 지난 5월 13일 발간한 보고서에서 관세 영향을 반영해야 한다면서 목표주가를 14만 원에서 9만 원으로 하향 조정했다. 정민규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2분기에도 가전 구독 서비스는 성장할 것이고, 웹OS의 실적 기여 확대는 기대되고 있으나 미국 관세 리스크 본격화 및 소비 심리 위축으로 전반적인 성장 모멘텀 둔화 우려가 존재한다”고 했다. 상상인증권은 LG전자의 2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23.3% 감소한 9184억 원에 그칠 것으로 판단했다.
관세도 문제지만, LG전자는 기본적으로 실적 둔화 국면이다. 한국투자증권은 ‘관세를 배제하고 봐도 녹록지 않은 사업 환경’이라는 부제를 단 보고서에서 “1분기 VS사업부(전장 부품)는 양호했지만, 미국 관세로 인한 완성차 수요 둔화와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 등 대외 여건이 불리하다”면서 “무엇보다 북미와 유럽 등 선진국에서의 프리미엄 가전 수요 반등 기미가 아직 보이지 않고 있다. 특히 TV 수요가 부진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MS사업부는 2분기에도 전년 동기 대비 역성장이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LG전자 “글로벌 생산 기지 탄력적으로 활용”
LG전자는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관세 부과 대응책을 묻는 질문에 “미국 주요 유통사와 협의해 대응하겠다”면서도 “그러나 관세 대응 방법이 판가 인상만 있는 것은 아니다. 글로벌 생산 체계를 탄력적으로 활용할 것”이라고 했다. 즉 미국 테네시 공장의 생산량을 늘리고, 상대적으로 낮은 관세가 책정될 가능성이 있는 멕시코 공장을 전략적으로 운용하겠다는 것이다. LG전자는 테네시 공장에서 미국 수요의 17~19%를 커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 외 지역은 전반적으로 생산량을 줄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 LG전자는 앞서 46%라는 높은 상호 관세가 부과된 베트남에서의 냉장고 생산량을 줄이겠다고 밝힌 바 있다. 중국 생산량도 미·중이 합의하긴 했지만 30% 관세가 부과되는 만큼 일부 조정이 예상된다. LG전자는 중국 톈진공장에서 에어컨과 전자레인지를, 난징공장에서 세탁기를, 타이저우공장에서 냉장고 등을 생산 중이다.

LG전자는 신사업 추진 비용 마련을 위해 인도법인 상장을 추진 중인데 상장이 지연될 가능성이 고개를 들고 있다. LG전자는 상장을 위한 예비 서류는 2024년 12월 이미 제출한 상황이나 최종 상장 여부는 미정이라고 밝혔다. 무리하게 상장하기보다는 공정 가치를 평가받을 수 있을 때 추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LG디스플레이 부활 조짐 긍정적
이런 상황이다 보니 올해 LG전자는 자회사들의 실적 기여도가 중요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LG전자는 LG디스플레이 지분 36.72%, LG이노텍 지분 40.79%를 보유하고 있다. 두 회사 모두 상장사라서 LG전자 기업 가치에 오롯이 반영되지는 않으나 그래도 대부분 증권사 연구원이 약간은 기업가치 산정에 반영하고 있다.
두 회사 모두 지난해까지 좋지 못했지만 최근 반전의 조짐이 보이고 있다. 특히 2017년 짧은 호황기를 보내다가 실적이 둔화된 LG디스플레이는 올해 연간 흑자를 달성하고 LG전자를 비롯한 주주들에게 배당도 할 수 있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온다. LG디스플레이 또한 LG전자처럼 TV나 스마트폰 업황 둔화는 우려되는 요인이지만, 그래도 패널 가격이 상승 추세인 데다 그동안 고강도 구조조정, 보수적인 비용 집행을 해왔다는 것이 강점이다.
증권사 연구원들의 올해 영업이익 추정치는 6개월 전 4923억 원에서 최근 6793억 원으로 대폭 상향 조정됐다. 최근 아이엠증권은 LG디스플레이의 연간 영업이익 추정치를 9810억 원까지 올렸다. 내년 영업이익 전망치는 무려 1조 4930억 원이다.
LG이노텍은 LG디스플레이와 달리 대다수 연구원이 긍정적으로 전망하고 있는 상황은 아니다. 하지만 3개월 전 올해 영업이익 전망치 6570억 원에서 최근 6618억 원으로 소폭이나마 개선 추세다. 애플의 3분기 신모델 출시, 기판 소재 사업의 수익성 개선, 전장 사업부의 수익 구조 안정화 단계 진입 등이 긍정적인 요인으로 지목된다.
LG전자는 두 회사 모두 올해는 효자가 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지만, 관건은 역시나 관세다. LG디스플레이와 LG이노텍 모두 애플과 협력 관계인 만큼 애플의 생산 다변화 전략에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애플은 만약 중국에 대해 고강도 관세가 부과되면 인도 생산량을 늘린다는 방침이었다. 다만 4월 트럼프 정부는 아이폰, 아이패드, 맥 컴퓨터, 애플워치 등 애플의 주요 제품을 관세 예외 품목으로 지정한 바 있다. 이 때문에 투자자들도 관세 재부과 리스크를 크게 우려하지는 않는 상황이다.
LG전자 관계자는 “미국 관세 정책에 대응하기 위한 전사 차원의 시나리오별 대응안을 지속적으로 검토, 준비하고 있으며 이러한 대응책을 통하여 미국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유지하고 관세 리스크를 최소화하려 한다”고 설명했다. 인도 상장 작업 관련해서는 “상장 추진을 하고 있는 것은 맞지만 그 시기를 확정한 것은 아니었다”면서 “기업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을 때를 기다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민영훈 언론인
박호민 기자 donkyi@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