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정은은 “최현함은 2025년 초 해군으로 인도돼 실전 배치될 예정”이라면서 “조선반도에서 벌어지는 군사적 위협과 핵 위협을 보다 능동적이고 안전하게 관리하려면 원양 작전 능력을 갖춘 함대 보유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김정은은 “이제 우리도 자체적인 원양작전함대를 구축하겠다”고 선언했다. 북한판 ‘대항해시대’를 공포한 셈이다.
조춘룡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비서는 기념연설을 통해 신형 구축함을 “가장 강력한 무장을 갖춘 5000t급 구축함”이라면서 “함정의 함급은 항일혁명 투사 최현의 이름을 따 ‘최현급’으로 명명됐다”고 밝혔다. 노광철 국방상이 진수 밧줄을 끊었고, 김정은은 구축함에 올라 함대를 돌아보고 기념사진을 찍었다.
이날 진수식엔 김정은 딸 김주애가 등장했다. 김정은 여동생인 김여정 조선노동당 제1부부장은 자녀로 추정되는 남녀 두 어린이와 동행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최현은 김일성에게 반말을 할 수 있던 몇 안 되는 측근이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김일성이 후계 구도를 구상하는 데에도 적지 않은 영향력을 행사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정일과 김평일 형제 사이 후계 경쟁이 본격화할 당시 최현이 ‘장남’ 김정일을 적극 지지하기도 했다.
최현 혼외자로 알려진 최룡해는 2002년부터 승승장구했다. 김정은 시대 들어선 총정치국장, 조직부위원장,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등을 거치며 김정은 최측근으로 발돋움했다. 이른바 ‘백두혈통’ 계보를 거치며 김씨 일가를 지속 호위하는 ‘로열패밀리’로 입지를 완성했다.

북한은 동해바다에서도 최현급 구축함을 건조 중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북한 3대 조선소는 남포 조선소, 나진 조선소, 청진 조선소로 알려져 있다. 그 가운데 나진 조선소와 청진 조선소는 동해안에 있다.
2월 19일 미국의 북한전문매체 NK뉴스는 인공지능 기반 위성항공 영상분석 전문기업 ‘에스아이 애널리틱스(SI Analytics)’ 보고서를 인용해 “북한이 청진 조선소에서도 신형 군함을 건조 중”이라고 보도했다. 취재에 따르면 청진에서 건조 중인 구축함은 이번에 공개된 최현함과 비슷한 모델인 것으로 파악됐다.
동해안에서 북한이 ‘원양’으로 나갈 수 있는 루트는 단 하나다. 남쪽과 동쪽엔 대한해협과 일본 열도가 있어 진출이 어렵다. 동북쪽에 위치한 러시아 사할린 섬을 우회해 오호츠크해를 경유하면 북태평양이나 베링해로 진출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 다만 5000t급 구축함이 원양으로 진출했을 때 유의미한 효율을 낼 수 있을지에 대해선 의문부호가 달린다.
한국군이 운용하고 있는 충무공이순신급은 4400t급 구축함으로 최현함과 가장 유사한 규모다. 세종대왕급 7600t급은 이지스 시스템 탑재 구축함이며, 최신 이지스 시스템 탑재 구축함인 정조대왕급은 8200t급이다. 일본은 1만t급 이지스 구축함만 4척 이상 보유하고 있고, 미국은 80척에 가까운 이지스 구축함을 운용 중이다.

대북 소식통은 “북한의 바다는 지정학적으로 봤을 때 호수에 가깝다”면서 “원양으로 나가는 것 자체가 쉽지 않다”고 했다. 소식통은 “중국도 북한이 원양으로 나가는 것을 원치 않을 것”이라면서 “고립된 서해안에 배를 띄워놓고 ‘원양작전함대’ 구상을 밝힌 김정은 행보는 코미디에 가깝다”고 바라봤다.
이 소식통은 “향후 북한이 동해안에 같은 모델 구축함을 진수한 뒤 러시아 협조를 받아 ‘원양’으로 나갈 수 있는 길이 열린다 한들, 북한이 검증도 안 된 꼬꼬마 구축함으로 바다에서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일지엔 의문이 있다”며 “김정은이 원양작전함대를 거론하는 것은 핵잠수함과 더불어 구축함도 만들었으니 ‘해군 구색’이 갖춰졌다 하는 취지의 허언이다. 현 상황에서 북한이 띄운 구축함은 고립된 호수에 떠 있는 오리배 격”이라고 분석했다.
또 다른 소식통은 “그동안 북한의 해군력과 공군력은 참담한 수준이었다. 러시아와 포괄적 동반자 협정을 맺은 이후 러시아 도움을 받아 핵심 전력들을 연이어 최신화하고 있는 것과 관련해 북한 지도부가 상당히 고무돼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며 “이미 주변국과 비교했을 때 핵심 전력 격차가 많이 벌어졌기 때문에 북한이 원양함대를 실제 운용하더라도 큰 의미를 찾긴 어렵다. 단순한 내부 선전일 것”이라고 관측했다.
이동섭 기자 hardout@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