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반도체와 자회사인 서울바이오시스가 대마초를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미국 원예 업체 호손 가드닝 컴퍼니(Hawthorne Gardening Company, HGC)를 4월 9일 특허 침해 혐의로 미국 델라웨어 지방법원에 제소했다. 분쟁 특허는 식물 재배용 조명 및 LED 장치와 관련된 11건의 특허로, 서울반도체는 HGC의 식물 재배용 LED 조명인 ‘가비타 프로(Gavita Pro RS 2400e LED Light Fixture)’가 자사 특허를 침해한다고 주장했다.
LED는 전기 에너지를 빛으로 변환하는 반도체 장치로 기존 광원에 비해 크기가 작고 에너지 소비는 적으면서 수명이 길어 다양한 분야에서 각광받고 있다. 특히 식물 재배용 LED 조명은 빛의 파장에 따라 생리 반응을 하는 식물의 특성에 맞게 일반 조명과는 달리 광합성에 도움을 주는 파장의 빛을 생성하는 특징이 있다. 서울반도체가 일본 도시바와 공동 개발 후 특허권을 인수한 ‘썬라이크’는 태양광 스펙트럼을 그대로 재현해 자연광과 유사한 빛의 파장을 구현한 혁신 기술로, 이 분야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
특허 침해 혐의로 제소당한 HGC는 미국 기업 스콧 미라클-그로(Scott Miracle-Gro·SMG)의 자회사다. SMG는 세계 최대 규모의 잔디·정원 관리 업체로 약 36억 달러(5조 1261억 원)의 연매출을 기록하고 있다. 2020년에는 대신증권 리포트를 통해 미국 내 잔디&정원 소모품 시장 점유율 1위(50%) 기업으로 국내에 소개된 바 있다. HGC는 SMG가 2014년 대마초 분야 진출을 위해 전액 출자한 자회사로 식물 영양제와 조명 등을 판매한다.
서울반도체가 이번 소송에서 문제 삼은 특허는 총 11건으로, ‘LED 제조 방법’, ‘반도체 장치’ 같은 기초 기술부터 ‘식물 재배용 광원 및 장치’ 등 응용 기술까지 포함돼 있다. 각 특허는 2008년부터 2025년 사이에 점진적으로 출원됐으며 만료 시점 역시 2028년부터 2045년까지다.
이준석 로한국제특허법률사무소 대표 변리사는 “특허침해 소송이 벌어지면 피고 측은 해당 특허를 무효화하기 위해 무효심판을 청구하는 식으로 대응하는 것이 일반적이다”라며 “서울반도체가 그간의 특허 무효심판을 효과적으로 방어해 온 전력이 있다는 점에서 이번 소송에서도 피고 측이 대응 전략 마련에 적잖은 부담을 느낄 것”이라고 분석했다.
서울반도체는 2024년 11월부터 2025년 3월까지 총 4번에 걸쳐 HGC와 SMG에 특허 침해 사실을 고지하고 판매 중단을 요구했다. 소장에 따르면 각 경고장에는 분쟁 제품이 어떻게 각 특허를 침해하는지 상세히 분석한 클레임 차트와 제품 내부 구조를 촬영한 리버스 엔지니어링 사진이 포함됐다. 서울반도체는 지난해 말 SMG 측에서 한 차례 ‘검토 중이며 추후 회신 예정’이라는 답변을 받은 것 외에는 답을 듣지 못해 소송에 나섰다고 밝혔다.

#서울반도체, 글로벌 특허전쟁 승률100%
서울반도체는 글로벌 3위 LED 기업으로 특허 소송에 강점을 지닌 회사다. 2000년대 초반부터 이어온 100여 건의 글로벌 특허 소송에서 모두 승소한 기록을 가지고 있다. 지난해 12월에는 독일에서 세계 1위 LED 기업으로 꼽히는 필립스와의 소송에서 승소해 ‘7년간 판매된 필립스 조명 전량 리콜(회수)’ 판결을 받아냈다. 필립스가 이를 위반할 경우 제품 1개당 25만 달러(3억 6000만 원)의 벌금을 물어야 한다.
지난해 10월에는 독일의 대형 온라인 유통업체 엑스퍼트 이커머스를 상대로 제기한 특허 소송에서도 승소했다. 유럽통합특허법원(UPC)은 서울반도체의 특허권을 침해한 LED 제품을 유럽 8개국에서 전면 판매 금지하면서 이미 판매된 제품도 회수해 폐기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UPC 출범 후 비유럽 국가가 특허소송에서 승소한 건 서울반도체가 처음이다.
지난해 9월 대만 LED업체 에버라이트와 7년간 벌인 16차례 소송에서도 모두 이겼다. 2023년에는 경쟁사의 특허 침해 제품에 대해 유럽 17개국에 판매 금지 명령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2021년에는 미국의 ‘특허 괴물’로 불리는 다큐먼트 시큐리티 시스템즈(DSS)와의 분쟁에서 최종 승소했으며 6년간 분쟁한 일본 렌즈 제조기업인 엔플라스에 대해서도 승기를 잡았다. 지난해 초에는 글로벌 정보기술(IT) 업체인 아마존을 상대로 스마트 조명 기술 관련 특허 소송을 제기해 주목을 받았다.
지식재산권 업계 한 관계자는 “대부분의 특허 소송이 중간에 합의로 종결되는 편인데 이렇게 전부 승소하는 기업은 전혀 흔하지 않다. 양측 다 끝까지 가는 경우는 서로 이긴다고 확신한 케이스이기 때문”이라며 “항상 이긴다는 건 선행기술과 중첩되지 않게 특허의 권리범위를 잘 설정했다는 것이고 독자적인 기술 개발을 항상 하고 있다는 얘기다. 근본적으로 보유 특허의 품질이 좋다는 뜻”이라고 분석했다.
서울반도체의 지식재산권 존중 기조는 업계 내에서도 잘 알려져 있다. 이정훈 서울반도체 대표가 ‘특허 침해 기업을 모두 뿌리 뽑을 때까지 머리카락을 자르지 않겠다’고 선언한 일화는 유명하다. 글로벌 기술 전시회나 실적 발표회에 긴 생머리를 묶고 등장하는 모습이 이 대표의 트레이드마크가 됐다. 회사는 매년 매출액의 10%인 정도를 연구개발(R&D)에 재투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회사가 보유한 특허가 1만 8000여 개다.
디스플레이 업계 한 관계자는 “서울반도체는 국내에서는 유일하게 육안으로 식별이 어려운 수준의 마이크로 LED 관련 칩을 제조하는 회사다. 기존 LED가 조명으로만 활용이 가능하다면 마이크로 LED는 디스플레이를 포함해 활용 범위를 넓힐 수 있다”라며 “LED 기술의 우위는 누가 더 작고 밝게 만드냐에 달려 있는데 서울반도체가 초소형 고효율 제품 제작에 강점이 있다”라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서울반도체의 지난해 영업이익이 개선됐으나 특허 소송 비용 증가 등으로 현금흐름이 악화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서울반도체는 지난해 연결 기준 영업이익 7억 9000만 원을 기록해 493억 원의 영업손실을 냈던 전년 대비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그러나 잡손실 등 기타 비용이 누적되면서 서울반도체의 별도 기준 영업활동현금흐름은 –362억 원으로 전년(515억 원) 대비 순유출로 전환됐다. 이에 당기순이익도 전년도 84억 원에서 –573억 원으로 적자 전환했다.
이와 관련, 서울반도체 관계자는 “투자활동현금흐름이 늘어나면서 영업으로 벌어들인 현금이 줄어든 것처럼 보인 것”고 설명했다. 최근 HGC에 제기한 소송과 관련해서는 “특허 침해를 지속하는 업체들에 대해 당사는 원칙에 따라 침해 제품의 유통을 차단하기 위한 조치로 소송을 제기했다”라고 말했다.
김정민 기자 hurrymin@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