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사실상 공급망 독점, 무역갈등 대응 공식으로 활용…‘발등에 불’ 미국 뒤늦게 광산 개발 재개 장기전 예고
[일요신문] 과연 이 싸움의 끝은 어디일까. 미국과 중국의 피 튀는 관세 전쟁으로 전 세계가 들썩이고 있다. 어느 한쪽이 쓰러져야 끝나는 치킨 게임과 같은 형국이다. 급기야 미국 측이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관세율을 145%에서 최대 245%까지 상향 조정하자 양국 간 긴장은 최고조에 달했다. 미국의 무차별 관세 폭탄에 중국이 내민 카드는 희토류였다. 지난 4일부터 전략적 자산인 희토류의 대미 수출을 제한하면서 맞불을 놓은 것이다. 현재 전 세계 공급 및 생산을 거의 독점하다시피 하고 있는 중국에게 희토류는 가장 확실한 협상 카드다. 집에서 사용하는 전동 칫솔부터 휴대전화, 컴퓨터, 전기차 등 ‘삑’ 소리가 나는 거의 모든 전자기기에는 반드시 희토류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방위산업과 우주항공산업 역시 마찬가지다. 사정이 이러니 미국 역시 뒤늦게 ‘희토류 독립’을 선언하고 나섰지만 당장은 뾰족한 수가 없어 중국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미국의 무차별 관세 폭탄에 중국이 희토류 대미 수출 제한으로 맞불을 놨다. 2019년 6월 29일 오사카 G20 정상회의에서 만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사진=AP/연합뉴스“중국은 이미 원료 전쟁에서 승리했다.”
세계 최고의 재료 전문가 가운데 한 명인 앤드류 배런은 이미 2년 전 “중국의 희토류 공급에 계속 의존할 경우 수십 년 안에 경제가 붕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만큼 전 세계 희토류 공급망을 중국이 독점하고 있다는 의미였다.
실제 중국은 2024년 기준, 전 세계 희토류 생산량의 69%를 담당하고 있으며, 정제 및 가공 처리 부분의 점유율 역시 85~90%일 정도로 독점적인 지위를 차지하고 있다. 매장량 역시 세계 최대 규모다. 전 세계 매장량 약 9000만 톤(t)의 49%가 중국에 매장돼 있다. 1927년 내몽골 자치구에서 첫 번째이자 세계 최대 매장지인 바이윈어보 광산이 발견된 이후 중국은 17종의 모든 희토류 원소를 생산할 수 있는 유일한 나라가 됐다. 바이윈어보 광산은 중국 전체 희토류 매장량의 83.7%, 전 세계 매장량의 37.8%를 차지할 정도로 막대한 규모를 자랑한다.
그리고 2024년, 또 하나의 대규모 매장지가 추가로 발견되면서 중국의 희토류 독점력은 한층 더 막강해졌다. 쓰촨성 량산이족 자치주에서 발견된 이 광산의 매장량은 약 496만t 규모에 달한다.
중국이 희토류 강국으로 부상한 건 단순히 매장량 때문만은 아니다. 그 이면에는 수십 년에 걸친 중국 정부의 치밀한 지원 전략이 있었다. 가령 광산 인프라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면서 막대한 국가 보조금을 쏟아부었다. 또한 환경 규제를 완화하고 국가 주도로 해외 광산에 대한 투자를 늘려가면서 시장을 장악해 나갔다. 칠레와 볼리비아의 리튬 광산을 비롯해 콩고민주공화국의 코발트 광산 등 전 세계 주요 희토류 및 관련 광산 지분을 확보했다. 이에 대해 배런은 “중국은 사실상 (희토류 광물) 공급망 전체를 독점해 왔다”라고 지적했다.
중국은 무역 갈등이 벌어질 때마다 희토류를 전략적 협상 카드로 활용해 왔다. 대표적인 사례는 2010년 중국과 일본 간 외교 갈등이 빚어졌을 때였다. 당시 중국은 대일본 희토류 수출을 제한하면서 위기의식을 불러일으켰고, 이 사건으로 중국은 자국의 희토류 시장 통제 능력을 전 세계에 과시할 수 있었다. 이에 대해 랜드 연구소 소속의 엔지니어인 파비안 비야로보스는 “이제는 특정 기술이나 수출 품목에 대해 통제 조치를 내리면 중국이 희토류로 대응하는 게 거의 공식처럼 되어 버렸다”라고 설명했다.
또한 최근 미국 몬태나주 쉽 크리크에서 고품질의 희토류와 갈륨 광맥을 발견한 크리티컬 머티리얼스의 전무이사인 하비 케이는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이 상황은 약 15년에 걸쳐 만들어진 결과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뉴스위크’ 인터뷰에서 “이제는 핵심 광물과 희토류가 지정학적 무기가 됐고, 상황은 매우 심각하다. 미국은 중국이 핵심 광물 개발 및 정제에서 앞서가도록 방치한 대가를 지금 치르고 있다”라고 꼬집었다.
중국 내몽골 자치구 바오강그룹이 생산한 희토류 강판. 사진=신화/연합뉴스이어서 케이는 “중국은 일대일로(一帶一路) 전략을 통해 광물 정제와 공급을 지정학적 도구로 활용해 왔다. 해외에서 채굴된 광물의 정제 과정까지 통제하고 있기 때문에 미국은 지금 심각한 위기 상황에 처해 있다”고 경고했다. 가령 호주 역시 리튬을 채굴하지만 정제 능력이 부족해 중국에 의존하고 있으며, 우리나라 역시 배터리 생산 능력은 뛰어날지 몰라도 배터리에 사용되는 소재를 중국산 흑연에 의존하고 있어 마냥 독립적이진 않다.
근래 들어 희토류의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한 이유는 전기차, 재생에너지, 군사용 장비(미사일, F-35 등), 스마트폰, 컴퓨터, 풍력 터빈, LED 조명, AI 관련 인프라 등 첨단 산업 전반에 걸쳐 반드시 필요한 자원이 됐기 때문이다. 특히 네오디뮴으로 만든 자석은 크기도 작은 데다 다른 종류의 자석보다 훨씬 강력하고 성능이 뛰어나다. 이런 까닭에 특히 전기차, 무선 이어폰, 하드 디스크, 풍력 터빈 등의 핵심 부품으로 여겨진다. 스마트폰 진동 장치에 사용되는 디스프로슘과 테르븀을 비롯해 탄약, 반도체 칩, 제트 엔진 및 심층 굴착 장비의 합금 등에 사용되는 텅스텐 역시 마찬가지다. 이처럼 희토류의 용도는 전 분야에 걸쳐 광범위하기 때문에 수출 통제가 이뤄질 경우 테슬라, 애플, 엔비디아 등 거의 모든 기업이 타격을 입는다고 봐도 좋다.
중국의 희토류 통제는 미국의 국가안보에도 직접적인 위협이 될 수 있다. 희토류 기반의 고성능 자석이 반드시 필요한 F-35 전투기, 미사일 유도 시스템, 레이저 무기, 드론, 로봇 등 첨단 무기 생산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니오코프’의 CEO(최고경영자)인 마크 스미스는 “미국 공군의 전투기 가운데 희토류가 사용되지 않은 것은 단 하나도 없다. 특히 자석이 그렇다. 때문에 중국이 희토류 수출을 중단하면 미군의 준비태세는 즉각적으로 타격을 입을 것”이라면서 “초음속 미사일, 스마트 미사일 등은 희토류가 없으면 말 그대로 ‘멍청한 미사일’이 된다. 발사는 가능하지만 목표를 향해 정확히 날아가지 못한다”라고 경고했다.
미국은 지금까지 왜 희토류 산업에서 뒤처져 있었을까. 중국의 독점에 대응할 전략은 있긴 한 걸까. 전문가들은 현재로선 마땅한 비상 대책이 없다고 입을 모은다. 호주, 캐나다, 베트남, 브라질 등 대체 공급망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한계가 있는 게 사실이다. 센트럴오클라호마대학의 정치학 교수인 라이언 키긴스는 “미국은 지난 40년 동안 원료 및 정제 모든 분야에서 중국에 대한 의존도가 점점 더 높아졌다. 이러한 의존도는 미국이 막대한 투자비용과 환경 부담을 감수하지 않기 위해 자국 내 채굴과 정제 산업을 포기한 결과다”라고 꼬집었다.
실제 환경 규제로 인해 미국 내 광산 개발 속도는 더딜 수밖에 없었다. 미국 광산공학 졸업생 수 역시 지난 수십 년 동안 꾸준히 감소해 왔으며, 이는 장기적으로 전문성 부족 문제로 이어졌다.
2017년 다시 가동된 미국 희토류 광산 마운틴 패스. 사진=MP머티리얼즈한때 미국이 희토류 생산을 주도했던 적도 있었다. 1980년대 전 세계 희토류 생산량의 약 3분의 1을 차지했을 정도로 앞서 나갔다. 하지만 중국이 수십 년에 걸쳐 싼값으로 시장을 장악해 나가면서 미국의 생산 비중은 점차 줄어들었고, 2002년 마지막 희토류 광산이었던 마운틴 패스가 문을 닫았다.
첨단 기술 산업이 발전하고, 중국이 국제 사회에서 희토류를 전략적인 무기로 삼자 위기감을 느낀 미국은 뒤늦게 다시 희토류 개발에 뛰어들었다. 2017년, 마운틴 패스가 미국 유일의 희토류 원료 생산업체인 MP머티리얼즈에 의해 다시 가동되기 시작했으며, 당시 트럼프 1기 정부는 희토류 생산 투자 지원을 강화하면서 힘을 실어줬다. 바이든 정부 역시 바통을 이어받아 관련 산업에 대한 투자를 늘렸다.
미 국방부가 2024년 발표한 ‘국가 국방산업 전략’에 따르면, 미국은 2027년까지 완전한 자국 내 희토류 공급망 구축을 목표로 내세웠다. 하지만 아무리 막대한 투자로 관련 시설들이 본격 가동에 들어가더라도 중국의 생산량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따라서 희토류 싸움은 장기전이 될 수밖에 없다.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는 “광산 개발과 정제 설비 구축은 장기전이다. 미국은 당분간 계속 ‘쫓아가는 입장’에 머물 수밖에 없다”라고 전망했다.
무역 전문가이자 전 미 상무부 관료인 나작 니카크타는 “지금의 시진핑은 2018년과는 또 다른 지도자가 됐다. 그는 반도체와 AI 등 첨단 제조업을 자립화하는 데 성공했고, 권력을 완전히 장악했다. 현재 네 번째 임기까지 노리고 있으며, 이를 위해 정치적 반대 세력까지 숙청했다. 경제적으로 중국은 훨씬 더 강해졌기 때문에 미국의 공격에 훨씬 더 거칠게 대응할 준비가 되어 있다”라고 분석했다.
이에 ‘인베스팅 뉴스 네트워크’는 “이제 희토류는 단순한 산업 재료가 아닌 전략적 자산으로 간주되고 있으며, 이에 따라 향후 10년간 공급망 재편을 통해 무기화될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의 승자는 ‘얼마나 많이 가졌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가공하고’, ‘어떻게 전략적으로 활용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고 봐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중국이 여전히 공급망을 장악하고 있지만 브라질, 호주, 베트남과 같은 새로운 생산국들이 채굴 및 정제 능력을 확장한다면 언제든 판도는 바뀔 수 있다. 다시 말해 희토류 지배권을 놓고 벌이는 싸움은 이제 막 시작됐다.
희토류란? 진짜 희귀한 건 정제·가공 인프라
강력하고 효율적인 자석을 만드는 데 사용되는 희토류 재료. 사진=MP머티리얼즈희토류란 지각 속 암석 퇴적물에서 채굴되는 17종의 화학원소를 일컫는다. 희토류라고 불리는 이유는 정말 희귀해서라기보다는 채굴하고 정제하는 과정이 까다롭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는 “사람들은 희토류라는 이름 때문에 매장량이 부족하다고 오해한다. 하지만 희토류는 사실 지구 곳곳에 존재한다. 진짜 희귀한 건 이를 정제하고 가공할 수 있는 중국의 인프라다”라고 짚었다.
희토류는 ‘무거운 희토류(중희토류)’와 ‘가벼운 희토류(경희토류)’로 분류된다. 중희토류는 상대적으로 더 희귀하기 때문에 소량만 거래되고, 이런 이유에서 공급 부족이 자주 발생하고 가격도 훨씬 비싸다. 보통 고급 자석, 촉매, 조명 등에 사용된다. 반면 경희토류는 상대적으로 흔하게 존재하기 때문에 채굴이 용이하고, 공급량도 풍부하다. 주로 전자기기, 배터리, 자석 등에 많이 사용된다.
주요 희토류 매장국 8…트럼프가 그린란드 눈독 들이는 이유?
1. 중국(4400만t)
매장량과 생산량 모두에서 독보적인 1위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2024년 27만t을 생산했으며, 이는 전 세계 연간 생산량이 39만t이란 점을 감안하면 독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주로 자석에 사용되는 네오디뮴과 프라세오디뮨 등 경희토류 생산에 집중하고 있다.
2. 브라질(2100만t)
막대한 매장량에도 불구하고 생산량은 아직 적은 편이다. 2024년에는 20만t을 생산했으며, 때문에 막대한 잠재력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투자와 생산이 증가하면 중국의 가장 막강한 경쟁국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점쳐진다.
3. 인도(690만t)
매장량은 상당하지만 연간 생산량은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정부 주도하에 막대한 투자가 이뤄지고 있으며, 근래 첫 번째 희토류 자석 공장이 착공됐다.
4. 호주(570만t)
비중국권 희토류 최대 생산국이며, 마운트 웰드 광산과 새롭게 개발된 칼굴리 정제 공장에 투자가 이뤄지고 있다.
5. 러시아(380만t)
서방 제재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생산량이 주춤한 상태다.
6. 베트남(350만t)
2024년 생산량은 300t이었으며, 아직 대량 생산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한때 2200만t이 매장되어 있다고 추정되면서 세계 2위 보유국으로 평가받기도 했다.
7. 미국(190만t)
두 번째로 큰 생산국이지만 매장량은 중국보다 훨씬 적어 대부분 중국에 의존하고 있다. 현재 미국에서 가동되고 있는 희토류 광산은 마운틴 패스가 유일하다.
8. 그린란드(150만t)
탄브리즈와 크바네펠드 등 미개발 대형 매장지 두 곳이 있으나, 정치적 및 환경적 문제로 개발이 지연되고 있다. 트럼프가 최근 ‘어떤 식으로든’ 그린란드를 인수할 것이라고 선포한 배경에도 희토류의 잠재력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