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옴진리교는 1995년 3월 도쿄 지하철역에서 사린가스 테러를 일으켰다. 사망자는 26명, 부상자는 무려 6300여 명에 달했다. 1996년 해산됐으며, 교주를 포함해 주동자 13명은 사형 판결을 받았다. 명각사는 거액의 사기 사건으로 물의를 빚은 바 있다. 총수와 간부들이 “죽은 자의 영혼이 따라다닌다” “고액을 내지 않으면 가족이 재앙을 만나게 될 것”이라고 신자들을 속여 돈을 뜯어낸 행각이 드러나 유죄 판결을 받았다. 1999년 해산명령이 청구됐고, 2002년 확정됐다. 다만, 두 단체는 모두 형사 사건에 연루된 경우다. 형사 사건이 아닌, 민법상 불법행위가 해산명령의 근거가 된 것은 가정연합이 처음이다.
가정연합, 이른바 통일교의 헌금 문제가 일본에서 촉발된 것은 2022년 7월 아베 신조 전 총리의 총격 사건이 결정적이었다. 당시 살해범인 야마가미 데쓰야는 “어머니가 통일교 신자가 된 후 거액의 헌금을 바쳐 가정이 파탄났다”며 “아베 전 총리가 통일교와 관련이 있다고 생각해 살해를 결심했다”고 밝혔다. 현지 언론에 의하면 “야마가미의 모친은 1991년 통일교 신자가 된 후 1억 엔(약 9억 8000만 원) 넘게 헌금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일본 정부가 조사에 들어갔고 고액 헌금 등의 문제가 속속 드러나며 가정연합에 대한 여론이 악화했다. 문부과학성은 7차례 질문권을 행사했는데, 이 과정에서 “여전히 피해가 지속되고 있다”고 판단해 2023년 10월 법원에 가정연합에 대한 해산명령을 청구했다. ‘조직성’ ‘악질성’ ‘계속성’을 해산명령 청구 이유로 들었다.
그리고 지난 3월 25일 도쿄지방법원이 해산명령을 내렸다. 가정연합이 신도들에게 거액의 헌금을 강요하고 가정에 피해를 줬다고 판단한 것이다. 해산요건이 되는 ‘현저하게 공공복지를 해칠 것으로 인정되는 행위’에 해당하는지는 민사소송에서 인정된 배상금 등을 기준으로 했다. 신자들에게 기부를 권유해 가정연합 측에 배상 책임이 있다고 인정한 민사 판결이 32건이며, 피해액은 204억 엔(약 2000억 원), 관련 피해자는 1559명에 이른다. 재판부는 “유례없이 막대한 피해가 났지만, 교단이 근본적인 대책 없이 현재까지 미흡한 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다”며 해산명령은 불가피하다고 결론지었다.

가정연합은 1964년 7월 15일 일본에서 종교법인 승인을 받았다. 만약 해산명령이 확정될 경우 가정연합은 일본에서 세제 혜택 등을 받을 수 없다. 다만 종교상 행위는 금지되지 않아 임의 종교단체로 존속할 수 있다. 대법원까지 다투는 것이 가능하지만, 그 전에 도쿄고등법원에서도 결정이 유지되면 효력이 발생해 해산 절차가 시작되고 교단 재산을 처분해야 한다.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가정연합은 2015~2022년 사이 헌금 등으로 연평균 409억 엔(약 4033억 원) 규모 수입이 있었고, 2022년도 말 기준 총자산은 1181억 엔(약 1조 1644억 원)”으로 파악됐다. 해산명령이 상급심을 거쳐 확정되면, 교단 재산은 법원이 선정하는 청산인이 관리하게 된다. 아사히신문은 “이 경우, 청산인이 피해 상황과 교단 재산을 조사한 뒤 피해자들을 위한 배상에 쓰이게 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다만, 과거 옴진리교의 경우 해산명령 확정 전에 소유 부동산을 관련 회사 명의로 바꿔 재산을 은닉한 것이 논란이 된 바 있다. 피해자 구제를 위한 교단의 재산 분산을 어떻게 막을지도 관건이 될 전망이다.
가정연합의 1심 해산명령 소식이 전해지자, 관련 피해대책변호단의 무라코시 스스무 단장은 “향후 피해자 구제와 피해 억제를 향한 큰 걸음을 뗐다”며 환영의 뜻을 밝혔다. 변호단은 그동안 가정연합 전 신도들과 가족들의 상담을 받아 피해자를 대리해 손해배상을 요구해왔다. 지금까지 교단 측에 청구한 손해배상 요구액은 194명, 약 58억 엔 규모다.

옴진리교는 해산명령 확정까지 7개월, 명각사는 3년이 걸렸다. 가메이 마사타카 변호사는 “가정연합의 경우 확정까지 1년이 걸리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자민당 파벌과 가정연합의 유착관계 해명, 피해자 구제 등 향후 풀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
신흥종교에 과도하게 집착하는 부모를 둔 자녀, 이른바 ‘종교 2세’ 보호도 과제다. 일본 정부가 부모의 종교 강요로 고통받는 종교 2세의 실정을 파악하기 위해 실시한 공청회에서는 “지옥에 떨어진다” 등 공포를 조장해 종교활동 참가를 강요한다든지, 종교가 다르다는 이유로 친구와의 교제를 일방적으로 제한한 사례, 고액 기부로 가계가 궁핍해져 돌봄을 제공받지 못한 경험들이 공유됐다.
해외에서는 아동의 권리 보호를 중시해 법률을 제정하는 움직임이 있다. 일례로 프랑스 의회가 2001년 제정한 ‘반컬트법(Anti-Cult Law)’은 미성년자에 대해 종교 신앙을 강요하는 것을 금지한다. 또한, 일본 언론에 의하면 “이 법은 통일교를 반사회적 행위를 하는 종교단체로 분류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강윤화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