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번 MLB 개막전 도쿄시리즈는 일본 선수 5명이 출전해 어느 때보다 열도의 관심이 뜨거웠다. 특히 지난해 MLB 사상 처음으로 50홈런-50도루를 달성하며 리그 최우수선수(MVP)로 선정된 오타니는 일거수일투족이 화제를 뿌렸다.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3월 18일 도쿄돔에서 열린 MLB 개막전에서 오타니가 첫 타석에 들어서자 관중들은 일제히 함성을 지르며 스마트폰을 꺼냈다고 한다. 개막전 시청률은 간토 지방 기준으로 31.2%로 집계됐다. 오타니와 다저스의 투수 사사키 로키 출신지인 이와테현의 시청률은 39.8%에 달했다.
스트리밍 플랫폼 시청자 수도 초대박이 났다. MLB 홍보부는 “도쿄시리즈 1차전의 일본 내 시청자 수가 2500만 명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일본 신기록이다. 지난해 한국에서 LA 다저스와 샌디에이고 파드리스가 맞붙은 서울시리즈 1차전보다 시청자 수가 600만 명 이상 증가하며 역대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팬들이 원할 때 결과를 내는 것이 진정한 스타라는 말이 있다. 오타니는 3월 19일 2차전 경기에서 5회 솔로 홈런을 터트리며 도쿄돔을 열광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다. 경기 후 데이브 로버츠 다저스 감독은 “이곳의 모든 사람들이 오타니의 활약을 보려고 왔을 텐데 쇼(Show)를 펼쳐 보였다”며 “오타니답게 그는 항상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다”고 기뻐했다.
미국 CNN은 “오타니 쇼헤이, 야마모토 요시노부, 사사키 로키(이상 LA 다저스), 스즈키 세이야, 이마나가 쇼타(이상 시카고 컵스) 등 일본 출신 스타들이 단순히 ‘초청받은 손님’이 아니라 메이저리그의 주역으로서 일본에 ‘귀환’했다”면서 이번 도쿄시리즈의 분위기를 전했다. CNN은 “특히 오타니 쇼헤이는 ‘일본야구가 더 이상 미국야구의 그림자가 아니다. 이제는 그 중심에 서 있다’는 걸 증명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도쿄돔 맥주 판매원들에게 내려진 ‘특별한’ 지침도 화제를 모았다. 다름 아니라 ‘오타니의 타석 때만큼은 돌아다니지 말아 달라’는 당부였다. 시야를 가리기 때문에 행여라도 ‘오타니의 타석이 보이지 않는다’라는 클레임을 막기 위해서다. 오타니가 타석에 들어설 때마다 기자석을 포함해 관중들은 일제히 스마트폰을 꺼내 그의 모습을 담기 바쁘다. “판매를 잠시만 멈춰라.” 오타니 타석에서만 볼 수 있는 드문 광경이었다.
다저스 투수 클레이튼 커쇼는 재활 중이라 도쿄시리즈의 엔트리에는 포함되지 않았지만, 자비를 들여 가족과 함께 일본을 방문했다. 커쇼는 “오타니는 최고의 야구 선수이고, 일본에서 매우 유명하다는 건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다. 하지만 직접 와서 경험해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것이 있다. 모든 간판이 오타니로 도배돼 있다. 정말 대단한 경험이었다”고 말했다.
이틀간 열리는 도쿄시리즈에 오타니가 등장한다는 사실만으로 일본 전체가 들썩였다. 입장권 4만 3000여 장을 놓고 무려 42만 명이 예매 사이트에 몰렸고, 순식간에 전석 매진을 기록했다. 우리 돈으로 3000만 원에 가까운 암표가 등장하기도 했다. 심지어 경기가 아닌, 공개 훈련장에도 관중이 몰려들었다.
MLB 도쿄시리즈 홍보국은 “3월 14일 양 팀의 훈련을 유료로 일반 공개한다”고 발표했다. 컵스는 오후 1시부터, 다저스는 오후 3시 30분부터 훈련을 진행하기로 한 것. 1층 내야석만 선착순으로 입장권을 판매했는데, 20만 명이 티켓 쟁탈전에 참전할 만큼 뜨거웠다. 평일 낮인데도 불구하고 수많은 팬들이 몰리자, 미국 기자들도 입이 떡 벌어진 모습이었다.
캘리포니아주 지역 매체인 ‘오렌지카운티레지스터’의 기자는 “도쿄돔이 가득 메워지고 있다. 다저스의 공개 훈련을 보기 위해서…”라며 놀라워했다. ‘로스앤젤레스타임스’ 기자도 “다시 말하지만, 이것은 경기가 아니라 훈련이다. 어렵게 선택받은 팬들이 콘서트에 온 것처럼 열광하고 있다”고 전했다.

당초 평론가들 사이에서는 “올해 오타니가 맹활약하는 데까지 다소 시간이 걸릴지 모른다”는 이야기도 조심스럽게 흘러나왔다. 오타니가 야구 배트를 지난해보다 1인치 긴 35인치(약 88.9cm)로 바꿨기 때문이다. 에런 베이츠 다저스 타격 코치에 의하면, 오타니는 35인치 외에 34.5 인치(약 87.6cm)도 병용 중이다. 무게는 모두 32온스(약 907g)로 지난 시즌보다 0.5온스(약 14.2g)가량 무겁다.
야구 평론가 아라이 히로마사는 “야구 배트는 0.5인치만 길게 해도 처음에는 헤드가 무겁게 느껴지는 법이다. 오타니도 본격적으로 익숙해지려면 시간이 좀 걸릴 수도 있다”고 분석한 바 있다. 물론 긴 배트를 제대로 구사할 수 있게 되면 원심력이 높아져 홈런은 더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MLB에서도 35인치 배트를 사용하는 선수는 지난해 아메리칸리그 MVP인 뉴욕 양키스의 주포 애런 저지 등 몇 명밖에 없다. 잘 쓰려면 힘과 스윙, 스피드를 겸비해야 한다.
아라이 평론가는 “원래 오타니의 파워는 경이적이었지만, 기술도 현격히 진보하고 있다”며 “올해는 타격 3관왕도 기대하고 싶다”고 말했다. 지난해 오타니는 54홈런, 130타점으로 내셔널리그 2관왕에 올랐다. 타율은 0.310로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의 내야수 루이스 아라에즈(0.314)에 뒤진 2위였다. 다만, 오타니는 올 시즌 중 투수 복귀가 예상되기 때문에 타자에 전념한 지난 시즌보다는 피로도가 클 수밖에 없다.
구단도 초대형 계약을 맺은 선수이므로 무리시키지 않고 기용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면 타석수가 줄어 홈런 개수도 불리해진다. 아라이 평론가는 “오히려 늘어날 여지가 큰 것은 타율”이라며 “60홈런보다도 MLB에서 2012년 미겔 카브레라 내야수를 마지막으로 12년간 탄생하지 않은 타격 3관왕이 오타니에게 새로운 도전을 위한 지름길일 수 있다”고 점쳤다.
강윤화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