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시바 총리는 “첫 당선이니만큼 선거활동으로 고생했을 후보자의 가족들을 격려하는 관점에서 사비로 준비했다. 손수건이라도 사서 나눴으면 하는 마음이었다”고 재차 설명했다. 하지만 야당 측은 “10만 엔짜리 손수건이 어디 있느냐”며 맹공격에 나섰다. 일부 전문가들도 “고액의 상품권이 사회 통념상 단순히 기념품으로 볼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의례의 범위를 넘어서 위법일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이 도모아키 일본대학 명예교수는 “법률상 정치활동에 대한 정의는 없다. 그러나 이시바 총리가 개인적으로 단둘이 밥을 먹은 것이 아니고 당 총재로서 15명의 의원을 모은 것이기 때문에 객관적으로 보면 정치활동이 된다. 백번 양보해 1만 엔 정도의 선물이었다면 있을법한 이야기겠지만, 간단한 선물로 10만 엔 상당의 상품권을 받는 사람이 세상에 얼마나 있겠느냐”며 해명에 설득력이 없다고 꼬집었다.
불똥은 전직 총리들에게도 튀었다. 이번뿐만 아니라 자민당 내 역대 정권이 고액 상품권을 의원들에게 나눠주는 관례가 있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자민당 한 관계자는 “기시다 후미오 전 총리도 10만 엔 상당의 상품권을 배포한 적이 있다”고 밝혔다. 이러한 의혹에 대해 기시다 전 총리는 “사교 모임부터 정치활동 모임 등 다양한 회합이 있었지만, 모두 법령에 따라 적합하게 이뤄졌다”라고만 했다. 스가 요시히데 전 총리도 비슷한 취지의 답변을 했고, 아소 다로 전 총리는 “노코멘트”라며 구체적인 언급을 피했다.
도쿄신문은 “이시바 총리가 ‘구두쇠’라는 세간의 평가를 타파하려는 속마음이 있었던 것이 상품권 스캔들의 배경일 수 있다”라고 짚었다. 통 큰 모습을 보이고 싶었을지 모르나 자폭한 셈이 됐다는 평가다. 실제로 이시바 총리는 “의원들과의 교류가 소극적이다, 인색하다는 말을 자주 들어 신경이 쓰였다”라고 털어놓은 바 있다.
원래 이시바 총리는 정치인들과 식사 회동을 하며 세력을 확장하는 타입이 아니었던 터라 오랫동안 자민당 내 비주류 인사였다. 정치권 내에서는 ‘고독한 미식가’로 언급되기도 했다. 지지통신은 “이시바 총리가 각계 인사들과 만나 접점을 넓히고 인맥을 구축하려 했으나 결국 상품권 스캔들로 먹고 마시는 정치가 사실상 좌절됐다”고 보도했다. 알려진 바에 의하면 “이시바 총리는 스캔들 이후 외교 일정을 제외하면 저녁 회식을 거의 하지 않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시대가 바뀌어 민심은 ‘검은돈’을 용납하지 않는다. 최근 여론조사를 보면, 이시바 내각 지지율은 일제히 급락했다. 주요 일간신문인 요미우리, 아사히, 마이니치 여론조사에서 이시바 내각 지지율은 각각 31%, 26%, 23%를 기록하며 출범 이후 최저를 기록했다. 자민당 지지층에서도 이탈이 두드러진다. 마이니치신문이 3월 15~16일에 실시한 여론조사에 의하면, 자민당 지지층의 이시바 내각 지지율은 59%였다. 이 수치가 60%를 밑돈 것은 이시바 내각 출범 후 처음이다.
상품권 문제가 지지율 하락의 결정타가 된 이유에 대해 마이니치는 “이시바 내각이 자민당의 비자금 스캔들로 떠들썩했던 와중에 출범했다”라는 점을 꼽았다. 이시바는 비자금 스캔들에 연루되지 않아 깨끗한 이미지였다. 총리직에 선출될 수 있었던 이유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번에는 이시바 본인에게 ‘돈’ 관련 문제가 부상했다. 이시바로 바뀌어도 똑같다는 실망감, 기대가 있었던 만큼 배신감이 퍼졌을 가능성이 있다. 여당 내에서도 “돈과 거리가 먼 청빈한 이미지였는데, 총리가 자신의 장점을 스스로 지워버렸다”는 견해가 많다.
어쩐 일인지 여야 모두 이시바 총리의 퇴진을 요구하는 움직임이 활발하지는 않다. 요미우리신문은 “이시바 내각 지지율이 ‘퇴진 위기’ 수준인 20%대로 하락했기 때문에 야당 입장에서는 이대로 ‘약체’ 이시바 내각이 유지되는 것이 여름 참의원 선거에서 유리하다는 계산이 깔린 듯하다”고 분석했다. 대체로 총리가 바뀌면 내각 지지율이 종전보다 상승하는 경향이 있어 ‘당장 이시바의 퇴진을 요구하기보다는 자민당 내 분열을 기대하며 비판 공세를 지속하는 편이 낫다’는 판단이다.
여당 자민당도 최근 몇몇 의원이 이시바 총리 퇴진을 요구했으나, 총리 교체론을 공개적으로 언급하는 의원은 소수에 불과하다. ‘포스트 이시바’의 부재가 크다. 2001년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모리 요시로 총리가 낮은 지지율로 허덕였을 때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로 교체되면서 지지율이 급상승한 사례가 있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이를 재현할 만한 인물이 없다. 이에 “이시바 정권이 기묘한 균형을 이루며 상당 기간 지속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다만,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자민당 내에서 옛 파벌이나 전직 총리들의 회합이 활발해지고 있어 여론의 추이에 따라서 이시바 퇴진론이 단번에 퍼질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강윤화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