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언뜻 보기에는 평범한 학생이 평범한 집을 구하는 광고처럼 보였다. 하지만 여기에서 말한 ‘방음’에는 단순한 소음 방지 그 이상이 있었다. 다시 말해 음흉한 의도가 숨어 있었다.
중국 광둥성의 부유한 가정에서 자란 저우는 매력적인 외모를 지닌 유학생이었다. 아버지는 공산당 간부이자 국영 기업에서 근무하고 있었고, 어머니는 교사였다. 2017년 처음 영국 벨파스트에 있는 퀸즈대학으로 유학을 온 저우는 2019년에는 유니버시티칼리지런던(UCL)에서 기계공학 석사 과정을 시작했다.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기간 잠시 중국으로 돌아갔지만, 그 후 런던으로 돌아와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사건은 주로 이 기간에 벌어졌다. 그의 동급생들의 말에 따르면, 저우는 학업에는 거의 관심이 없었고 모발 이식, 쌍꺼풀 수술, 턱 밑 지방 주입, 치아 교정 등 외모를 가꾸거나, 롤렉스시계 같은 명품을 뽐내는 등 사회적 지위에만 집착했다. 때로는 자신의 성적 능력을 과시하기도 했다. 가령 1년에 100명이 넘는 여성과 잠자리를 가진다고 떠벌렸는가 하면, 중국의 온라인 데이트 쇼에 유명 인플루언서들과 출연한 경험이 있다고도 자랑했다.
여러 개의 온라인 데이트 사이트에 가입한 그는 늘 여자를 유혹하기 위해 애를 썼다. 데이트 앱 가운데 하나인 ‘범블’ 프로필에는 “나랑 술 마시고 놀자”라고 써놓기도 했다. 하지만 그의 실제 목적은 단순한 데이트가 아니었다. 평소 여성들을 대하는 그의 수상한 행동을 눈치 챈 동급생들도 많았다. 익명을 요청한 한 동급생은 저우가 술자리에 자주 참석했다고 말하면서 “한번은 노래방에 갔을 때 술에 취한 여학생 한 명을 밖으로 데리고 나가려고 했다. 무슨 일이 생길까봐 다들 말렸다”라고 말했으며, 또 다른 학생은 “UCL 학생회관에서 열린 술자리에서 저우를 처음 만났다. 그는 게임에서 진 여학생들에게 억지로 술을 마시도록 강요했고, 항상 두 가지 종류의 술을 섞었는데 그 비율은 본인이 정했다. 저우가 주도한 술자리에서는 여학생들이 늘 빨리 취했다”라고 증언했다.
술뿐만 아니라 저우는 케타민, 엑스터시 등 강력한 약물을 다루는 데도 익숙했다. 심지어 여자들한테 약을 탄 술을 마시게 한다고 자랑스럽게 말하기도 했다. 익명의 한 친구는 BBC에 “저우가 유죄 판결을 받았다는 소식을 듣고 전혀 놀라지 않았다. 아마 그 당시 친구들 가운데서도 그가 어떤 사람인지 이미 알고 있던 사람도 많았을 거다”라고 말했다. 이 친구는 2020년, 한 파티에서 다른 사람의 술잔을 실수로 마셨다가 갑자기 몸이 안 좋고 졸음이 쏟아지는 경험을 했다. 그러자 저우는 “그 술에 약 탄 거야. 원래 여자한테 마시게 하려던 거지”라며 웃었다. 저우는 친구에게 작은 약봉지를 보여주면서 “같이 해볼래?”라고 제안했지만 그 친구는 거절했다.
이처럼 술과 약물을 매개로 한 그의 범행 수법은 늘 비슷했다. 동아리, 클럽, 기숙사, 중국 유학생 커뮤니티, 데이트 앱 등을 통해 만난 여성들에게 ‘공부를 도와주겠다’거나 ‘술을 마시자’며 접근한 후 자신의 아파트로 유인해 술을 마시게 한 후 성폭행하는 식이었다. 또한 방 안에 설치한 카메라를 통해 늘 성폭행 장면을 녹화해 두기도 했다.
경찰에 의해 신원이 확인된 피해 여성 가운데 한 명은 2021년 9월, 친구들과 식사를 한 후 저우와 함께 런던 중심부 차이나타운에서 술을 마셨다고 법정에서 진술했다. 이상하게 한순간 의식을 잃었다고 말한 여성은 “마지막 기억은 내가 길거리에서 구토를 하고 있었다는 것”이라면서 “눈을 떠보니 저우가 내 위에 올라타 성관계를 하고 있었다”라고 진술했다.
또 다른 여성은 클럽에서 처음 만난 저우의 아파트를 방문했다가 변을 당했다. 친구 한 명과 함께 저우의 아파트에 초대를 받은 여성은 “우리가 도착했을 때는 테이블 위에 이미 반쯤 비워진 술병 두 개가 있었다. 친구와 나는 한 병을 나눠 마셨고, 저우는 다른 병만 마셨다”고 기억을 더듬었다. 이어서 “내 친구는 원래 술을 잘 마시는 편이었는데 이상하게 그날따라 너무 빨리 취해서 쓰러져 잠들었다. 나도 평소와 달리 갑자기 어지럽고 졸리기 시작했다”면서 “보통은 술을 마시면 기분이 좀 좋아지고, 그런 다음 취하는데 그날은 갑자기 멍해지고 바로 졸음이 쏟아졌다”라고 증언했다.

끝날 줄 몰랐던 그의 범죄 행각은 결국 한 여성의 용기 있는 신고로 끝을 맺었다. 지난해 1월, 한 피해 여성의 신고로 저우를 체포한 런던 경찰은 그의 아파트에서 피펫, 유리 바이알, 부탄디올 두 병, 자낙스 정제, 비아그라, 케타민, 엑스터시, GHB(감마하이드록시낙산) 등을 압수했다. GHB는 우리나라에서 ‘물뽕’으로 알려진 마약 성분의 강한 약물이다. 또한 몰카용 카메라와 함께 총 1270개의 영상과 1660시간 분량의 자료도 압수됐다. 이 가운데 성폭행 장면이 담긴 영상은 수백 시간 분량의 58개였다. 이 밖에 피해 여성의 속옷, 립스틱, 샤넬 귀걸이 등 개인 물품들도 트로피처럼 수집돼 있었다.
이 가운데 영상은 재판에서 핵심 증거로 사용됐다. 저우는 재판에서 줄곧 여성들과 합의하에 이루어진 성관계였으며, 성폭행 ‘역할극’의 일환으로 여성들이 연기를 했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이런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영상의 음성을 복원한 결과 여성들이 멈춰 달라고 애원하는 목소리가 고스란히 담겨 있었기 때문이다.
영상 속 피해 여성들의 상태는 끔찍했다. 대부분 어눌하고 발음이 부정확했으며, 일부는 술에 취해 괴로워하는 모습이었다. 의식을 잃고 쓰러진 후에는 저우에게 폭행을 당하거나 성추행을 당하고 있었다. 한 영상 속에서는 저우가 여성에게 “다 마셔. 남기면 안돼”라면서 계속 술을 마시라고 강요하고 있었다. 해당 여성은 보드카 두 잔을 다 마신 후 의식을 잃었다. 또 다른 피해 여성은 왼쪽 눈과 광대뼈 주변에 멍자국이 선명한 채 쓰러져 있었는가 하면, 다른 동영상에서는 “정말 싫다…제발, 부탁해. 멈춰…”라고 애원하는 여성에게 저우는 웃으면서 이렇게 대답했다. “저항하지 마, 소용없어. 이 방은 방음이 아주 잘 되거든.”
한 여성은 성폭행을 당하는 동안 잠시 깨어났다가 다시 의식을 잃었는가 하면, 또 다른 여성은 코를 고는 소리가 들리기도 했다. 저우가 얼굴을 때리는데도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는 여성도 있었다. 이 때문에 경찰은 “피해자들 중 상당수는 자신이 성폭행당했다는 사실조차 인지하지 못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며 우려하고 있다.

어쩌면 지금까지 드러난 저우의 범행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할지 모른다. 휴대폰 영상과 사진, 메시지 등을 분석한 경찰은 피해자 수가 최소 80명에서 많게는 100명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실제 이 사건이 알려진 후 혹시 자신도 피해자인지 확인하기 위해 경찰에 연락을 취해온 여성만 스물세 명에 달했다. 메트로폴리탄 경찰 사령관 케빈 사우스워스는 “중국, 호주, 중동, 유럽 등 전 세계에서 피해자들이 연락을 해오고 있다. 저우가 적극적으로 연쇄 성폭행을 저질러왔다는 점을 고려할 때 전 세계 어디서든 범행을 저질렀을 것으로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런던 경찰은 특히 2019년부터 2024년까지 저우를 만났거나, 런던 혹은 그의 아파트 주변에 살았을 가능성이 있는 중국 유학생 커뮤니티 여성들의 소식을 기다리고 있다. 이에 그의 유죄 판결은 끝이 아니라 시작일 수 있으며, 더 많은 피해자들이 용기를 낼 수 있도록 돕는 사회적 움직임이 필요하다는 목소리 또한 커지고 있다.
김민주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