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G화학의 종속회사인 아베오 파마슈티컬스가 지난 5월 7일(현지시각) 미국의 제약사인 서머싯 테라퓨틱스·서머싯 파르마 등을 미국 델라웨어 지방법원에 특허 침해 혐의로 제소했다. 이번 소송은 아베오의 신장암 표적 치료제인 포티브다 관련 분쟁이다. 아베오는 LG화학에 인수된 후 처음으로 특허 관련 소를 제기했다.
포티브다의 구성 성분인 티보자닙은 혈관내피성장인자 수용체 억제제(VEGFR-TKI)로, 종양에 산소와 영양분을 공급하는 신규 혈관이 만들어지지 않도록 막는 기능을 한다. 티보자닙이 혈관 생성을 막아 종양의 성장을 늦추거나 크기를 줄이면 암의 진행 속도도 느려지고 암세포의 전이 또한 억제된다. 특히 티보자닙은 표적으로 삼은 세포만 공략하는 경향성 덕분에 부작용이 적어 각광을 받고 있다.
LG화학이 2023년에 약 8000억 원을 들여 아베오를 인수한 이유도 2021년 미국에서 시판 허가를 받은 포티브다가 있었기 때문이다. 포티브다의 물질특허 만료기한은 2028년까지지만 시장 방어를 위해 꾸준히 특허덤불(하나의 약품에 다수의 특허 출원)을 형성한 덕분에 독점 기한을 2039년까지 연장한 점 역시 상당한 매력 요인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LG화학에 따르면 포티브다는 2023년 2000억 원, 2024년에는 2300억 원의 매출을 내며 안정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그런데 서머싯이 지난 3월 26일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제네릭 의약품 품목허가 신청(ANDA)’를 제출하며 공세에 나섰다. ANDA는 제네릭이 오리지널과 생물학적으로 동등하다는 점을 입증하고 오리지널의 안전성, 유효성 자료를 활용해 판매·마케팅 허가를 받을 수 있는 절차다. 제약업계 한 관계자는 “오리지널의 특허가 만료된 이후에는 제약사들이 자유롭게 ANDA를 신청할 수 있다. 하지만 특허가 아직 유효할 경우 제네릭 개발사는 기존 특허의 무효를 주장하며 ANDA를 신청하는 방식으로 진입을 시도한다”고 설명했다.
일요신문 취재에 따르면 서머싯은 아베오가 보유한 포티브다의 ‘용법특허’인 US11504365의 무효화를 시도한 것으로 파악된다. 해당 특허는 아베오가 보유한 포티브다 관련 특허 중 가장 최신 특허로, 만료 기한이 2039년으로 제일 길다.
제약업계 다른 관계자는 “최신 특허와 그 이전 특허 사이에 충분한 간격이 있다면 서머싯 입장에서는 최신 특허를 무효화하는 것이 이익이 될 수 있다. 특허를 오래 유지하기 위해 각 특허 사이에 간격을 두는 경우도 많은데, 상대가 물질 특허는 깰 수 없으니 비교적 취약한 다른 특허를 공략해 들어오는 방식”이라며 “특허가 무효화되면 그날부터 경쟁자가 시장에 진입할 수 있게 된다. 기존에 독점적으로 유지했던 시장 지위가 깨지면서 매출은 당연히 축소된다”라고 말했다.
통상적으로 오리지널 의약품의 특허가 만료되면 첫 12년 내 매출이 40~70%까지 급감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미국과 유럽 시장에서는 제네릭이 오리지널 의약품 약가의 30~80%까지 할인된 가격으로 출시되기 때문에 오리지널 의약품의 시장 점유율을 빠르게 잠식하는 경향이 있다. 독점이 깨지고 경쟁체제에 돌입하면서 오리지널 의약품도 덩달아 가격을 낮추게 되기 때문에 수익성은 악화할 수밖에 없다.
아베오는 서머싯이 제출한 의약품의 복용지침이 포티브다와 유사하다며 특허 방어에 나섰다. 서머싯이 개발한 제네릭이 포티브다와 용량·복약·휴약 기간이 동일하고 특정한 질환이 있는 환자에게 복약 지도를 할 때 용량을 줄이는 방식까지 같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아베오는 법원에 서머싯의 ANDA 승인 효력 발생일이 자사 용법특허의 만료일인 2039년 11월 5일보다 앞서지 않도록 명령해달라고 요청했다.

#석유화학 부진, 신약으로 돌파?
LG화학이 ‘신약 개발’을 3대 신성장동력 중 하나로 선정하고 생명과학 부문 투자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해 LG화학이 생명과학 분야에 투자한 연구개발(R&D) 비용은 약 4330억 원으로, 이는 LG에너지솔루션을 제외한 전체 R&D 비용의 약 40%에 해당하며 전체 사업부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2023년 대비 투자비용이 약 15%(580억 원) 가량 늘어나 다른 사업부문과 비교했을 때 가장 큰 폭의 증가세를 보이기도 했다.
LG화학은 생명과학 부문 매출을 2027년까지 2조 원대로 끌어올린다는 목표를 세운 상태다. LG화학의 매출액은 2020년 6583억 원, 2021년 6903억 원, 2022년 8493억 원, 2023년 1조 1281억 원, 2024년 1조 2691억 원으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다만 R&D 투자를 지속적으로 늘리면서 생명과학 부문 수익성은 3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석유화학 부문에서 고전하고 있는 LG화학 입장에서는 생명과학 부문의 선전이 절실하다. S&P 글로벌은 지난 3월 LG화학의 장기 발행자 신용등급을 BBB+에서 BBB로 하향 조정했다. S&P는 중국발 공급 과잉, 수요 부진, 미·중 무역 긴장 등의 영향으로 LG화학의 석유화학 부문이 올해도 업황 사이클의 바닥에 머무를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따라 LG화학이 생명과학 등 신성장동력 발굴에 더욱 집중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앞서의 제약업계 관계자는 “LG화학은 2000년대 초반 미국 시장에 최초로 진출해 FDA로부터 처음으로 품목 허가를 받은 국내 기업이다. 제약업계 내 위상은 R&D 부문에서 국내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고 실제로 기술력이 있으며 이를 기반으로 한 신약 파이프라인도 많다”라며 “다른 사업부의 매출 규모가 워낙 커서 현재는 생명과학 부문 매출액이 상대적으로 적어 보이지만 5~6년 후 개발 중인 파이프라인들이 상용화되면 매출 비중이 확실히 늘어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와 관련, 앞서의 LG화학 관계자는 “현재 LG화학은 두경부암 치료제 임상 3상, 암 악액질 1상, 고형암 면역항암제 1상을 진행 중으로 2028년부터 출시를 점치고 있다. 이와 함께 유망 항암신약 도입에도 속도를 낼 전략이다”라며 “생명과학 부문 R&D에 국내 최대 규모의 투자를 집행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항암 중심으로 기존의 적극적 신약 투자 기조를 이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정민 기자 hurrymin@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