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신문] 극심한 진통 끝에 기호 2번을 달고 선거 운동에 돌입한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가 외연 확장에 힘을 쓰지 못한 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격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윤석열 전 대통령 탈당 문제에 김문수 후보가 모호한 태도를 보이는 데다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나 황교안 무소속 후보 등과 연대에도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사실상 범보수 ‘빅텐트’가 무산되는 것 아니냐는 전망에 국민의힘과 김 후보 캠프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지난 12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열린 중앙선거대책위원회 임명장 수여식에서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사진=이종현 기자지난 12일 공식 대선 선거운동이 시작된 이후 각종 여론조사 결과에서 김 후보는 지지율 선두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많게는 20%포인트 안팎의 격차를 보이며 열세를 이어가고 있다. 김문수 후보는 ‘당심’ 봉합에 나섰지만 당 안팎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 탈당 요구가 거세지자 어정쩡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15일 이정현 국민의힘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은 “당이 윤석열 전 대통령의 자진 탈당을 권고하고 계엄에 대한 책임 표명과 대국민 사과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날 김 후보는 “대통령께서 판단할 문제”, “대통령 후보로 나선 사람이 ‘탈당하십쇼, 하지 마십쇼’ 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머뭇거리는 모습을 보였다.
현재 국민의힘 중앙선대위는 윤 전 대통령 대선 캠프 상황실장을 역임한 윤재옥 의원이 총괄본부장을, 친윤계인 박대출 의원과 정희용 의원이 각각 사무총장과 총괄부본부장을 맡고 있다. 초유의 후보 교체 갈등을 일으킨 책임으로 비난받는 권성동 원내대표가 직을 유지한 채 선거운동에 나서고 있는 것에 대해 당내에서는 “권 원내대표 유임이 통합이 아닌 분열을 키우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한 친한계 의원은 “후보 교체의 책임 당사자가 사과 한 마디 없이 선대위에 남아 있는 모습은 유권자들에게 혼란만 줄 뿐”이라고 꼬집었다.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에 있는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후보 캠프. 사진=최준필 기자김문수 후보는 1990년생 김용태 의원을 당 비상대책위원장(내정자) 겸 공동선거대책위원장으로 발탁하며 젊은층·중도층 표심 확장 의지를 표했지만 썩 탄력을 못 받는 분위기다.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와 단일화가 유일한 판세 전환 카드가 될 수 있는데 현재로선 현실성이 낮다. 양측의 논의가 진행되더라도 합의가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이준석 후보는 지난 14일 김 후보와 단일화와 관련해 “만약 단일화를 하더라도 큰 것이 강압적으로 작은 것을 억누르는 형태라면 국민에게 어떤 감동도 주지 못할 것”이라며 “젊은 세대가 극혐하는 찍어 누르기”라고 날선 입장을 보였다.
황교안 무소속 후보나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 측 자유통일당(구주와 후보) 등 극우 진영과 연대가 상대적으로 쉬울 수 있지만 김문수 후보는 이에 명확히 선을 긋고 있다. 김 후보 측 관계자는 최근 한국일보 질의에 “김문수-전광훈 연대설은 더불어민주당의 프레임”이라며 “현재로선 전 목사, 황 후보와 만날 계획은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홍준표 전 대구시장이나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 등 경선 경쟁자들의 지원 사격도 없는 상태여서 김문수 후보의 ‘외로운 싸움’을 한탄하는 목소리가 당내에서 흘러나온다. 특히 홍 전 시장이 최근 국민의힘에 대한 개인적 분심을 자신의 SNS에 노골적으로 표현한 데 이어 일부 지지자들의 이재명 후보 지지 선언까지 이어지자 국민의힘에선 충격과 우려를 숨기지 못하고 있다. 안철수 국민의힘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은 15일 기자회견에서 한 전 대표를 향해 “과자를 먹으며 인터넷 라이브 방송을 하실 때가 아니다”, 홍 전 시장에 대해선 “경선 과정에서 서운한 점이 있었다면 국민과 당원들을 위해 너그러이 풀어주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지난 13일 서울 시내 한 거리에 주요 대선 후보들의 홍보 현수막이 걸려 있다. 사진=박정훈 기자한국갤럽이 뉴스1 의뢰로 지난 12~13일 전국 18세 이상 남녀 1002명을 대상으로 대선 후보 지지도를 조사해 지난 14일 발표한 결과(전화조사원 인터뷰(CATI) 방식, 표본 오차 95% 신뢰수준 ±3.1%포인트, 응답률 18.9%,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를 보면 이재명 후보 51%, 김문수 후보 31%, 이준석 후보 8%의 지지율을 보였다. 국민의힘 지지층만 놓고 보면 88%가 김문수 후보, 5%가 이준석 후보를 지지하는 것으로 나왔는데 ‘보수성향’ 응답자로 넓히면 김 후보 60%, 이재명 후보 20%, 이준석 후보 12%로 표심이 분산된 것으로 나타났다.
최요한 정치평론가는 “선거운동이 진행될수록 김 후보의 한계는 명확해질 것”이라며 “윤 전 대통령과 극우 세력을 끊지 못해 이대로라면 이재명 후보를 이길 수 없다”고 내다봤다. 이어 “이준석 후보는 절대 단일화를 하지 않고 지지율 10% 이상을 목표로 완주 의지를 보일 것”이라며 범보수 빅텐트 불발을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