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주당에선 이재명 민주당 후보가 즉각적인 개헌에 선을 그은 가운데,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는 ‘계엄 방지’ 원포인트 개헌 필요성을 제기하며 사회대개혁을 강조했다.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대통령 4년 중임제, 책임총리제, 차기대통령 임기 단축, 경제 및 권력구조 개편을 아우르는 개헌 플랜을 내놨다.
국민의힘을 비롯한 범보수진영에선 저마다의 개헌 플랜이 제시됐다.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4년 중임 정부통령제 형식 제7공화국 개헌을 약속했고,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는 대통령 4년 중임제와 국회 양원제 등을 거론하며 임기단축형 개헌을 공약했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은 대통령과 국회 권한을 모두 축소시키는 삼권분립 균형 조정형 개헌 필요성을 강조했다.
한덕수 전 국무총리는 ‘개헌 빅텐트’를 모토로 내세웠다. 대통령으로 당선될 경우 3년 안에 개헌을 완성하고 퇴임하겠다는 약속까지 했다. 대통령 4년 중임제, 국회 양원제, 책임총리제 등 헌정회 개헌안을 적극 반영했다.
그 가운데 개헌에 가장 미온적인 입장을 보여온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가 대선 최종 후보로 결정됐다. 이재명 민주당 후보,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 모두 개헌과 관련해 ‘시급한 문제가 아니다’라는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개헌 시기에 대해 한 목소리를 내고 있는 셈이다.

‘대세론’ 중심에 서 있는 이재명 민주당 후보는 4월 23일 민주당 대선 경선 TV토론에서 “개헌 문제를 그렇게 시급해야 하는지 의문”이라면서 “국민들 먹고 사는 문제에 직결되는 것도 아니고, 개정된 헌법이 즉시 시행되는 것도 아닐 텐데 여유를 두고 경제와 민생 문제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민주당 경선 과정서 광주를 찾았던 이 후보는 “권력 구조 문제도 국민이 원하는 바대로 4년 중임제로 하되, 국무총리 추천제를 통해 견제와 균형이 이뤄지게 해야 한다”며 개헌 플랜을 살포시 공개했다. 그러나 대선 본선 레이스가 시작된 뒤 이 후보는 개헌에 대해 언급하지 않고 있다.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는 4월 24일 국민의힘 경선 TV토론에서 “(대통령 임기가) 5년인 줄 알고 뽑았는데, 3년밖에 안 하겠다고 하면 상당한 정도로 국민이 좋아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개헌에 미온적 입장을 취했다.
5월 3일 국민의힘 대선 경선에서 승리한 김문수 후보는 “낡은 1987년 체제를 바꾸는 개헌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김 후보 개헌 청사진엔 권력구조 개편 내용보다 국회 권한 견제에 방점이 찍혀 있다. 국회의원 불체포 특권 폐지, 선관위에 대한 감사원 감사 허용 등이 개헌 사항에 해당하는 공약으로 꼽혔다.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는 그동안 지속적으로 ‘제왕적 대통령제’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해 왔다. 이 후보는 “개헌 필요성엔 적극적으로 동의한다”면서도 “대선이 끝난 뒤 시간을 가지고 차분히 세밀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개헌 플랜을 제시하기보다 공약으로 분권 이슈를 다뤘다. 5월 12일 이 후보는 10대 공약 중 첫 번째 공약으로 ‘대통령 힘 빼고 일 잘하는 정부’를 제시했다. 현행 19개 부처를 13개로 개편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이후 펼쳐지는 이번 대선은 ‘최적의 개헌 타이밍’으로 꼽혔다. 그러나 막상 대진표가 완성된 뒤엔 개헌 필요성을 강조하는 목소리 볼륨이 확연히 줄었다. 일부 개헌론자들 사이에선 “이번에도 개헌은 물 건너갔다”는 말이 나온다.
정치평론가 신율 명지대 교수는 “개헌 필요성에 대한 이야기는 원래 대선 전에 조금씩 거론되다가 대선이 가까울수록 쏙 들어가는 패턴을 반복해 왔다”면서 “개헌은 ‘강자’가 받아줘야 이슈로서 영향력이 생기는데, 강자가 받아주기 어려운 부분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어 신 교수는 “개헌이 국민들의 열화와 같은 호응을 얻으면 문제가 좀 달라질 수 있겠지만, 개헌은 그렇게 이뤄지지 않는다”면서 “오히려 지난 여러 대선보다 개헌론이 덜 부각된 측면이 있다”고 바라봤다.
이동섭 기자 hardout@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