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주당 경선에서 압도적인 득표율로 승리하며 ‘대세론’을 굳혀가려 했던 이재명 캠프엔 비상등이 켜졌다. 대권 고지를 눈앞에 두고 사법리스크가 재발화했다.
앞서 2024년 11월 15일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이 후보에 대한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1심 재판에서 의원직 및 피선거권 상실형인 ‘벌금 100만원 형’을 넘어서는 중형을 선고했다.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 형이었다. 정치권과 법조계 안팎에선 이 후보 사법리스크가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넜다는 평가가 나왔다.

2024년 12월 14일 국회에서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통과됐고, 헌법재판소는 즉각 탄핵심판 절차에 돌입했다. 2025년 2월 25일까지 총 11차례에 걸친 변론기일이 진행됐다. 변론이 종결된 뒤 탄핵 선고 시점에 대한 관심이 모아졌다.
이런 상황에서 서울고등법원은 이재명 후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항소심 선고 결과를 발표했다. 서울고법은 이 후보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1심 결과를 완전히 뒤집은 판결이었다. 이 후보가 조기 대선 가능성이 극대화된 상황에서 사법리스크 짐까지 덜었다는 관측이 나왔다. ‘이재명 대망론’에 힘이 더해졌다. 검찰은 즉각 상고했다.
4월 4일 헌법재판소가 윤 전 대통령에 대한 파면 결정을 내렸다. 조기 대선 레이스가 막을 올렸다. 이 후보는 대세론을 등에 업고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에 나섰다. 4월 27일 이 후보는 민주당 대의원, 권리당원 및 대국민 여론조사 합계 89.77% 압도적 지지를 받으며 민주당 대선 후보로 공식 선출됐다. 이 후보는 “진짜 대한민국을 만들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이 후보는 서울 종로구에서 ‘비전형 노동자 간담회’가 끝난 뒤 취재진을 만나 대법원 판결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그는 “생각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방향”이라면서 “내용을 확인해보고 답을 드리겠다”고 했다. 이 후보는 “법도 국민의 합의고, 국민의 뜻이 가장 중요하다”고 했다. 사실상 대선 완주 의지를 피력한 상황이다.
이 후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파기환송 판결 여파가 덮친 직후 정치권엔 또 다른 변수가 등장했다. 한덕수 전 대통령 권한대행의 사퇴였다. 한 전 권한대행은 반명 빅텐트 중심에서 ‘개헌론’을 외칠 가능성이 큰 대선주자로 분류된다. 한 전 권한대행은 “우리가 직면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제가 할 수 있는 일, 제가 해야 하는 일을 하고자 직을 내려놓기로 최종 결정했다”고 밝혔다. 대선 출사표에 가까운 대국민담화였다.
한 전 권한대행 사퇴는 대법원 선고와 맞물리며 대선 판세를 뒤흔들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의도치 않게 한덕수 전 권한대행 사퇴가 이재명 후보 유죄 취지 파기환송과 맞물린 형국이 됐다”면서 “변수와 변수가 맞물린 것이 한 전 권한대행에게 득일지 실일지는 두고봐야 할 것”이라고 했다.

조 수석대변인은 “내란은 끝나지 않았다”면서 “12·3 내란에는 입을 닫고 있던 대법원이 국민께서 대한민국 미래를 결정하는 대선을 방해하겠다는 말이냐”고 했다. 조 수석대변인은 “지금은 법원의 시간이 아니라 국민의 시간”이라면서 “민주당은 대선 개입에 맞서 의연하게 국민을 믿고 진짜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 나아갈 것”이라고 했다. 사법부에 날을 세우며 흔들림 없는 대선 레이스를 치르겠다는 각오였다.
민주당 수도권 한 의원은 “대법원이 대선을 엉망으로 만들었다. 내란으로 인한 혼란이 간신히 수습되고 있는 상황이었는데, 대법원이 다시 원점으로 돌려놓은 것이나 다름없다”면서 “이재명 대권 도전엔 큰 걸림돌이 되지 않을 것이다. 이번 판결로 ‘법원 개혁’에 대한 요구가 거세질 것”이라고 했다.
윤재관 조국혁신당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대법원 파기환송은 명백한 사법 쿠데타이자 주권자 국민의 선택을 코앞에 둔 시점에 대법원이 정치 한복판에 뛰어든 것”이라면서 “극우 내란 세력의 역습”이라고 주장했다.

권 비대위원장은 “후보 자진사퇴가 상식”이라면서 “민주당이 책임 있는 정당이라면 조속히 후보를 교체해야 한다”고 날을 세웠다.
국민의힘 한 당직자는 “일부 대법관들이 이재명 후보 관련 의혹에 휩싸이며, 대법원 신뢰도가 훼손된 측면이 있었다”면서 “이번 대법원 판결은 ‘법’으로서 대한민국 시스템이 정상 작동되고 있다는 점을 확인시켜 준 것이다. 탄핵심판 때 그랬던 것처럼, 사법부 판단을 존중해야 할 시점”이라고 했다. 그는 “상황적으로는 폭주하던 이재명 대세론을 막아낼 수 있는 마지막 ‘경우의 수’ 활로가 열린 격이 됐다”고 했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후보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은 이재명 후보에 대한 유죄 판결을 확정한 것과 다름없다”면서 “오늘 판결은 사실상 최종적인 판단”이라고 했다. 이 후보는 “형이 최종 확정되지 않았을 뿐 피선거권 상실은 시간문제일 것”이라면서 “민주당은 대법원 판단을 존중해 즉각적인 후보 교체를 단행해야 한다”고 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하루 전인 4월 30일 ‘파기환송’을 예측했던 주진우 국민의힘 의원은 채널A 라디오 ‘정치시그널’에서 “이재명 후보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에 대해 대법원이 유죄 취지 파기환송을 할 경우 5월 선고가 가능하다”고 바라봤다.
주 의원은 “서울고등법원에서 대법원으로 사건을 하루 만에 보냈다”면서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돼도 하루 만에 (사건이) 고등법원에 보내질 것 같다”고 했다. 파기환송 판결 이후 사법부가 다시 한번 속도전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었다.
민주당 입장에서 최악은 대선 전 이 후보의 피선거권이 박탈되는 시나리오다. 자칫 대선에 후보를 내지 못할 수도 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가능성은 낮다. 법조계에선 물리적으로 대선 전에 형이 확정되진 않을 것이란 의견이 주를 이룬다.
하지만 이 후보는 대선 기간 내내 자질 논란으로 거센 공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특히 이 후보에 대한 비토 정서가 강한 무당층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번 대법원 파기환송이 반이재명 빅텐트의 기폭제가 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배경이기도 하다.

그동안 이 후보 측은 대통령에 당선될 경우 이미 진행 중인 모든 재판을 중단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반면, 국민의힘은 소추는 기소까지라고 반박해왔다. 이 후보 임기 내내 이를 둘러싼 소모적인 정쟁이 불가피할 것으로 점칠 수 있는 대목이다.
이동섭 기자 hardout@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