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회의원 선거에선 박지원 민주당 의원, 경기도지사 선거에선 유시민 전 사람사는세상 노무현재단 이사장을 꺾은 이력이 눈길을 모은다. 진보진영 거물급과의 매치업을 통해 정치력을 증명한 셈이다. 그러나 김 후보의 선거 경쟁력은 2010년대 중반부터 서서히 하락했다. 2016년 제19대 총선에서 ‘보수의 심장’ 대구 수성갑에 출마했지만 김부겸 전 총리에게 패했다. 2018년 지방선거에선 서울시장 선거에 나서 23.34% 득표율에 그치며 참패했다.
서울시장 선거 패배 이후 아스팔트 우파로 거듭난 김 후보 정치 생명은 사실상 마감됐다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김 후보는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국면에서 ‘꼿꼿 문수’로 존재감을 부각하더니, 특유의 정치 역량을 총동원해 국민의힘 대선후보로까지 우뚝 섰다. 계엄 직전까지만 하더라도 김 후보가 대권 레이스에 뛰어들 것이라고 예상하는 이들은 찾기 어려웠다.
국민의힘 대선 경선에서 김 후보는 한덕수 전 국무총리와의 즉각 단일화를 약속했다. 이를 적극 활용하며 치열한 경선에서 승리를 거머쥐었다. 그 후 김 후보는 국민의힘 대선후보로서 정통성을 강조하며, 단일화 수싸움에 들어갔다. 김 후보는 한 전 총리를 추대하려던 당 지도부 및 당내 세력과 투쟁에 돌입했고 대선후보 자리를 지켜냈다. 운동권 시절부터 갈고 닦았던 특유의 버티기 전략이 빛을 발했다.

이제 관심은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후보의 본선 경쟁력에 모아진다. ‘아스팔트 우파’로 활동했던 최근 이력으로 김 후보 중도 확장성엔 물음표가 달린다. 이는 한덕수 전 총리로의 후보 교체 명분으로도 작용했다. 당 일각에선 산토끼를 잡기 이전에 단일화 잡음으로 분열된 당 통합이 먼저라는 지적도 분출한다.
김 후보는 당 통합 및 수습을 위해 빠르게 신임 비상대책위원장을 내정했다. 신임 비대위원장으로는 원내 ‘막내’인 김용태 의원이 발탁됐다. 김용태 국민의힘 비대위원장 내정자는 1990년 생으로 과거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후보 측근을 일컫는 ‘천아용인’ 멤버이기도 하다.

김 후보 측은 우선 당내 갈등 수습에 총력전을 쏟겠다는 전략이다. 당이 통합되지 않으면, 빅텐트가 존재할 수 없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기 때문이다. 대선후보 선출 과정서 대척점에 서 있던 권성동 원내대표를 유임하고 윤석열 전 대통령 출당에 모호한 스탠스를 취하는 것 역시 당내 통합 차원 행보라는 관측이 당 안팎서 나온다.
김 후보는 한덕수 전 총리 선거캠프 대변인을 맡았던 이정현 전 새누리당 대표와 친윤계 김기현 의원을 공동선대위원장으로 임명했다. 홍준표 캠프에 있던 이성배 전 MBC 아나운서도 캠프 대변인으로 합류했다. 경선 과정서 각 캠프에 흩어져 있던 인사들이 김문수 캠프로 결집하는 모양새다.
김 후보는 그동안 국민의힘 경선주자 중 본선 경쟁력이 약한 인물로 분류돼 왔다. 민주당이 단일화 진통 과정에서 한덕수 전 총리를 집중 공격했던 것도 이 때문이었다. 이는 앞서 언급한 것처럼 김 후보의 외연 확대 한계와 맞닿아 있다. 김 후보로선 짧은 대선 선거운동 기간에 무당층 공략을 위한 특단의 행보를 보여줘야 하는 상황이다.
김 후보가 집안을 추스른 후에 ‘반명’ 키워드를 전면에 내세울 것으로 점쳐지는 것도 이런 배경에서 풀이된다. 무당층에 퍼져 있는 이재명 비토기류를 적극 활용하겠다는 노림수다. 사법부가 이재명 후보 재판들을 대선 이후로 연기, 사법리스크 변수가 줄어들었다는 점은 김 후보로선 아쉬운 지점이다.
여권에선 세 차례의 대선후보 TV 토론회에서 김 후보가 어떠한 퍼포먼스를 보여주느냐에 따라 승패가 갈릴 것으로 보는 이들이 적지 않다. 당직자 출신 여권 인사는 “결국 대선은 후보가 결정된 뒤 51 대 49 싸움으로 흘러가게 된다”면서 “김 후보 특유의 정치력을 바탕으로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한다면, 기적을 기대할 수 있다는 시선도 있다”고 했다.
이 인사는 “짧은 시간 안에 반전 계기를 마련해야 하는 만큼, 김 후보 측이 준비해 놓은 ‘비단 주머니’가 있을 것”이라면서도 “시간이 흐르면서 자연스럽게 선거 해법도 명확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정책이나 인용술만으론 대선서 바람을 일으키긴 쉽지 않다”면서 “상황을 반전시킬 변곡점을 스스로 만들어야 하는 상황인데 김 후보 장기인 ‘투쟁력’이 바람을 일으킬 수 있는 요소인지는 지켜봐야 할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정치평론가 채진원 경희대 공공거버넌스연구소 교수는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후보 상황을 낙관적으로 볼 수 없다”면서 “좌파에서 우파로 전향하며 이념은 바뀌었지만, 고집과 불통이라는 이미지는 여전히 김 후보의 약점”이라고 짚었다.
채 교수는 “이념이 바뀐 것은 반독재 투사가 반공 투사로 변신한 격”이라면서 “청년이나 중도층을 아우르는 국민 정서에 대한 공감력이 떨어지는 부분도 약점으로 지적된다”고 했다. 그는 “김 후보 입장에선 인생 마지막 선거가 될 가능성이 큰데, 정치 지형이나 상황이 그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흘러가는 것처럼 보이진 않는다”고 덧붙였다.
이동섭 기자 hardout@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