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롯데이노베이트, 기대는 받았지만 현실은…
2023년 말 기준 국내에서 가장 기대 높았던 AI기업 중 하나가 롯데이노베이트(당시 롯데정보통신)였다. 당시 롯데이노베이트는 매분기 성장 추세를 보이고 있었는데, 2024년과 2025년, 2026년 매출이 매해 1000억~2000억 원씩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다. 신한투자증권은 롯데그룹의 인수합병(M&A)으로 계열사가 계속 늘고 있고, 스마트 물류 자동화 확대로 매출 성장이 지속될 것이라고 했다.
전기차 충전과 메타버스 신사업도 2024년부터 본격적으로 매출이 발생해 기업가치 증대 요인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한화투자증권 또한 롯데그룹 계열사들의 스마트팩토리와 물류 및 리테일 부문의 IT 인프라 투자가 본격화할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1년 6개월이 지난 현재 되돌아보면 당시 기대했던 것은 하나도 이뤄지지 않았다. 올해 증권가가 추산하는 롯데이노베이트 실적은 매출 1조 2728억 원, 영업이익 411억 원이다. 설령 증권가 예상치를 달성한다고 해도 2023년 실적과 비교하면 역성장이 불가피한 것이다. 2023년 당시 신한투자증권이 예상했던 롯데이노베이트의 2025년 실적은 매출 1조 5073억 원, 영업이익 931억 원이다. 당시 예상치와 비교하면 매출은 20% 가까이 모자라고, 영업이익은 추정치의 절반도 되지 않는다.
롯데이노베이트는 그룹 계열사들의 실적 부진으로 일감을 받지 못하는 데다 메타버스와 전기차 충전 자회사가 제 몫을 못 해주고 있다. 롯데이노베이트의 전기차 충전 자회사 이브이시스(EVSIS)는 1분기 충전 단가 인상과 투자 축소에도 불구하고 20억 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롯데이노베이트는 1분기 전체 매출이 2848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3%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22.7% 감소했다.
증권가에서는 롯데이노베이트가 홍보에만 열을 올린다는 듯한 뉘앙스의 지적도 내놨다. 오강호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실적과 관련한 보고서에서 “4분기 영업이익은 85% 감소한 26억 원인데, 이는 증권가 예상치를 77% 하회한 수치”라면서 “CES(세계 최대 가전·정보기술 전시회) 행사 참가 등의 영향으로 판매관리비는 16% 늘었다”고 적었다.
이에 대해 한 자산운용사 대표이사는 “롯데이노베이트는 2023년부터 CES에 참석했는데, 매해 상당한 비용을 들였다”면서 “외부에서는 회사 사이즈 대비 너무 무리한 것 같다고 얘기하지만, 내부적으로는 롯데그룹 3세인 신유열 롯데지주 미래성장실장이 부스에 오래 머물러 고무된 분위기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롯데이노베이트 관계자는 “언젠가 올 세상이라고 판단하고 (AI를 비롯한) 신사업에 투자를 계속하고 있다. 어려운 가운데 도전하고 있는 것에 대해 노력하고 있는 점을 관심있게 지켜봐 주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현대오토에버·포스코DX도 실적 부진
현대오토에버 또한 1분기 실적이 기대치를 밑돌았다. 매출이 8333억 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14% 늘었지만, 영업이익이 267억 원으로 증권가 컨센서스(420억 원)를 36% 하회했다.
현대오토에버는 차량용 내비게이션 판매 부진으로 1분기 어닝 쇼크를 기록했다는 계열 증권사의 보고서가 나왔다. 김현용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차량 소프트웨어 분야는 1분기 매출이 사상 최저 성장률을 기록했다”면서 “전장 소프트웨어 전체적으로는 전년 대비 50~60% 고성장했는데, 내비게이션 매출이 거의 플랫한(고른) 수준에 머물렀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내비게이션 매출 정체만으로 차량 소프트웨어 이익률(마진)이 급감한 것은 우려 요인”이라며 “2분기는 마진이 개선되겠으나 이익 레버리지를 기대하기는 힘든 환경일 것으로 판단한다”고 내다봤다.
철강업체 포스코와 포스코퓨처엠 등 2차전지 계열사들로 인한 스마트팩토리 수혜 기대감이 크다면서 한때 주목받았던 포스코DX는 현재는 커버하는 증권사가 없다. 이 회사 또한 1분기 실적이 전년 실적을 밑돌았다. 매출은 2968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2.6%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229억 원으로 35% 줄었다. 신규 수주도 38.3% 감소한 2038억 원에 그쳐 향후 실적 전망 또한 어두운 상황이다.
현대오토에버는 1분기 실적 부진과 관련해 투자자들의 불안이 커지자 NDR(자금 조달이 목적이 아닌 기업설명회)에서 “중장기적으로 성장 동력은 충분하다”고 강조했다. 1분기 실적 부진은 미국 관세 정책으로 인한 고객사 물량 둔화 등 간접적인 타격 때문으로, AI 자동화에 대한 수요가 높아져 스마트팩토리와 로보틱스 AI 솔루션 매출 증가는 여전히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현대차그룹이 목표로 하는 SDx가 실현되는 2029년이면 관련 사업이 최소 5~6배 성장할 것이란 관측도 내놨다.

하지만 NDR 참석자 중 일부는 부정적인 의견을 피력하고 있다. 일부 전문가는 현대오토에버를 포함한 국내 SI업체가 AI기업으로 인정받으려면 기존의 사업구조에서 완전히 탈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무엇보다 그룹 외 물량을 받아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모회사로부터 일감을 수주해 봐야 이익률은 박하기 마련이고, 포스코나 현대차의 사례처럼 모회사 사정이 안 좋으면 마찬가지로 실적이 둔화 국면에 접어들 때가 많다는 것이다.
실제로 SI업계 '빅3'로 꼽히는 삼성SDS와 LG CNS, SK C&C는 그룹사 외 글로벌 기업 일감을 따오는 등 해외 등으로 매출처 다변화를 꾀하거나 계열사에 새로운 서비스를 제공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최근 가장 돋보이는 성적표를 내미는 곳은 LG CNS다. LG CNS는 AI 사업에 대한 기대치를 너무 많이 부여해, 높은 공모가를 책정하는 바람에 2월 상장 이후 단 한 번도 공모가(6만 2000원)를 회복하지 못한 상태이지만, 그래도 주가는 4만 원대 저점을 찍고 조금씩 오르고 있다.
LG CNS는 AI-클라우드 사업 확대 등으로 인해 1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144% 증가했고, 2분기 이후로도 실적 개선 추세가 이어질 것이란 기대가 나오고 있다. 최근 사명을 SK AX로 변경한다고 발표한 SK C&C는 2021년만 해도 매출의 4%에 불과했던 해외 매출을 20% 가까이 끌어올렸다.
현대오토에버 관계자는 “최근에 코엑스에서 열린 스마트공장·자동화산업전(AW2025)에서 AI가 제어하는 모든 시스템을 SW로 통합하고 제어하는 소프트웨어 중심 공장 네오팩토리를 선보였다”면서 “매출액은 1분기 기준 사상 최대였다. 1분기 수익성 감소는 일부 프로젝트 계약 지연으로 인한 일시적 현상이다. 2분기에는 회복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설명했다.
민영훈 언론인
박호민 기자 donkyi@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