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액주주들과 정치권에서는 ‘개미투자자’를 죽이는 탐욕적 상폐 추진이란 비판이 쏟아졌다. 하지만 신성통상이 앞으로 약 11% 지분만 더 확보하면 자진상폐가 가능해 조만간 다시 공개매수에 나설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당시 신성통상은 공시를 통해 “관련 법령 및 규정상 요건 및 절차 등을 충족하면 자발적인 상장폐지를 신청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현행법상 상장폐지를 하려면 지분 95% 이상 확보해야 한다.
지난 5월 기준 신성통상의 최대주주는 지분 45.63%를 보유한 가나안이며 2대 주주는 20.02%를 보유한 에이션패션이다. 여기에 염태순 회장(2.21%)과 그의 세 딸 혜영·혜근·혜민(각각 5.3%), 사위 박희찬 씨(0.1%)까지 포함하면 특수관계인 전체가 보유한 지분은 총 83.87%이다. 상장폐지 기준을 충족하려면 11.13% 지분을 더 확보해야 한다.
소액주주들은 염 회장의 세 딸이 가나안에 신성통상 주식을 매각했을 당시 가격(4920원)에 비해 지난해 공개 매수 가격(2300원)이 너무 낮다고 반발하며 대부분 공개 매수에 응하지 않았다. 2021년 6월 염 회장은 세 딸에 신성통상 주식을 각각 4%씩 증여했다. 당시 주가는 2645원이었다. 3개월 후 신성통상 주가가 급격히 상승했고, 세 딸은 가나안에 해당 주식을 당시 주가(4100원)에 20% 할증한 1주당 4920원에 매각한 바 있다.
신성통상은 그동안 소액주주들과 ‘주주환원’ 문제로 마찰을 계속 빚어왔다. 오너 일가가 보유한 회사에는 고배당 기조, 신성통상에는 저배당 기조를 보여온 탓이다. 신성통상은 지난 10년 동안 이익잉여금을 계속 축적하면서도 주주들에게 배당은 인색해 소액주주들 사이에서 ‘짠물 배당’으로 인식돼 있다.
최근 10년 동안 신성통상의 주주 배당은 1건으로, 2023년 총 71억 원(1주당 50원 기준)을 배당한 것이 전부다. 그해 배당률은 10%다. 신성통상은 연 매출 약 1조 5000억 원 규모의 중견 패션기업으로, 최근 몇 년간 5~8%의 순이익률을 유지해 왔지만 배당은 소극적인 기조를 이어가 올해 3월 기준 3723억 원의 이익잉여금이 쌓여 있다.
반면 오너 일가 회사인 가나안과 에이션패션은 고배당 기조를 이어오고 있다. 염 회장의 장남 염상원 씨가 지분 82.43%를 보유하고 있는 가나안은 2021년부터 3년 동안 중간·연차 배당으로 410억 원을 배당했다. △2021년 중간배당 20억 100만 원(1주당 배당률 69%) △2021년 연차배당 39억 9620만 원(137.8%) △2022년 연차배당 200억 1000만 원(690%) △2023년 중간배당 100억 500만 원(345%) △2024년 연차배당 50억 540만 원(172.6%) 등이다. 장남 염 씨가 배당으로 가져간 금액만 340억 원에 달한다.
염 회장(53.3%)과 가나안(46.5%)이 지분을 대부분 보유하고 있는 에이션패션도 2022~2023년 약 300억 원을 배당했다. 2022년 100억 1970만 원(640%), 2023년 197억 9200만 원(324%)이다. 배당금은 고스란히 염 회장과 염상원 씨 개인회사 가나안이 가져갔다.
권계환 신성통상 소액주주연대 대표는 ‘일요신문i’와 통화에서 “가나안이 염 회장의 세 딸 지분 인수 당시 평가한 주식 가치는 주당 4920원이었다. 신성통상도 2021년보다 성장했기에 2차 매수가 진행된다면 주가를 제대로 평가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오너 일가 회사는 고배당, 소액주주들이 포함된 신성통상은 저배당 기조를 이어오고 있어 주주들의 불만이 높다”고 말했다.

지난해 말 2000원대 초반에 머물러 있던 신성통상 주가는 최근 이렇다 할 호재 없이 우상향 중이다. 업계에서는 신성통상 대주주의 2차 공개매수 시점이 임박해 주가에 기대감이 반영된 것으로 보고 있다. 대선 정국 유력 후보가 소액주주 권리 강화, 자사주 소각 의무화 등 공약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 주주환원 확대 기대감을 불어넣은 것도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IB업계 한 관계자는 “신성통상 대주주와 소액주주 간 주주환원을 둔 줄다리기가 오랜 시간 지속됐다”며 “소극적인 주주환원 사례로 신성통상이 직접적으로 언급되고 있는 만큼 신성통상이 상장폐지를 서두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현재 소액주주들이 보유한 신성통상 주식은 약 2300만 주로, 공개매수를 통해 1주당 4920원에 인수한다면 가나안과 에이션패션이 필요한 현금은 1150억 원대로 추산된다. 가나안과 에이션패션은 이익잉여금을 각각 3700억 원, 1000억 원을 쌓아두고 있어 주식 매입에 어려움을 겪진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소액주주연대도 최근 주주행동에 나섰다. 권계환 대표는 “신성통상 임시주주총회를 위해 지난 21일부터 전자위임장 접수를 받고 있다”며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주주환원과 감사 교체 등 주주제안을 할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정동민 기자 workhard@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