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소문의 진원은 씨앤엠 인수전이다.서울 지역 최대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인 씨앤엠(C&M) 인수전에서는 3조 원을 써낸 MBK파트너스가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 따르면 최근 골드만삭스가 실시한 씨앤엠 보유 지분 매각 입찰에는 MBK파트너스와 맥쿼리PEF, 칼라일 등 사모펀드들이 대거 참여했다. 매각 주간사인 씨티그룹은 지난달 21일 골드만삭스가 보유한 씨앤엠 지분(30.48%)에 대한 매각 입찰을 마감했다.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MBK의 경우 그동안 맥쿼리 등과 함께 이 회장 지분 매입 의사를 보여 왔다.
업계 한 관계자는 “MBK가 이번 씨앤엠 인수 가격으로 3조 원을 제시한데 이어 2조 7000억 원을 써낸 칼라일이 두 번째 협상자로 선정됐다”고 말했다.
씨앤엠은 전체 가입자 수가 203만 명에 이르며 서울 용산구, 마포구, 송파구 등 15개 구역에서 유선방송을 서비스하고 있다. 씨앤엠은 가입자당 100만 원 가치를 인정받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는 GS그룹이 강남케이블TV를 인수할 때 가입자당 160만 원대로 계산한 것에 비하면 싼 편. 하지만 3조 원의 투자 원금회수에만 10년 가까이 걸린다는 점에서 웬만한 재벌들도 달려들기 힘들다는 게 재계의 중론이다.
이번 지분 매각은 이미 한달여 전에 예고된 자연스런 절차다. 하지만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드는 부분도 있다.
SO업계 관계자들은 당초 알려진 골드만삭스의 지분 30.48%뿐 아니라 이민주 씨앤엠 회장(51.92%)과 부인(9.25%)이 보유한 61.17%의 지분도 함께 매각됐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여기에 6000억 원에 이르는 부채도 MBK 측이 승계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MBK 측은 90%가 넘는 씨앤앰 지분을 확보하게 되는 셈이다. 경영권을 공고히한다는 차원에서 지분율은 높을수록 좋겠지만 문제는 SO사업은 외국자본에 대한 규제가 존재하는 분야라는 점이다.
현행 방송법에 따르면 SO의 전체 지분 중 외국인 지분이 49%만 넘지 않으면 외국자본이라도 최대주주 등극이 가능하다. 방송위원회 뉴미디어부 관계자는 “방송법상 SO의 경우 최대주주가 변경될 경우 방송위 승인을 받아야 하지만 대표이사 국적 문제 등 몇 가지 조건만 지킨다면 외국자본이 SO의 1대주주가 되는 것 자체는 법적으로 하자가 없다”고 말했다.
한국 국적을 가진 대표이사를 내세운다면 외국자본도 최대주주가 되는 것은 문제가 없다는 뜻이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지분율이 49%를 넘지 않을 때에 국한되는 얘기다.
여기에다 초고속인터넷 사업을 겸하고 있는 SO의 경우 기간통신사업자 자격도 함께 갖기 때문에 전기통신사업법 상의 외국인 지분제한 규정이 적용된다. 물론 기간통신사업자의 외국인 지분제한은 한미FTA타결과 함께 폐지가 결정됐지만 아직은 49%라는 외국인 지분제한선을 지켰을 때에만 법적인 하자가 없다. 전기통신사업법 상 기간통신사업자는 15% 이상의 지분변동시엔 정통부의 인가를 받는 절차를 밟아야 한다.
즉, MBK가 이민주 회장 부부 보유주식까지 인수해 지분율이 90%가 되면 승인을 받기가 어렵다는 뜻이다. 그런데도 MBK가 3조 원이라는 막대한 자금을 투입해 주식을 사들이기로 한 까닭은 뭘까.
이에 대해 유선방송업계에서는 “이번 입찰에 참여한 사모펀드들은 대부분 SO를 확보하려는 홈쇼핑 업체들의 지원을 받았다는 게 정설”이라는 얘기가 흘러 나오고 있다. 여기서 롯데가 등장한다.
업계는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MBK파트너스는 롯데와, 2위로 선정된 칼라일은 현대와 각각 손을 잡은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 사업자를 컨소시엄 형태로 끌어들임으로써 외국인 지분제한이라는 규제도 피하고, 막대한 인수 자금부담도 덜 수 있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노린 셈이다.
롯데입장에서는 MBK의 씨앤엠 인수가 마무리되면 롯데홈쇼핑이 서울의 주요지역에서 프리미엄급 채널을 확보하는 효과를 누릴 수 있게 된다.
하지만 롯데 측은 시장의 이런 소문에 관해 손사래를 친다. 롯데 관계자는 “MBK와 롯데는 전혀 관계가 없다”며 “3조 원에 가까운 SO 인수는 그룹으로서도 다소 무리가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하반기에도 롯데의 씨앤엠 인수설이 나왔지만 당시에는 양사 모두 부인했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씨앤엠 대주주의 매각 의지가 확인됐고 매각작업이 진행되고 있는 것. 롯데 입장에서도 롯데홈쇼핑(우리홈쇼핑) 경영권 분쟁에서 S급 채널 확보 때문에 태광그룹에 당했던 설움(?)을 일시에 털어낼 기회이기도 하다.
홈쇼핑업체들은 MBK와 롯데가 손을 잡은 것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면서 유통공룡 롯데의 추진력에 모두 긴장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또한 롯데의 SO 진출로 인해 S급 프리미엄 채널 확보를 위해 각사들이 경쟁하는 과정에서 채널 사용료가 급등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롯데홈쇼핑은 우리홈쇼핑을 인수한 뒤 프리미엄 채널을 확보하기 위해 경쟁하는 과정에서 채널 사용료를 후하게 지급해 업계의 눈총을 받았다. ‘S급’으로 불리는 프리미엄급 채널은 시청자들이 자주 보는 공중파 방송 사이에 낀 채널을 말한다. 보통 6, 8, 10번이 S급에 해당된다. 4, 12번 등 한 쪽만 공중파 방송에 접한 채널은 A급으로 분류된다. 이처럼 3개밖에 없는 S급 채널 확보를 위해 홈쇼핑 업체들은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중이다.
SO들은 홈쇼핑 업체에 노골적인 요구를 하기도 하고, 이런 요구를 들어주지 않을 경우 아예 방송을 차단해 버리는 경우도 있었다. 어차피 홈쇼핑 업체들로서는 SO의 프리미엄급 채널 확보를 위한 자금지출은 피할 수 없는 일인 셈이다.
이런 측면에서 롯데가 씨앤엠 인수를 위해 MBK와 손을 잡았다는 업계의 소문은 충분히 개연성이 있는 일이다. 어차피 해마다 집어줘야 할 돈이라면 아예 주인이 되는것도 나쁘지 않은 방법이기 때문이다.
이영복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