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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선거가 끝났다. 대한민국을 뜨겁게 달군 ‘정치의 계절’은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의 승리로 막을 내렸다. 하지만, 야구계는 지금부터 시작이다. 대통령선거만큼 치열한 ‘10구단 선정 작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됐기 때문이다. 한국야구위회(KBO) 양해영 사무총장은 “수원과 KT, 전북과 부영이 손을 잡고 10구단 창단 신청서를 낼 것으로 예상한다”며 “두 지역과 기업의 10구단 창단 열망이 강해 과연 10구단 주인으로 누가 선정될지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야구계는 “수원과 전주 모두 10구단이 들어서기엔 좋은 지역”이라면서 “지역보단 결국 기업의 재정건전성과 야구에 대한 애정이 10구단 창단 심사에서 가장 중요한 고려사항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12월 11일 9개 구단 사장들이 모인 KBO 이사회는 만장일치로 10구단 창단을 승인했다. 몇몇 구단의 몽니로 1년 넘게 난항을 겪던 10구단 창단이 가시화되는 순간이었다. 당시 KBO는 “최소 2개 이상의 기업이 창단 신청서를 제출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여기서 최소 2개 기업은 수원 연고를 희망하는 KT와 전주를 연고지 삼으려는 부영이다. KBO 관계자는 “두 기업이 통신 재벌, 건설 재벌로 잘 알려진 대기업들이라 야구단 창단엔 무리가 없다”며 “항구적 구단 운영이란 측면에서도 전혀 불안해할 이유가 없는 기업들”이라고 설명했다.
기업 규모로 치자면 KT가 부영을 다소 앞선다. KT는 계열사 50개에 자산총액 32조 원(이하 2012년 4월 공정거래위원회 발표 기준), 매출액 20조 원이 넘는 재계 순위 11위의 대기업이다. 한화(재계순위 10위), 두산(12위) 등 기존 프로야구단을 운영하는 대기업과 비교해 결코 떨어질 게 없다.
이에 반해 부영은 재계순위 30위, 민간기업 기준으론 재계 순위 19위로 KT보다 외형은 작다. 그러나 건설, 금융 등 계열사 16개, 해외법인 10개를 두고, 지난해 기준 자산 규모가 무려 12조 5438억 원에 이르는 대기업이다.
지난해 매출 역시 1조 5650억 원, 당기순이익 3881억 5200만 원으로 KBO가 제시한 프로야구 창단 기업 조건인 ‘유동비율 150% 이상, 당기순익 1000억 원 이상’을 모두 충족한다. 부영 측은 “9구단 NC가 창단 승인을 받을 당시 당기순이익이 1738억 원이었다”며 “우리는 NC보다 2배 이상의 순이익을 내는 알짜 회사”라고 강조했다.
기업 규모가 크다는 점에서 KT와 부영은 후한 점수를 받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두 기업의 판이한 기업 구조 때문에 동시에 단점을 지적받기도 한다. 먼저 KT다.
KT는 공기업에서 민간기업으로 전환한 지 꽤 됐다. 하지만, 여전히 ‘경영 독립성이 정치권의 입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평을 듣는다. 새로운 회장이 취임할 때마다 정권 개입 시비가 일고, 외부 인사를 영입할 때도 정권과의 연관성이 줄곧 논란이 됐다. 무엇보다 회장이 바뀔 때마다 KT의 기업 노선이 크게 바뀐다는 게 문제로 지적받아왔다.
모 야구인은 “2007년 KT가 현대 유니콘스를 인수하겠다고 선언했지만, 사외이사들과 노조가 반대하는 통에 지금의 히어로즈가 탄생했다”며 “당시 KT 회장이 바뀌고서 야구단 인수가 완전히 물 건너간 적이 있다”고 말했다.
부영을 지지하는 일부 야구인도 “KT는 아직까지 공기업 성격이 강하기 때문에 현 회장이 물러나면 야구단 역시 존폐 위기에 처할지 모른다”며 “CEO가 누구냐에 따라 야구단의 운명이 뒤바뀔 수 있는 KT는 10구단 주체로 적합하지 않다”고 주장한다.
반면 부영은 강력한 오너 1인 체제다. 기업 운영도 비밀에 싸여 있다. 이중근 회장이 주식의 70%을 보유하고 있고, 17개 계열사 전부가 비상장사인 까닭이다. 올해 공정거래위원회가 ‘2012년 대기업집단 주식소유현황 및 소유지분도 분석결과’를 발표하며 기업공개비율이 가장 낮은 집단에 부영을 포함한 것도 계열사들이 전부 비상장사였기 때문이다.
총수 일가의 이사등재 비율이 지나치게 높은 것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부영의 총수일가 이사등재 비율은 30.9%로 재계 최상위권이다. 평균 9.2%보다 3배 이상 많다. 물론 부영은 “기업 재정력이 탄탄하기에 굳이 상장할 이유를 찾지 못했을 뿐”이라며 “1인 오너 체제이기 때문에 그만큼 강력하게 야구단 운영을 지원해줄 수 있다”고 강조한다.
하지만, 일부 야구인의 생각은 다르다. KT를 지지하는 모 야구인은 “부영이 비상장사이기 때문에 되레 1인 오너 체제가 흔들리면 야구단에까지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여기다 회장이 변심할 경우 언제든 야구단이 사라질 수도 있다”는 말로 부영의 10구단 선정을 회의적으로 평가했다.
그간 10구단 창단 작업에 소극적이란 평가를 들었던 KT는 12월 들어 수원과 손을 잡고, 적극적인 유치활동을 벌이고 있다. KT 스포츠단의 중역은 “이석채 회장을 비롯해 사외이사, 노조가 힘을 합쳐 10구단 창단을 준비하고 있다”며 “CEO가 누가 되든 항구적으로 야구단을 운영할 것”이라고 밝혔다. 덧붙여 이 중역은 “2007년 현대 인수 실패 이후, 꾸준히 프로야구를 연구하고 관심있게 지켜봤다”며 KT를 ‘준비된 10구단’이라고 소개했다.
부영 관계자 역시 “10구단을 꼭 전북에서 창단하고 싶다”며 “이 회장의 야구사랑과 진정성을 많은 이가 알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지만, 부영의 이 회장은 지난해 초 야구계 실세 Y 씨의 권유로 10구단 창단을 모색했었다. 당시 Y 씨가 권유한 연고지는 수원이었다. Y 씨와 절친했던 이 회장은 “한 해 야구단 운영비가 얼마나 드냐”고 묻고 “1년에 300억 원 정도가 들어 간다”는 답을 듣자 “그 정도 금액이면 야구계 발전을 위해 쓰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Y 씨가 전격 구속되며 부영의 10구단 창단은 무산됐다. 이 회장이 10구단 창단에 도전한 게 이번이 처음은 아니라는 소리다.
박동희 스포츠춘추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