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적인 줄거리만 떼어 놓고 보면 “대체 이게 무슨 소리냐” 싶을 정도로 당황스럽지만, 이 작품은 공개 직후 입소문을 타고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성적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공개 1일 차인 6월 21일에는 미국, 독일, 프랑스 등 17개국에서 영화 부문 시청 1위를 달성했고, X(옛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로 입소문이 번지면서 1위 순위 국가가 점차 늘어나기 시작했다. 공개 4일 차인 6월 25일 기준 한국 넷플릭스 시청 1위, 넷플릭스 서비스 국가 중에선 41개국에서 일간 순위 1위를 기록했다. 6월 20일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애니메이션 영화 '케이팝(K-팝) 데몬 헌터스'의 이야기다.

이처럼 독특한 설정에 더해 '케이팝 데몬 헌터스'는 K-팝이라는 전 세계적 인기 코드를 중심으로 실제 무대에서도 완벽하게 불릴 수 있는 사운드 트랙을 완성해 국내는 물론, 해외 K-팝 팬들에게 큰 화제가 됐다. YG엔터테인먼트 메인 프로듀서 출신인 테디가 이끄는 '더블랙레이블'과의 협업으로 만들어진 이 곡들은 헌트릭스 멤버들의 정체를 소개하는 첫 곡 '하우 잇츠 던'(How It's Done)을 시작으로 사자 보이즈의 데뷔를 알리는 곡 '소다 팝'(Soda Pop), 자신의 의무와 정체성 사이에서 고민하던 루미가 이를 떨쳐내고 일어서는 곡 '골든'(Golden), 악령으로서 본성을 드러내고 인간들을 현혹하는 사자 보이즈의 '유어 아이돌'(Your Idol) 등이다.
공개 후 '케이팝 데몬 헌터스' OST 앨범은 6월 23일(현지 시간) 기준 미국 아이튠즈 앨범 차트 1위를 차지했으며 미국 애플뮤직 앨범 차트는 4위까지 올랐다. 애니메이션 속 아이돌이 현실 아티스트와의 순위권 경쟁에 나선 셈이다 .
넷플릭스 오리지널 애니메이션이 공개 직후 이 정도의 파급력과 화제성을 보인 것은 2021년 시즌 1이 공개된 '아케인'이 있다. 게임 '리그 오브 레전드'를 기반으로 게임 캐릭터인 징크스, 바이의 탄생과 서로 어긋난 길을 갈 수밖에 없었던 비극을 그렸다. 이 애니메이션 시리즈는 공개 일주일 만에 넷플릭스 서비스 국가 중 52개국에서 시청 순위 1위를 기록하며 그해 최고의 화제작에 등극했다.

이런 점에서 볼 때, 입소문을 타고 작품과 OST 모두 인기 상승세를 올리고 있는 '케이팝 데몬 헌터스'도 마지막까지 좋은 성적표를 받아낼 수 있을지에 관심이 몰린다. 앞선 '아케인'의 경우 원작 게임의 인기와 함께 OST를 직접 부른 아티스트들의 영향도 있었던 반면, '케이팝 데몬 헌터스'는 단순히 K-팝이라는 문화의 특정 하부 카테고리를 기반으로 제작된 작품이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어떻게 본다면 게임보다 더 마이너하게 여겨질 수 있는 소재의 작품이 공개 첫 주가 채 되지 않은 기간 동안 기대 이상의 성적을 낸 것인 만큼 최종 성적이 넷플릭스 역대 오리지널 애니메이션 작품 최상위권에 들어갈 수 있을지에 이목이 집중된다.
특히 '케이팝 데몬 헌터스'는 해외 K-팝 팬덤은 물론, 적극적인 팬까지는 아니어도 한국에 조금씩 관심을 갖기 시작한 시청자들에게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 영향력의 중심에는 제작을 맡았던 소니픽처스의 한국계 아티스트들이 장면 곳곳에 넣어둔, 전통과 현대를 잇고 있는 한국적인 요소가 있다. 초대 데몬 헌터스였던 조선시대 세 명의 여성 무속인의 등장에서 보여준 이들의 전통 복식과 무기, 장신구부터 현재의 데몬 헌터스인 헌트릭스 멤버들이 누리는 일상 속 현대 한국의 모습, 여기에 한국의 전통 민화인 '작호도'(까치와 호랑이를 그린 민화)를 모티브로 한 귀여운 마스코트까지 어느 것 하나 흠잡을 수 없는 디테일로 해외 시청자들의 한국에 대한 호기심을 자극하는 것이다.

이어 "이 영화는 최근 몇 년 동안 한국 문화가 K-팝, 영화와 드라마 등의 엔터테인먼트 분야에서 쌓아온 막대한 영향력에서 영감을 받았다"라며 "'케이팝 데몬 헌터스'는 현대의 한국을 배경으로 한국 문화를 다루는 최초의 애니메이션 영화이며, 성우 및 보컬 모두 한국인 탤런트로 캐스팅한 점이 뜻깊다. 영화를 만들며 한국 문화나 K-팝에 익숙하지 않던 많은 아티스트분들이 영화 속 등장인물과 음악에 깊이 공감했다는 말을 정말 많이 해주셔서 감회가 새로웠다. 우리가 왜 이런 영화를 만드는지 다시금 일깨워줬다"고 말했다.
매기 강과 함께 감독과 각본을 맡은 크리스 아펠한스는 "전 세계적으로 단절되고, 사람 간 교류를 찾아보기 힘들던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에 매기와 함께 이 영화를 기획하기 시작했다"며 "그런데 BTS(방탄소년단)가 온라인 콘서트를 개최하고, (우리를 비롯한) 전 세계 수백만 인구가 갑자기 본인의 집에서 '다이너마이트'(Dynamite)에 맞춰 노래하고 춤추기 시작했다. 잠시나마 세상이 조금 밝아진 느낌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재미와 트렌드가 가득하고 과감한 액션이 등장하면서 동시에 정말 좋은 노래 한 곡이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아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차별과 어둠을 무력화하고 우리 안에 깃든 악마까지도 힘을 잃게 만드는 순간과 느낌을 포착하고 싶었다"며 "부디 영화 속 등장인물들이 떠나는 여정과 이들이 부르는 노래에서 BTS가 수년 전 우리에게 선사했던 경험의 일부나마 여러분들이 느낄 수 있기를 소망한다"고 전했다.
한편,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전 세계적인 인기에 힘입어 시청자들의 스핀오프 등 후속작에 대한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이에 대해 매기 강 감독은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이미 확장된 세계관과 캐릭터 후속 이야기를 구상 중이라고 전하면서도 공식적인 속편 제작 확정은 시청 반응과 스트리밍 성과에 따라 본격적인 논의가 가시화될 수 있다고 답했다.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