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8년 1월 인천 중구 신흥동 인근에 ‘생활숙박시설’ 신축 사업이 시작됐다. 생활숙박시설은 숙박용 호텔과 주거형 오피스텔이 합쳐진 시설이다. 주택법이 아닌 건축법 적용을 받는다.
그해 1월 30일 인천중구청은 총 247호실 규모(지하 2층, 지상 14층)의 생활숙박시설 건축허가를 내줬다. 분양사업자는 신 아무개 씨다. 시공사로는 H 건설이 참여했고, M 주식회사가 분양대행 업무를 위탁받았다. 3월 12일 선분양 모집이 개시됐다. 다음 날인 3월 13일 구매자들이 분양대금(계약금, 중도금, 잔금) 납부를 시작했다. 구매자들은 약 4000만 원에서 약 1억 2000만 원 정도의 분양대금을 냈다.
3월 19일 착공 신고가 됐고, 분양관리신탁 계약서가 작성됐다. 이는 수분양자(구매자)를 보호하고 사업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신탁회사와 체결하는 계약이다. 계약서는 3월 20일 인천중구청에 접수됐다. 3월 22일 인천중구청은 사업자가 건축물 분양을 할 자격을 갖췄다고 확인해 주는 문서인 분양신고필증을 발급했다.

몇몇 구매자들은 분양사업자 신 씨, 시공사 H 건설 등을 고소했다. 이들은 신 씨가 분양계약을 이행할 의사나 능력이 없는 상황에서 분양계약을 진행하는 사기 행각을 저질렀다고 주장했다. H 건설이 신 씨를 ‘바지사장’으로 앞세워 사기행위를 했다고도 했다.
2024년 6월 서울고등법원 인천 제1민사부는 구매자 11명에게 분양대금 지급일로부터 2024년 6월 14일까지는 연 5%, 그다음 날부터는 채무를 청산하는 날까지 연 12%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건축물분양법이 수분양자를 보호하는 취지로 제정됐다는 점과 과태료를 받을 경우 분양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는 규정을 들어 원고들의 계약해지 요구가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분양대금을 반환하라고 했다. 다만 H 건설이 ‘사기행위’에 가담했다고는 보지 않았다.
#분양대금 반환 불투명
판결 이후 신 씨는 분양대금을 지급하지 않고 있다. 이에 구매자들은 신탁사가 해당 건물을 공매해서 돈을 지급하라고 요구했다. 이들은 2018년 3월 19일 체결한 분양관리신탁 계약 제19조 등을 근거로 내세웠다.
앞서 분양대금을 받은 아시아신탁은 2019년 5월 신한금융지주 자회사로 편입됐다. 2022년 6월 신한자산신탁으로 사명을 변경했다. 분양대금 신탁계좌 거래내역에 따르면 구매자들이 신한자산신탁에 납입한 금액은 약 101억 원으로 추산된다.
신한자산신탁 측은 구매자들에게 임의로 공매를 진행할 수 없다고 밝혔다. 계약상 우선수익자만 처분을 요청할 수 있다는 이유다. 우선수익자는 다른 이들보다 먼저 수익을 배분받을 권리가 있다
일부 구매자들은 반발했다. 신한자산신탁이 ‘분양관리신탁제도’ 취지에 어긋나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분양관리신탁제도는 부동산 개발 사업에서 선분양 시 수분양자(구매자)를 보호하고 사업의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해 도입된 제도다. 이들은 부동산담보신탁계약서에는 수분양자(구매자) 보호 조항이 없다고 주장했다. 새마을금고 등 돈을 빌려준 금융기관만 대변하고 있다고 했다.

윤지혜 부동산114 연구원은 “신탁이라는 게 항상 문제가 생기기 전에는 문제가 없다. 이자 지연이나 경매 처리 등의 과정들이 들어오면서 문제가 되는 것”이라며 “많은 사업을 쥐고 있을수록 수익이 높다. 신탁회사가 가지고 있는 역량 대비 많은 건들을 가져오려는 욕구가 생긴다. 그 과정에서 모든 신탁 물건들이 관리가 잘 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다만 윤 연구원은 “신탁회사는 신탁법에 의해 움직일 뿐이다. 신탁 회사가 잘못된 건지 신탁법이 잘못된 건지 들여다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신한자산신탁 측은 난감하다는 입장이다. 대주단 요청 없이 공매를 진행할 권한이 없기 때문이다. 사업이 정리되지 않아 신한자산신탁도 계속 손해를 입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모회사인 신한금융지주 관계자는 “(피해자들에게) ‘현재 법률적으로는 할 수 있는 부분이 없기 때문에 대주단의 결정이 제일 중요하다. 대주단을 설득하셔야 합니다’라고 안내를 해드리고 있다”고 전했다.
이강원 기자 2000won@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