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사의 이 한마디는 약 2년 만에 돌아온 걸그룹 블랙핑크의 마음을 단적으로 보여주기 충분했다. 블랙핑크는 전 세계를 통틀어 역사상 가장 성공한 걸그룹으로 꼽힌다. 그들은 직전 마지막 월드투어 ‘본 핑크’로 무려 180만 명을 모았다. 이 역시 걸그룹 기준, 역대 최고 규모다. 그런 블랙핑크가 2023년 소속사 YG엔터테인먼트와 전속계약이 만료되면서 ‘각자의 길’을 택했다. 하지만 블랙핑크로서 그룹 단위 활동은 YG엔터테인먼트와 함께하기로 다시 계약을 맺었다. 그리고 7월 5~6일 경기 고양체육관에서 포문을 연 새로운 월드투어 ‘데드라인’이 그 첫걸음이었다.

이틀 동안의 공연으로 블랙핑크는 약 7만 8000명을 동원했다. 이들을 위해 블랙핑크가 선택한 첫 곡은 ‘킬 디스 러브’였다. “빰빰빰”으로 시작되는 웅장한 브라스와 드럼 사운드가 울려 퍼지자 팬들은 일제히 함성을 쏟아냈다. 절도 있는 동작과 하늘을 찌르는 듯한 매끈한 고음은 여전했다. 블랙핑크는 ‘핑크 베놈’과 ‘하우 유 라이크 댓’ ‘불장난’을 연이어 부르며 분위기를 끌어올렸고, 팬들의 반응도 급가속하듯 순식간에 달아올랐다. 블랙핑크의 노래, 그리고 팬들의 응원에 맞춰 공식 응원봉인 ‘뿅봉’은 형형색색 옷을 갈아입었다.
블랙핑크 멤버들은 팬들의 참여를 독려하며 2년여의 공백으로 인한 어색함을 씻어냈다. 지수는 “둘째 날이니 더 재밌게 놀자”고 권했고, 제니는 “원래 이틀 차 공연에서 더 즐기고 흥 나는데 오늘은 앉아서 보는 것 같다”고 은근히 팬들을 약 올렸다. 그들의 모습을 스마트폰으로 담기 바쁜 팬들을 향해 로제는 “카메라가 너무 많다. 지금 실컷 찍고, 이따 (카메라를) 내리기로 약속해 달라. 안 지키면 화난다”며 공연에 보다 적극적으로 참여해줄 것을 요청했다.
이 공연에서는 신곡도 만날 수 있었다. ‘뛰어’(JUMP)는 그들이 무려 2년 8개월 만에 발표한 신곡이다. 아직 음원 공개 전이었기 때문에 콘서트에 온 팬들만 먼저 즐길 수 있는 특전이었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 다시 블랙핑크로 함께 뛰기 위해 새롭게 운동화 끈을 묶는 멤버들의 마음을 표현한 곡이었다. 지수는 “제목처럼 같이 ‘점프’해주셔서 감격했다. 관객들이 점점 더 잘 노는 것 같아 힘이 난다”고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솔로 활동으로도 괄목할 만한 성과를 낸 제니와 로제의 무대는 단연 돋보였다. 하얀색 옷을 차려입은 댄서들과 군무를 짠 제니는 ‘만트라’와 ‘라이크 제니’를 부르며 팬들을 열광케 했다. 로제는 감미로운 발라드와 댄스 장르를 동시에 선사했다. 그 화룡점정은 누구나 예상했듯 ‘아파트’였다. 그가 미국 팝스타 브루노 마스와 함께 부른 듀엣곡이었지만, 마스의 빈자리는 팬들이 대신했다. “채영이가 좋아하는 랜덤 게임∼”이라는 전주가 끝나자마자 그 자리에 모든 약 4만 명의 팬들은 마치 약속이나 한 듯 일제히 “아파트 아파트”를 떼창했다.
블랙핑크는 약 2시간 20분에 걸친 공연에서 25곡을 불렀다. 그들이 마지막 순간에 꺼내 든 곡은 ‘마지막처럼’과 ‘포에버 영’(Forever Young)이었다. 그들이 월드투어를 진행하며 애용하는 단골 레퍼토리다. 하지만 누구도 “변화도 없다”고 타박하지 않았다. 이번 공연의 끝을 알리는 동시에 또 다른 만남을 약속하는 블랙핑크의 인장과도 같은 히트곡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블랙핑크는 헤어짐을 아쉬워하는 팬들을 위해 ‘뛰어’를 앙코르로 다시 부른 후 ‘씨 유 레이터’(See U Later)로 마침표를 찍었다.

또한 블랙핑크가 국내에서 진행한 공연 중 처음으로 1회당 5만 명 가까이 수용하는 스타디움급 무대를 채웠다는 것도 의미가 남다르다. 2년의 공백으로 인해 팬들의 갈증이 더 커졌을 뿐, 팬덤의 크기는 줄지 않았다는 방증이기 때문이다.
제니는 “약 2년 만에 완전체로 모였다. 한국의 스타디움급 무대에서 월드투어를 시작하게 돼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로제가 “7년 전에는 이렇게 스타디움을 채울 생각을 못 했다”고 하자, 제니는 “전 (상상)했다. 저희의 꿈이 이루어졌다”면서 블랙핑크의 또 다른 시작을 알렸다.
안진용 문화일보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