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종범 감독이 출연 제안을 받은 것은 6월 초였다고 한다. 과거 이 감독이 축구 예능에 게스트로 출연한 것을 인연으로 친분이 생긴 ‘최강야구’ 담당 PD와의 저녁 식사 자리가 계기가 됐다. 이 감독은 “처음에는 ‘최강야구’를 준비하고 있는 줄도 몰랐다”라며 “이야기 도중 ‘최강야구’ 감독 제안을 받았지만, 현직 코치 신분이었기 때문에 사양의 뜻을 전했다”고 밝혔다.
그런데 며칠 뒤 은퇴한 후배들 몇몇이 이종범 감독에게 연락을 해왔다고 한다. 이 감독이 구심점이 돼 ‘최강야구’를 이끌어 달라는 부탁을 받고 여러 날을 고민했다는 그는 “‘최강야구’가 한국 프로야구 흥행에 많은 역할을 해왔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에 이강철 감독님께 상의를 드렸고, 감독님이 내 생각과 입장을 너그럽게 이해해 주신 덕분에 새로운 도전에 나서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KT 위즈를 응원해주시는 팬 여러분께 죄송하다는 말씀을 꼭 드리고 싶다. 시즌 도중 구단을 떠나는 결정은 결코 쉽게 내린 것이 아니었다”고 전했다.
감독직 최종 수락 이유에 대해 이종범 감독은 “야구 예능이 인기를 얻으면서 몇몇 후배들은 제2의 전성기를 누리며 많은 사랑을 받고 있지만, 그렇지 못한 후배들도 많다”라며 “최근 어려움을 겪고 있는 ‘최강야구’가 다시 뭉칠 수 있다면 더 많은 후배들에게 기회를 제공할 수 있고, 그 일에 나도 함께 도전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이종범 감독의 결정에 비판이 이어지는 까닭은 시즌이 한창 진행 중인 6월 말에 KT 위즈를 떠났기 때문이다. 이 감독은 “ ‘최강야구’가 한국 프로야구 흥행에 많은 역할을 해왔다”고 밝혔지만 엄연히 예능 프로그램이다. 현장을 지키던 코치가 돌연 예능 출연을 결정짓자 야구계와 야구팬들 사이에서는 아쉬움을 표하는 분위기가 조성됐다. 한국 프로야구를 대표하는 레전드 스타 출신으로 오랜 기간 코치 활동을 하며 프로야구 감독의 꿈을 키워왔지만, 이번 결정 탓 프로야구 감독으로 향하는 길이 사실상 막혀 버렸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종범 감독 역시 “처음에는 감독님도 걱정을 많이 하셨다. 절친한 후배의 야구 커리어에 대한 걱정이 크셨다. 후배가 정통 지도자의 길을 걷길 바라는 마음이 컸다”라며 “내 결정이 야구계에서 이례적인 행보로 비난받을 수 있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감독 제안을 받았을 때 나는 마침 구단에서 능력 있는 후배 코치들의 성장을 위해 한발 물러난 상황이었다. 내 존재가 오히려 부담이 될 수 있다는 걱정이 나에게도 있었다. 이 부분을 감독님께서도 헤아려 주셨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JTBC ‘최강야구’ 제작진은 이렇게 이종범 감독의 입장을 전달하면서 “한국 야구계의 전설 이종범 감독이 프로구단을 떠나는 힘든 결정을 내리면서 합류해 준 것에 감사한다. 촉박하게 섭외하는 과정에서 본의 아니게 구단과 프로야구 팬들에게 불편함을 드려 송구하다”며 “한국 야구의 성장과 발전에 기여하는 야구 콘텐트가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방송가에서는 스튜디오C1의 예능 프로그램 ‘불꽃야구’를 신경 쓰지 않을 수 없었기 때문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큰 사랑을 받은 기존 ‘최강야구’ 출연진이 장시원 PD와 함께 이동하면서 ‘최강야구’는 새롭게 출연진을 구성해야 했다. ‘불꽃야구’의 불꽃 파이터즈 감독은 프로야구계의 레전드 감독인 김성근이 맡고 있다. 김성근 감독에 맞설 스타급 감독의 섭외가 절실했던 ‘최강야구’ 제작진이 레전드 스타 출신인 이종범 감독을 무리해서라도 데려오게 된 것으로 보인다.

‘최강야구’ 제작진은 이종범 감독 선임과 동시에 선수단 구성에도 본격 돌입했다. 이 감독이 언급한 ‘그렇지 못한 후배들’이다. 실제로 야구 경기를 펼치는 예능 프로그램인 만큼 출연 은퇴 선수들의 야구 실력이 중요하다. 그렇지만 예능 프로그램의 특성상 출연하는 은퇴 선수들 개개인의 인기도 중요하다. 불꽃 파이터즈의 김성근 감독에 필적할 만한 감독으로 이종범을 섭외하는 무리수를 둔 ‘최강야구’ 제작진 입장에선 불꽃 파이터즈 선수단에 밀리지 않을 현역 시절 스타플레이어를 다수 섭외해야 한다.
이종범 감독 선임이 발표된 뒤 언론을 통해 김태균, 윤석민, 이대형, 심수창, 마해영, 나지완, 오주원, 허도환, 윤희상, 나주환 등이 합류한다는 소식이 이어졌다. 하지만 JTBC는 “섭외를 어느 정도 마친 뒤 명단을 공개하겠다”는 입장만 밝힌 뒤 물밑에서 빠르게 섭외 작업을 진행했다.
7월 2일 오후에 비로소 출연 선수단 명단이 공개됐다. 우선 투수진에선 KIA타이거즈에서 투수 4관왕에 오른 윤석민이 눈길을 끌며 ‘최강야구’ 시즌1에 출연했던 심수창과 시즌2까지 출연했던 오주원이 합류했다. 여기에 윤길현과 윤희상, 권혁, 이현승, 오현택 등이 가세했다. 또한 지난 시즌까지 키움 히어로즈에서 뛴 문성현도 이름을 올렸다.
![이종범 감독 선임 직후 선수단으로 가장 먼저 거론되기 시작한 김태균(오른쪽), 윤석민(왼쪽), 이대형, 심수창 등은 이미 다양한 방송 활동을 이어오던 이들이다. 사진=유튜브 채널 ‘김태균 [TK52]’ 영상 캡처](https://storage3.ilyo.co.kr/contents/article/images/2025/0703/1751503023502092.jpg)
다만 이들을 이종범 감독이 언급한 ‘그렇지 못한 후배들’로 볼 수 있느냐를 두고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이 감독 선임 직후 선수단으로 가장 먼저 거론되기 시작한 김태균, 윤석민, 이대형, 심수창 등은 이미 다양한 방송 활동을 이어온 은퇴 선수들이기 때문이다. JTBC 입장에선 ‘불꽃야구’에 밀리지 않는 선수단 구성이 절실했겠지만 “더 많은 후배들에게 기회를 제공하고 싶었다”는 이 감독의 취임 일성과는 사뭇 어울리지 않는 선수 구성이라 논란이 한층 가열되고 있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
김은 프리랜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