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근홍. 사진제공=삼성 라이온즈 |
삼성 골수팬들에게도 ‘박근홍’이란 이름은 낯설다. 삼성 야수 대부분도 “박근홍?”하면 고개를 갸웃한다. 이유가 있다. 원래 그의 이름이 박정태였기 때문이다. 2004년 KIA에 입단했을 때만 해도 박정태는 좌완 유망주였다. 2006년엔 33경기에 등판해 40⅓이닝을 던지며 1승4홀드 평균자책 3.57을 기록해 주목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이후 부상에 시달리며 등판하지 못했고, 공익근무요원으로 입대하며 2년간 야구판을 떠났다.
제대 후에도 박근홍은 자릴 잡지 못한 채 방황하다 2011년 11월 2차 드래프트를 통해 삼성 유니폼을 입었다. 박근홍으로 개명한 것도 삼성에서 새로운 야구인생을 살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다.
손아섭(롯데), 윤요섭(LG)처럼 개명 효과를 본 까닭인지 지난 시즌 초반 박근홍은 1군 무대에서 6경기에 나와 1실점밖에 하지 않았다. 삼성 류중일 감독은 “좌완이 부족한 우리 팀에 박근홍은 좌타자 전문투수로 활용 범위가 넓다”며 “내년 시즌 더 많은 기회를 줄 생각”이라고 밝혔다. 류 감독 말대로 삼성은 권혁 정도가 믿을 만한 좌완이다. 만약 박근홍이 권혁의 뒤를 받친다면 삼성 마운드는 단점을 찾기 어려운 ‘극강 투수진’이 될 것이다.
SK - 외야수 박윤
삼성은 2년 연속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했고, SK는 2년 내내 삼성에 무릎을 꿇어야 했다. 이유는 뭘까. 마운드는 큰 차이가 나지 않았다. 올 시즌 삼성의 팀 평균자책은 3.39였고, SK는 3.82였다. 선발만 따진다면 삼성의 3.81과 SK의 3.89는 거의 비슷했다.
정작 큰 차이는 타선이었다. 올 시즌 SK의 팀 타율은 2할5푼8리였다. 리그 6위로 1위 삼성의 2할7푼2리에 비해 1푼4리나 뒤졌다. 가뜩이나 SK는 이호준이 NC로 떠나며 타선 공백이 심각하다. 좌타자 박윤이 주목받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2007년 2차 5라운드 38순위로 SK 유니폼을 입은 박윤은 상인천중-인천고 시절 장타가 돋보인 거포였다. 하지만, 프로 입단 후 2010년까지 1군 무대를 밟지 못했다. 타격정확성이 떨어지고, 선구안이 좋지 않다는 게 이유였다. 주포지션인 1루와 외야에 SK 좌타 자원이 많다는 것도 걸림돌이었다.
그러나 박윤은 지난 시즌 퓨처스리그에서 66경기에 출전해 타율 3할4푼, 3홈런, 29타점, 12도루를 기록하며 ‘준비된 1군 선수’임을 증명했다. 이호준이 떠나며 공백이 생긴 1루수에 박윤은 백업요원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크다. 발 빠르고 한방을 겸비한 박윤은 SK의 기동력 야구를 이끌 유망주로 손색이 없다.
두산 - 외야수 박건우
“가능성만 본다면 정수빈보다 뛰어나다. 전형적인 호타준족으로 수비능력까지 뛰어나다. 아마 두산으로 돌아가면 2013시즌부터 주전 외야수가 될 거다.”
경찰청 동봉철 타격코치가 극찬한 이는 두산 외야수 박건우였다. 지난해까지 경찰청에서 뛰었던 박건우는 군 복무를 마치고 친정 두산으로 돌아갔다.
박건우는 박종훈 NC 육성이사가 2009년 두산 2군 감독 시절 김경문 당시 1군 감독에게 “백업을 원하면 정수빈을, 주전을 원하면 박건우를 데리고 가십시오”라고 말할 정도로 성장 가치가 높은 선수였다.
184cm의 큰키에도 400m 이상 중장거리 달리기에서 항상 팀 내 1위 자리를 놓치지 않았을 만큼 지구력이 뛰어나고, 각종 운동능력도 최고다. 그래서일까. 경찰청에서 뛸 때 박건우는 도루능력과 외야 수비범위가 넓기로 정평이 났다.
물론 올 시즌 퓨처스리그에선 80경기에 출전해 타율 2할5푼3리, 2홈런, 22타점, 12도루로 만족스럽지 못한 성적을 냈다. 그러나 이는 부상 탓이었을 뿐, 실력과는 무관했다.
두산 김진욱 감독은 “박건우는 충분히 1군에서 외야경쟁을 펼칠 재목”이라며 “경찰청에서 경험을 쌓은 만큼 가능한 많은 기회를 제공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롯데 - 외야수 김대우
“지금까지 그렇게 큰 홈런은 처음 봤다. 김대우는 쳤다 하면 외야 관중석 상단에 꽂히는 대형홈런이었다.” 두산 선발투수 노경은은 광주일고 중심타자 김대우를 잊지 못한다. 그만큼 김대우는 고교시절 파워배팅으로 각광을 받았다. 여기다 투수로서의 자질도 뛰어나 프로팀에선 그를 스카우트 영순위로 꼽았다.
그러나 김대우는 2003년 신인드래프트에서 2차 1순위로 롯데에 지명받고도 계약금 문제로 프로 입단을 거절하고, 고려대에 입학했다. 한때 국외야구행을 시도했으나, 별다른 성과가 없자 2007년 다시 롯데로 입단했다. 그러나 김대우는 예전의 김대우가 아니었다.
투수로서 빛을 보지 못한 김대우는 2011시즌 중반 타자로 전향했다. 지난해 퓨처스리그에선 타율 2할9푼6리, 10홈런, 65타점, 21도루를 기록했다. 이승엽(삼성), 박병호(넥센) 등 리그 최고 타자들을 지도했던 롯데 박흥식 타격코치는 “홈런 비거리는 이승엽보다 좋은 것 같다”며 “발은 박병호를 능가해 단타로도 2루까지 뛸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 호평했다.
김대우의 가능성이 폭발한다면 롯데는 좌타자 기근과 김주찬으로 공백이 생긴 외야를 한꺼번에 메울 수 있을 것이다.
KIA - 투수 한승혁
▲ 한승혁. 사진제공=KIA 타이거즈 |
하지만, 고3 때 팔꿈치 인대가 끊어진 사실이 알려지고서 미국 진출 꿈을 접었다. 대신 KIA에 입단하며 팔꿈치 인대접합 수술을 받았고, 2011시즌 내내 재활에만 매달렸다.
한승혁이 등장한 건 지난 시즌이었다. 선 감독은 “맞아도 좋으니 경험을 쌓으라”며 한승혁을 중용했다. 한승혁은 주눅 들지 않고, 패기 넘치는 투구를 펼쳤다. 그러나 결과는 17경기에 등판해 1패 1홀드 평균자책 7.43이었다.
한승혁은 “잘 던져야 한다는 생각이 강하다보니 어깨에 힘이 많이 들어갔다”며 “오키나와 마무리 캠프에서 2000개의 공을 던지며 어느 정도 제구에 자신이 붙었다”고 말했다.
야구계는 한승혁이 변화구 구사능력을 키울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속구만 빨랐지, 커브와 슬라이더 그리고 포크볼의 각이 밋밋하다고 평한다. 한승혁도 그걸 아는지 스프링캠프에서 변화구 구사능력을 향상시키겠다는 자세다.
넥센 - 투수 장효훈
장효훈은 모든 걸 갖춘 투수다. 시속 140km 중후반대의 강력한 속구, 낮게 깔리는 제구, 그리고 날카로운 슬라이더를 던질 줄 안다. 하지만, 2007년부터 1군 마운드에 오른 뒤 5년 동안 단 1승도 거두지 못했다. 믿을 수 없는 일이지만, 명백한 사실이다.
지난 시즌에도 장효훈은 31경기에 등판해 6패 1홀드 1세이브 평균자책 5.02를 기록했을 뿐이다. 어째서 이런 일이 생긴 것일까. 이유는 간명하다.
그의 투구가 들쭉날쭉한데다 운이 따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장효훈은 지난 시즌 후반기에 선발로 나갔다가 3경기나 퀄리티스타트(6이닝 3실점 이하)를 기록했지만, 1승도 따내지 못했다. 앞선 경기에서 7이닝 2실점으로 호투하고도 다음 등판에서 3이닝을 채우지 못하고 7실점하는 등 롤러코스터 투구를 선보였다. 여기다 잘 던진 경기에선 타선 지원이 빈약하거나 불펜투수들의 난조로 승리를 날리고 말았다.
장효훈에게 필요한 건 바로 1승이다. 프로 데뷔 첫 승만 따낸다면 잠재력을 폭발시킬 수 있다. 그래서일까. 넥센 염경엽 감독은 장효훈에게 선발 기회를 자주 제공할 계획이다.
LG- 포수 조윤준
야구는 투수놀음이다. 그러나 투수가 놀음판에서 제 실력을 발휘하려면 포수 도움이 절대적이다. 지난해 LG는 투수진 보강에만 신경 쓴 나머지 포수 보강에 실패했다. 결과는 참혹했다. 정해진 주전 없이 경기마다 포수들이 뒤바뀌는 바람에 투수들이 애를 먹었다.
지난 시즌 종료 후, LG는 삼성 현재윤을 트레이드해왔지만, 여전히 포수진이 취약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LG 김기태 감독은 프로 2년차 포수 조윤준이 하루 빨리 성장하길 바라고 있다. 중앙대 시절 ‘제2의 조인성’ 소릴 듣던 조윤준은 185cm의 당당한 체구에 뛰어난 수비실력을 자랑하며 대학 최고의 포수로 불렸다.
LG도 그 점을 높이 평가해 2012 신인지명회의에서 전체 3순위로 조윤준을 지명했다. 지난 시즌 1군 무대에서 23경기에 출전했던 조윤준은 수비에선 좋은 점수를 받았다. 투수리드도 신인치곤 깔끔했다는 평이다. 하지만, 타율이 1할9푼6리에 그치며 아쉬움을 남겼다.
조윤준은 “프로의 벽은 역시 높았다”며 “타격 자신감이 떨어지다 보니 포수 수비마저 다소 흔들린 감이 있다”고 털어놨다.
김 감독은 조윤준의 타율이 2할5푼 정도만 되도 걱정이 없다는 입장이다. 김 감독의 기대대로 조금만 타율을 끌어올린다면 조윤준은 LG 안방마님을 꿰차게 될 것이다.
한화 - 외야수 정현석
지난 시즌 퓨처스리그 북부리그는 경찰청 외야수 정현석의 독무대였다. 경찰청 선수 가운데 28세로 가장 나이가 많았던 정현석은 92경기에 출전해 타율 3할6푼8리, 10홈런, 69타점을 기록하며 타율 1위, 홈런 공동 4위, 타점 3위에 올랐다.
2007년 신고선수로 입단하고서 별다른 활약이 없던 정현석은 경찰청에서 실력이 일취월장했다. 지난해 말 경찰청에서 제대해 친정 한화로 돌아왔을 때 김성한 한화 수석코치는 “타격이 몰라보게 좋아졌다”며 “치열한 외야 주전경쟁에서도 살아남을 선수”라고 칭찬했다.
좌익수 최진행을 제외하고 확실한 오른손 외야 주전감이 부족한 한화는 정현석이 경찰청에서 보여준 활약을 그대로 이어주길 바란다.
NC - 외야수 나성범
▲ 나성범. 사진제공=NC 다이노스 |
비록 올 시즌 1군 첫 무대지만, 퓨처스리그에서 1군 투수를 상대로 공포의 타격을 선보였기에 나성범의 미래는 밝아 보인다.
KBS 이용철 해설위원은 “올 시즌 가장 강력한 신인왕 후보는 누가 뭐래도 나성범”이라며 “데뷔 첫 해 얼마나 대단한 활약을 선보일지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박동희 스포츠춘추 기자
눈물 젖은 빵이 신인왕 비결~
과거만 해도 신인왕은 고졸, 대졸 1년 차 신인들의 전유물이었다. 어째서 최근 들어 중고신인들이 신인왕을 휩쓰는 것일까.
MBC 허구연 해설위원은 “한국 프로야구가 그만큼 발전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2006년 한화 신인 류현진이 18승을 거둔 이후, 프로 1년 차 선수들은 대개 1, 2군을 전전한다. 아마추어 선수들이 당장 프로에 적응할 수 없을 정도로 프로야구의 질적 수준이 높아졌다. 미국 마이너리그처럼 이제 KBO리그도 최소 3년 이상 2군에서 경험을 쌓아야만 1군에 오를 수 있게 됐다. 앞으로도 이러한 추세는 계속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모 구단 코치는 “날이 갈수록 성적 지상주의가 판을 치며 감독들이 검증되지 않는 선수는 쓰지 않으려는 풍토가 만연하고 있다”며 “2군에 좋은 선수가 있다고 보고해도 1군 감독들이 본체만체 하는 일이 잦다”고 털어놨다.
아마추어 야구의 전체적 수준 저하를 이유로 꼽는 이도 많다. 모 구단 스카우트 팀장은 “대학생 좌익수 가운데 노바운드로 홈까지 송구할 수 있는 선수가 거의 없다”며 “기본적으로 캐치볼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선수가 부지기수”라고 혀를 찼다. 이 스카우트는 “프로 출신 지도자들이 아마추어 야구계에 뿌리 내리면서 선수들의 잔기술은 향상됐지만, 되레 기본기는 후퇴했다”며 “신인지명회의에서 상위순번에 지명된 우수선수들도 막상 프로에 들어오면 캐치볼부터 다시 배우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한편에선 중고신인왕 배출을 긍정적으로 보는 전문가도 있다. KBS 이병훈 해설위원은 “과거엔 일찍 자포자기하는 선수가 많았으나, 중고신인들이 증가하면서 젊은 선수들 사이에서 ‘일단 야구를 오래하자’는 풍토가 조성된 것 같다”며 “중고신인들의 증가가 선수들에게 용기를 심어주고 있다”고 평가했다.
박동희 스포츠춘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