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사이 삼성은 ‘멈춰버린 10년’이라는 평가를 받을 정도다. 앞으로 이재용 회장의 경영 행보에 관심이 집중되는 이유다. 그중에서도 △삼성전자 경쟁력 회복 △등기임원 선임 여부 △지배구조 개편 등이 최우선 숙제로 꼽힌다.
먼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등기임원 복귀 여부가 눈길을 끈다. 이 회장은 국정농단 사건으로 재판을 받고 있던 2019년 10월 삼성전자 등기임원에서 물러났다. 현재 이 회장은 SK그룹, 현대차그룹, LG그룹을 포함한 4대 그룹 총수 가운데 유일한 미등기 임원 신분이다.
등기임원 선임은 ‘책임경영’과 관련이 깊다. 미등기임원의 경우 이사회 의결권이 없어 법적 권한과 책임 측면에서 등기임원에 비해 자유로운 편이다. 이재용 회장이 등기임원으로 선임돼야 대규모 투자 결정이나 조직 개편 등 회사의 중요한 사업 방향 결정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삼성준법감시위원회 이찬희 위원장 역시 이재용 회장의 등기임원 복귀를 여러 차례 주문한 바 있다. 지난 23일 이 위원장은 “책임경영 측면에서 이 회장이 등기이사로 복귀하는 부분에 대해 많은 위원이 공감하고 있다”며 이 회장의 등기임원 복귀를 다시 한번 촉구했다. 업계에선 이 회장의 등기임원 복귀가 늦어도 내년 3월 정기 주주총회 전까지 진행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삼성전자의 사업 경쟁력을 강화하는 것도 숙제다. 삼성전자 영업이익은 2018년 이후 하락세를 이어오고 있다.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삼성전자DS(디바이스솔루션) 부문의 지난해 영업이익이 SK하이닉스에서 밀렸으며, HBM(고대역폭메모리) 시장마저 SK하이닉스가 선도하고 있어 경쟁력이 뒤처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지난 2월 이재용 회장이 2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으면서 약 8년 동안 멈춰 있던 인수합병(M&A)이 진행돼왔다. 지난 4월 자회사 하만을 통해 미국 마시모 오디오 사업부를 5000억 원에, 5월 삼성전자가 독일 공조업체 플렉트를 2조 4200억 원에 인수하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이달(7월) 초 미국 디지털 헬스케어 회사 젤스를 인수하기로 하는 등 대규모 M&A가 이뤄지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2심에서 이재용 회장이 무죄 선고를 받으면서 삼성 내부에서는 사실상 ‘사법리스크’가 해소된 것으로 판단하고 M&A 등을 진행해온 것으로 안다”며 “이 회장이 등기임원으로 복귀하면 사업구조 재편 등에 속도가 붙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보험업법 일부개정 법률안’, 이른바 ‘삼성생명법’이 현재 삼성 지배구조에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보험사의 계열사 주식 보유 한도를 3%로 제한하는 형태로 ‘삼성생명법’이 시행되면 삼성생명은 보유하고 있는 삼성전자 지분 5.01%를 매각해야 한다. 삼성생명이 지분을 매각하면 이 회장의 삼성전자 지배력도 약화된다. 이에 삼성은 지배력 약화 없이 지배구조를 단순화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을 삼성물산이 매입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보고 있다. 지배력은 그대로 유지되면서 지배구조가 ‘이재용 회장→삼성물산→삼성전자’로 단순화된다.
지난 5월 삼성바이오로직스 인적분할 계획을 발표하며 신설한 삼성에피스홀딩스를 활용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오는 10월로 예정된 인적분할이 완료된 뒤 삼성물산과 삼성전자가 보유하고 있는 삼성바이오로직스 지분(각각 43.1%, 31.2%)을 삼성에피스홀딩스에 현물출자하고, 그 대가로 받은 신주를 매각하는 방식이다.
삼성물산이 보유하게 될 삼성에피스홀딩스 지분 가치 추산치는 29조 원으로, 이를 삼성전자 등에 매각해 그 대금으로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을 매입하면 지배구조 개편이 완료된다. 현재 삼성생명과 삼성화재가 보유하고 있는 삼성전자 주식 가치는 약 33조 원 수준이다.
이 과정에서 삼성물산의 지주회사 전환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삼성물산은 삼성전자 지분을 30%까지 끌어올려야 한다. 다만 지주회사 전환에 최대 7년의 유예기간이 있어 이 기간 삼성물산이 충분한 현금 자산을 확보하면 문제는 원활히 해결될 수 있다.
최관순 SK증권 연구원은 “삼성물산이 향후 에피스홀딩스 지분을 매각할 경우 약 29조 6000억 원의 실탄을 마련할 수 있다”며 “이는 삼성생명과 삼성화재가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의 합산 가치인 32조 9000억 원에 맞먹는 수준으로, 삼성물산이 향후 금융계열사 보유 지분을 인수해 지배력을 강화하는 데 활용할 수 있는 여력을 확보하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삼성전자 관계자는 “지배구조 개편 등과 관련해 현재 외부에서 거론되고 있는 내용들에 대해 공식적으로 밝힐 입장은 없다”고 밝혔다.
정동민 기자 workhard@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