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가압류당한 서울 종로구 운니동의 삼환기업 본사. 삼환 측은 이에 대해 명확한 설명을 하지 않고 있다. 우태윤 기자 wdosa@ilyo.co.kr | ||
등본에 나온 채권자들은 총 17명이다. 이들 중 6명은 각각 3142만 3000원씩, 나머지 11명은 각각 2372만 원씩을 청구해놓은 상태다. 17명 채권자 전체가 청구한 금액이 4억 4945만 8000원인 셈이다.
1946년 설립된 삼환기업은 지난해 연 매출 8200억 원에 당기순이익이 400억 원대인 중견 건설업체로 국내 건설사 중 맏형격이다. 다만 건설 쪽에만 사업영역이 국한되다 보니 갈수록 재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축소된 게 사실. 삼환기업은 비상장사지만, 상장 계열사인 삼환까뮤의 지난해 연 매출액도 950억 원에 달하고 매출액 대비 순익도 10%를 넘는 등 튼실한 운영을 하고 있다.
삼환기업은 최근 부동산 재개발 특수를 누리게 돼 돈벼락을 맞을 태세다. 삼환기업은 1984년과 1993년 1996년 세 차례에 걸쳐 서울 중구 소공동 112-9번지 일대 토지 5704㎡(약 1730평)를 매입했다. 그런데 최근 서울시가 발표한 도심 재개발 계획에 중구 삼각동 수하동 일대가 포함되면서 인근에 위치한 소공동 일대 땅값도 치솟게 됐다.
현재 삼환기업이 소유한 소공동 일대 토지의 1㎡당 공시지가는 1290만 원이다. 10년 전 1㎡당 공시지가 1080만 원에 비해 210만 원이 오른 상태다. 불과 10년 만에 가만 앉아서 120억 원가량의 차익을 챙긴 셈이다. 통상적으로 공시지가에 비해 실거래가가 높다는 점과 재개발이 본격화될 경우 치솟을 부동산 가치를 감안하면 삼환기업은 소공동 땅을 통해 향후 수백억 원의 차익을 누릴 전망이다.
이런 삼환기업이 불과 4억 5000만 원 때문에 본사 사옥 부지 등기부등본에 ‘가압류’란 기분 좋지 않은 단어를 달고 있어야 하는 까닭은 무엇일까. 삼환기업 측은 이에 대해 “법인을 운영하다 보면 소송 같은 일도 생기게 마련”이라며 “개별사건에 대해서 굳이 다 공개할 필요는 없다”는 입장이다.
삼환 측이 밝히기를 꺼려해 자세한 내막은 알 수 없지만 등기부등본에 적시된 채권자들이 대부분 충남 아산시 거주인 점을 볼 때 해당지역 일대 건축물과 관련된 이해관계 충돌이 있을 거라 짐작된다. 법원의 가압류 결정 이후 다른 사안이 등기부등본에 적시되지 않은 것을 보면 채권자들과의 문제가 아직 해결되지 않은 것으로 볼 수 있는 셈이다.
삼환기업이 골머리를 앓을 일은 이것뿐만이 아닌 모양이다. 지난해 9월 입주를 시작한 서울 서초동 소재 주상복합 서초 삼환바우스의 사기 분양시비가 강하게 제기돼 아직까지도 말끔히 해결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말 입주 예정자들이 등기이전이 되지 않아 소유권 행사가 불가능하다며 삼환기업과 시행사 측에 대해 강하게 민원을 제기했던 것이 언론 보도를 통해 알려진 바 있다. 이에 대해 삼환기업 측은 “아직 사건이 완결되지 않은 것으로 안다”며 “(입주예정자들이) 시행사와 분쟁을 벌이는 것으로 아는데 우리하곤 직접적인 법적 분쟁은 없다”고 밝혔다.
삼환기업은 두산그룹과도 불편한 관계이다. 올 초 삼환기업과 삼환까뮤가 연대해 두산중공업과 두산메카텍에 59억 8600만원의 공사대금을 지급하라는 서울중앙지방법원의 판결이 나온 바 있다. 이 소송은 광안대교 공사 대표사인 동아건설에서 미지급한 하도급대금을 공동수급체인 삼환기업과 삼환까뮤가 연대해 지급할 책임이 있다는 취지로 제기된 것이다. 삼환기업 측은 이 소송에 대해 “재판이 아직 진행 중(항소 중)”이라고만 밝혔다. 이런 일들에 비하면 등기부등본에 기재된 4억 5000만 원짜리 가압류는 삼환기업 측이 “법인 하다 보면 생기는 일”이라 밝힌 것처럼 대수롭지 않은 일일 수도 있는 셈이다.
천우진 기자 wjchu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