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응급조치는 사후승인을 요하는데 18일 서울중앙지법은 “사안이 긴급하고 스토킹 행위가 지속적, 반복적으로 행해지는 걸 예방할 필요가 있다”며 승인 조치를 했다. 19일에는 최정원이 피의자 신분으로 경찰 출석 조사를 받았다. 최정원은 특수협박과 스토킹 혐의 등으로 입건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20일 오후 스포츠경향은 피해 여성인 A 씨가 자신의 SNS에 올린 것으로 알려진 글을 단독 보도했다. 최정원 글보다 앞선 경찰 고소 직후인 17일에 올린 글이다.
이 글에서 A 씨는 “어제 현장 감식이랑 피해자 조사만 6시간 받고 한밤중에 도망가듯 이사했다”며 “신고할 때까지도 이게 맞는 건지 모르겠기에 한참 망설이다 신고했다. 베란다에 매달려도 나한테 칼을 겨눠도 고민이 되더라”고 밝혔다. 흉기를 들고 협박했다는 건 사실이 아니라던 최정원과 전혀 다른 주장이다.
또 A 씨가 “그렇게라도 해서 네가 원하는 대로 나 입닥치게 해서 네 이미지 지키고 싶었니”라며 “지금도 바닥인데 그렇게까지 지킬 게 뭐가 있느냐. 나에게 추악한 행동 하는 건 괜찮고, 법적으로나 사회적으로나 책임지긴 싫고”라고 언급한 대목이 눈길을 끈다.
최정원은 SNS에 올린 글에 “일각에서 제기된 ‘여자친구의 폭로’라는 표현은 오해에서 비롯된 것으로, 사실과 거리가 있다”고 했는데, 당시엔 피해자로 추정되는 A 씨의 글이 알려지지 않아 해석이 분분했다. 하지만 최정원이 언급한 ‘여자친구의 폭로’가 17일에 올라온 A 씨의 SNS 글로 풀이되면서 화제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경찰 관계자들은 위협적인 행동의 정도, 특히 ‘흉기’ 사용 여부가 중요하다고 설명한다. 현재 사법절차의 진행 상황을 보면 경찰의 긴급응급조치가 있었고, 이에 대한 서울중앙지법의 사후승인도 있었다. 법원이 최정원의 ‘스토킹행위가 지속적·반복적으로 행해지는 것을 예방하기 위해 필요하다’는 부분은 인정했다는 의미다.
경찰의 긴급응급조치는 최대 1개월까지 가능하며 정한 기간이 지나거나 법원이 긴급응급조치 대상자에 대해 잠정조치 제2호(100m 이내의 접근금지)나 잠정조치 제3호(전기통신을 이용한 접근금지)를 결정하면 효력을 상실한다.
잠정조치는 사후승인으로 검사가 직권이나 경찰 신청에 따라 법원에 청구할 수 있다. 8월 19일부터 검찰은 스토킹 피해자 보호를 위해 사건 발생 초기부터 직접 피해자 진술을 청취하고 기록을 보완해 즉시 잠정 조치를 청구하는 관리 방안을 시행하고 있다. 스토킹처벌법 제 9조는 스토킹행위자에 대한 잠정조치를 규정하고 있는데 1호는 서면 경고, 2호는 100m 이내 접근 금지, 3호는 전기통신 이용 접근 금지, 4호는 유치장 또는 구치소 유치다.
잠정조치 2호와 3호는 경찰의 긴급응급조치와 동일한 내용이지만 기간이 3개월 이내로 늘어난다. 중요한 부분은 유치장 또는 구치소 유치까지 가능한 잠정조치 4호를 법원이 결정하느냐다.
검찰이 잠정 조치 관리 방안을 새롭게 시행하게 된 계기는 7월 말에 연이어 벌어진 스토킹 살인 (및 살인미수) 사건과 교제 살인 사건 때문이다. 특히 7월 26일 발생한 ‘의정부 스토킹범 흉기 살인 사건’과 28일 발생한 ‘울산 스토킹범 흉기 살인미수 사건’이 눈길을 끈다. 두 사건 모두 경찰은 검찰에 잠정조치 1~4호를 모두 신청했지만 검찰은 4호는 반려하고 1~3호만 법원에 신청했다. 특히 ‘울산 스토킹범 흉기 살인미수 사건’은 검찰이 경찰의 잠정조치 4호를 반려하고 단 5일 뒤에 벌어졌다. 검찰이 적극적으로 잠정조치 4호를 법원에 청구해 받아들여졌다면 두 사건 모두 피할 수 있었다.
이렇게 스토킹 범죄에 대한 사회적인 경각심이 높아진 상황에서 최정원의 스토킹 사건이 발생했다. 최정원의 주장처럼 ‘사소한 다툼이 확대되어 발생한 일종의 해프닝’일 뿐 흉기를 사용하지 않았다면 다행이지만, A 씨의 주장처럼 베란다에 매달리고 피했는데도 칼을 겨눴다면 상황은 매우 심각해질 수 있다.
당장 검찰이 잠정조치 4호를 청구하고 이를 법원이 받아들인다면 최정원은 유치장 또는 구치소에 유치될 수도 있다. 최근 분위기가 크게 달라진 터라 실제 흉기까지 등장했다면 검찰이 최정원을 상대로 잠정조치 4호를 법원에 청구할 수도 있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
전동선 프리랜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