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건 브리핑에서 남성신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 마약수사1계장은 “태국으로 도주한 총책 A(프랑스인)와 B(미국인) 두 명은 인터폴에 적색수배 조치했다. 현지 법집행기관과의 긴밀한 국제공조수사를 통해 신병을 조속히 확보하겠다”고 밝히며 “이번에 적발된 전문의약품 프로폭세이트에 대한 형사처벌 사각지대를 없애기 위해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에 마약류 지정을 위한 제도개선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이들 일당이 사용한 전문의약품은 에토미데이트와 프로폭세이트인데 프로폭세이트는 새롭게 적발된 전문의약품이다. 경찰의 제도개선 요청에 따라 식약처는 7월 30일 프로폭세이트(Propoxate)의 임시마약류 지정을 예고했다.
총책인 외국인 A와 B는 액상담배와 전문의약품을 혼합한 부정의약품을 전자담배 카트리지 형태로 제조해 서울 강남 일대의 유흥업소 종사자들에게 판매해 큰 수익을 올릴 계획을 세웠다. A와 B는 부부 관계로 2024년 5월 평소 알고 지내던 지인 다섯 명을 포섭해 SNS 단체 대화방을 만들어 관련 모의를 시작했다. 지인 다섯 명 이번에 검거된 제조·유통책 세 명과 역시 검거된 밀수입책(지게꾼) 두 명이다. 제조·유통책 세 명 가운데 두 명은 부부 관계다.
이들은 전문의약품인 에토미데이트와 프로폭세이트를 홍콩에서 밀수입한 뒤 시중에 판매되는 액상담배와 일정 비율로 배합해 전자담배 카트리지 987개를 제조했다. 전문의약품과 액상담배를 혼합하면 액상담배의 강한 향 때문에 전문의약품 고유의 냄새가 희석돼 일반 액상담배와 구분이 쉽지 않은 데다, 일반 전자담배와 동일한 외형 때문에 거부감 없이 구매가 가능해 판매가 용이해진다. 또한 딸기향, 포도향, 복숭아향 등 구매자들의 흡연 기호에 맞춰 액상담배와 전문의약품을 혼합한 전자담배 카트리지를 제작했다.
이후 제조·유통책 세 명이 하부 유통책 두 명과 유흥업소 종사자 등에게 전자담배 카트리지 174개를 판매했다. 판매 과정에서 카트리지 판매 수량 10개 미만은 30만 원, 31∼50개는 25만 원, 51∼100개는 23만 원, 100개 이상은 20만 원으로 가격을 책정했다.
또한 A의 지시를 받은 제조·유통책 가운데 한 명은 2024년 10월 4일 전자담배 카트리지 300개를 여행용 가방에 은닉하고 태국으로 출국해 방콕 공항에서 불상자에게 전달하는 방식으로도 판매했다. 이렇게 향후 해외 시장 진출을 위한 판로 개척까지 미리 준비했다.
경찰 수사는 2024년 7월 강남 유흥업소에서 케타민을 투약하는 종사자가 있다는 제보에서 시작됐다. 케타민을 소지·투약한 유흥업소 종사자를 검거한 경찰은 유통 상선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이번 사건의 제조·유통책 가운데 한 명의 주거지를 압수수색했는데, 거기서 마약류로 추정되는 액체를 대량으로 발견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을 통해 해당 액체가 에토미데이트와 프로폭세이트임을 확인한 경찰은 검거된 제조·유통책의 휴대전화 SNS 대화 내용 등을 토대로 공범들을 특정해 순차적으로 검거했다.

올해 초 프리프레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등 홍콩 현지 언론은 ‘2024년 우주 오일 관련 의심 환자 130명 가운데 25%가 미성년자로 최연소 환자는 11세’라는 홍콩 독극물 관리센터 발표를 대서특필했다. 15~20세, 35~45세 연령대에서 우주 오일 투약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고 한다.
이에 홍콩 정부당국은 에토미데이트와 유사체 3종(메토미데이트, 프로폭세이트, 이소프로폭세이트)을 마약인 케타민, 코카인 등과 동일한 등급의 위험 약물로 재분류하며 규제를 강화했다.
부부 관계인 프랑스인과 미국인인 총책은 이렇게 홍콩에서 우주 오일이 유행하는 것을 보고 이를 한국 유흥업소에서 유통하면 막대한 수익을 올릴 수 있다고 판단해 밀수입 및 제조·유통 전 과정을 주도하며 관련 비용까지 전담한 것으로 알려졌다. 심지어 태국 등 해외 시장 진출까지 계획했지만 결국 경찰 수사망을 피해가지 못했다.
남성신 계장은 “전문의약품은 의료기준에 부합하지 않은 투약뿐만 아니라 정해진 용법과 용량을 준수할지라도 마약류와 같이 중독성이 매우 높아 반드시 필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절대 사용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전동선 프리랜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