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은 출범 직후부터 ‘주가조작 근절’에 대한 의지를 강하게 드러냈다. 7월 30일 자본시장 내 불공정거래를 막기 위해 ‘주가조작 근절 합동대응단’(합동단)이 공식 출범했다. 기존 공동조사 협업 방식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심리(거래소), 조사(금융위·금감원) 기능을 통합해 운영하는 것이다.

기존에는 한국거래소, 금융감독원, 금융위원회 등 각 기관별 판단을 거쳐 검찰 수사의뢰가 이뤄지기까지 통상 1년 이상 시간이 걸렸다. 이 과정에서 상장사 최대주주가 회사를 제3자에게 매각하는 방식으로 상장폐지를 피하는 꼼수도 존재했다. “새로운 최대주주가 새롭게 회사를 운영하겠다”고 하면서 상장폐지 및 검찰 고발 등을 피하는 방식이었다.
이번 합동단은 ‘더 빠르게, 빠져나갈 수 없게’ 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초기에 사건을 인지하는 한국거래소 시장감시위원회 내에 각 기관에서 출장·파견 형식으로 50명 이상의 인력을 배치한다. 이후 불공정거래 전력자나 대주주·경영진의 불공정거래 사례, 사회관계망서비스(SNS)·허위보도를 악용하는 사례 등을 중점적으로 살펴 기존 15개월 이상 걸리던 조사 기간을 6~7개월 이내로 줄이겠다는 계획이다.
또 시장에 메시지를 주기 위해 ‘원스트라이크 아웃’ 사례를 연내에 내놓겠다는 계획이다. 원스트라이크 아웃 제도란 주가조작 등 주식시장 내 불공정 거래가 한 번이라도 적발될 경우 해당 개인이나 기업을 즉시 시장에서 퇴출하거나 강력한 제재를 가하는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6월 한국거래소를 방문했을 때 도입을 약속한 바 있다.

AI(인공지능)도 도입한다. 계좌 기반에서 개인 기반으로 감시 체계를 전환하고, 시장감시시스템에 AI를 적극 활용할 방침이다.
#패스트트랙도 활용할까
법조계는 그동안 ‘빠른 수사’를 위해 활용됐던 패스트트랙이 이번에도 유용하게 쓰일 것으로 보고 있다.
패스트트랙은 금융위 또는 금감원이 불공정거래 사건을 조사하다가 사건이 중대하거나 긴급하다고 판단하면 금융위 산하 증권선물위원회의 심의를 생략하고 검찰에 통보하는 제도다. 2021년 9건에서 2022년 20건으로 늘어났고 2025년 1월에는 처음으로 가상화폐 관련 사건이 패스트트랙 대상이 되기도 했다.
금융위원회나 금융감독원에 파견된 검사들이 관여해 검찰과 금융당국 간 소통을 주도하다 보니 패스트트랙 대상이 된 사건들은 대부분 실제 기소까지 이뤄졌다. 합동단 출범은 기존에 있던 금융당국 조사 인력들을 한 곳에 모아 의사소통을 빠르게 한 조치일 뿐 결국 패스트트랙을 통한 검찰 수사 의뢰로 사건을 처리하는 방식은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합동단에 검찰이 직접 포함되지는 않지만 금융위나 금감원에 파견된 검사가 있기 때문에 합동단 판단을 검찰에 공유하는 방식으로 주요 사건들의 신속 처리를 도울 것이라는 설명이다.
대형 로펌의 한 파트너 변호사는 “윤석열 정부 때는 금감원과 검찰이 주도하는 합동수사단을 출범시키며 주가조작 근절을 내세웠다면, 이재명 정부는 금융위와 거래소가 주도하고 금감원이 함께하는 모델을 제시한 것”이라며 “검사가 합동단에 포함되지 않아도 어차피 금융위나 금감원에 파견 나간 검사들이 이런 이슈에 법적 자문을 다 해주고 이를 검찰에도 공유하면 검찰도 일정 부분 합동단 의사 결정에 관여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세청, 합동단과 함께 움직일 가능성

국세청이 밝힌 조사 대상은 △주가조작 목적 허위 공시 △‘먹튀’ 전문 기업 사냥꾼 △상장기업 사유화로 사익을 편취한 지배주주 등이다. 27개 기업 가운데 24곳은 코스닥·코스피 상장사이며 매출액 1500억 원을 넘는 중견기업 이상도 5곳 포함됐다는 게 국세청의 설명이다.
국세청은 보도자료를 통해 구체적인 범행 과정도 공개했다. 거짓 공시로 주가를 부양한 뒤 막대한 시세차익을 거둔 시세조종 사건 9건, 무자본 인수합병(M&A)으로 회사를 인수한 뒤 알짜 자산을 담보로 돈을 빌리거나 팔아 치운 먹튀 기업 사냥꾼 사건 8건, 회사 돈을 탈루하거나 회사 비용으로 고가 수입차와 명품을 구매하고 특급 호텔과 골프장을 이용한 상장기업 사유화 및 사익 편취 사례 등이다.
법조계는 국세청과 합동단이 함께 움직일 가능성에도 주목하고 있다. 금융기관 파견 근무 경험이 있는 한 법조인은 “국세청에서 이 정도 보도자료를 냈다는 것은 문제가 된 주가조작 사례들에 대한 자금 흐름 확인이 이미 끝났다는 얘기일 텐데 국세청이 아니라 합동단의 보도자료라고 해도 어색하지 않을 정도”라며 “국무총리실 주도 아래 국세청의 자세한 조사 내역을 합동단에 넘겨주지 않겠느냐”고 내다봤다.
최근 국세청 조사를 받은 바 있는 한 상장사 대표는 “이재명 정부에서 첫 번째 사례가 되면 크게 낭패를 볼 수 있다는 분위기가 있다 보니 국세청 조사를 받은 27개 기업에 해당하는지, 합동단 조사 대상이 되는 건 아닌지 다들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각기 다른 금융기관 멤버들을 한 곳에 모아 놓은 것이라고는 해도, 정부가 밀어붙이는 의지나 지속성이 얼마나 될지 모르다 보니 다들 1호가 되지 않기 위해 조심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서환한 객원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