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가 부모를 살해하는 경우 존속살해죄로 가중처벌이 이뤄지지만 부모가 자녀를 살해하는 비속살해는 일반살해죄로 처벌된다. 최근 일어난 인천 총기 사건의 피의자는 자신의 생일 파티를 열어준 아들을 사제총기로 무참히 살해했음에도 일반살해죄로 처벌받는다.

반면 직계비속(자녀, 손자녀, 증손자녀 등 본인으로부터 이어진 후손)을 살해하는 경우를 규정한 ‘비속살해죄’는 형법에 별도로 규정돼 있지 않다. 비속살해 사건에서 피해자가 아동인 경우 아동학대처벌법의 아동학대살해죄가 적용되면 사형, 무기 또는 7년 이상의 징역형을 받는데 이는 존속살해죄와 처벌 수위가 같다. 여기서 아동이란 아동복지법이 규정한 18세 미만인 사람을 의미한다. 그러다 보니 인천 송도에서 아들을 총으로 쏴 살해한 A 씨에게 경찰이 적용한 혐의는 형법 제250조 1항에서 규정된 일반살해죄다. 피해자가 30대 성인이기 때문이다.
자녀를 살해한 비속살해 사건의 피해자는 ‘아동’인 경우가 많다. 아동학대가 살해로 이어져 아동학대살해죄로 처벌받는 사례도 많지만 경제적인 어려움 때문에 부모가 자녀를 살해하고 극단적 선택을 하는 가슴 아픈 사건도 종종 벌어진다.

지난 4월에는 경기도 용인시 수지구 아파트에서 경제적 어려움을 이유로 80대 부모와 50대 아내, 10∼20대 두 딸 등 일가족 5명을 목 졸라 살해한 50대 가장 이 아무개 씨가 경찰에 체포됐다. 이 씨는 “모두를 죽이고, 나도 죽겠다”는 메모를 남기고 광주광역시 오피스텔로 도주했다가 다음 날 오전에 검거됐다. 두 딸 가운데 한 명은 이미 성인인 20대고 또 한 명은 곧 성인이 될 10대였다.
7월 22일 수원지법 형사13부(부장 장석준)에서 열린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피고인 이 씨에게 사형을 구형했다. 이 씨는 최후진술에서 “저는 제가 지키고 보호해야 할 소중한 가족을 살해한 살해범”이라며 “사형 같은 법정 최고형으로 엄벌을 내려 달라. 어떤 벌이라도 달게 받겠다. 평생 뉘우치고 회개하며 살겠다”고 밝혔다. 8월 28일로 예정된 1심 선고 공판에서 법원이 어떤 결정을 내릴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사망한 아들은 오랜 기간 사법시험과 공무원 시험 등을 준비했지만 잇달아 낙방하고 장기간 무직 생활을 해왔다고 한다. 우울증을 앓아 온 김 씨는 경찰 조사에서 자신이 죽으면 이런 아들을 책임질 사람이 없어 자신이 죽기 전에 죽여야겠다는 마음 먹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아들을 무참히 살해한 패륜적인 범행을 저질렀다”면서도 “다만 범행 당시 우울증으로 변별 능력이 떨어지는 등 심신 미약 상태였던 점과 평생을 죄책감과 회한 속에서 살아가게 될 피고인의 사정을 참작했다”고 밝혔다. 존속살해죄와 마찬가지로 패륜적인 범행이지만 자녀를 살해한 부모의 죄책감과 회한을 법원이 감경 사유로 봤다.
인천 총기 사건 이전부터 법조계에서는 존속살해만 가중처벌하고 비속살해는 일반살해죄로 처벌하는 데 대한 문제제기가 이어져 왔다. 2011년에는 형법 제250조 제2항이 자녀가 부모를 살해할 경우만 가중처벌하고, 부모가 자녀를 살해할 경우에는 가중처벌하지 않는 것은 평등권 침해이며, 헌법 제11조(평등권 조항)에 위배된다는 헌법소원이 제기됐다.
2013년 헌법재판소는 재판관 7 대 2로 합헌 결정을 내렸다. 부모는 자녀에 비해 연령·신체·경제적·사회적으로 열위에 있어 특별한 보호가 필요하며, 사회적으로 효와 가족질서 보호를 강조하는 가치가 있어 부모에 대한 살인은 공공성과 도덕성 측면에서 더 중대한 범죄로 평가될 수 있기 때문에 합리적인 차별에 해당돼 평등권 침해가 아니라는 게 다수 의견이었다.
이후 12년이 흘렀지만 여전히 법조계에선 비속살해죄를 신설하거나 존속살해죄를 폐지해 ‘처벌 형평성을 맞춰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
전동선 프리랜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