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은 단호했다. A 씨에게 “해악의 고지를 넘어 비열하다고 할 만큼 공갈 범행을 했다”며 1심보다 높은 형량을 선고한 항소심 법원은 같은 혐의 등으로 기소된 전직 영화배우 B(30)에게도 1심의 징역 4년 2월보다 높은 징역 6년 6월을 선고했다.

1심 법원이 A 씨에게 징역 3년 6월을 선고한 터라 항소심에서 형량이 줄어 3년 이하의 징역형을 받으면 집행유예가 가능하다. 선고 공판을 앞두고 보석을 신청하는 것은 최근 로펌들이 재판부의 의중을 미리 파악하기 위해 자주 쓰는 전략이다. 재판부가 구속 상태의 피의자에게 무죄 내지는 집행유예를 선고해 풀어줄 생각이라면 보석 신청을 받아들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A 씨의 보석 허가는 재판부 직권에 따른 조치였다. 7월 16일로 예정된 항소심 선고 공판 이전에 구속기간이 만료될 것으로 본 법원이 보석을 직권으로 허가해준 것일 뿐이었다.

A 씨의 양형 이유에 대해 항소심 재판부는 “해악의 고지를 넘어 자신을 신뢰하고 있는 이 씨를 상대로 비열하다고 할 만큼 공갈 범행을 했다”면서 “자신을 신뢰하는 피해자에게 (B 씨 요구 금액보다) 더 많은 금액을 요구했다. 피고인은 피해자를 협박해 공포심을 유발했고, 피해자는 관련 추측성 보도가 나오자 극단적 선택을 했다”고 밝혔다. 이어 “피고인이 사망 원인을 제공한 것을 부인할 수 없고, 유가족은 지금도 극심한 고통을 호소하고 있는 데다 피해도 회복되지 않았다”며 “보석으로 석방된 이후 태도를 봐도 피고인이 진심으로 반성하고 있는지 의문이 든다”고 지적했다.
또 B 씨의 양형 이유에 대해서는 “피고인은 마약 범행을 빌미로 유명 배우를 공갈하려다 미수에 그쳤고, 갈취금을 나눠 받는 데 실패하자 직접 공갈 범행을 했다”며 “대포 유심칩 여러 개를 매수하고 해킹범 행세를 하면서 범행해 죄질이 불량하다”고 판단했다. 이어 “목적을 달성할 때까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범행했다”며 “대중의 반응에 민감한 유명 배우에게 공포심을 일으키고 극단적 선택을 하는 원인을 제공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2023년 9월 B 씨는 불법 유심칩을 이용해 자신을 ‘네넴띤’이라는 닉네임을 사용하는 협박범으로 속여 A 씨에게 ‘너 앨범에 있던 거’, ‘연예인 사진’, ‘나라가 뒤집힐’ 등의 텔레그램 메시지를 보내며 현금 1억 원을 요구했다. 이에 A 씨는 고 이선균에게 “익명의 해킹범으로부터 협박을 받고 있으니 돈이 필요하다”며 3억 원을 뜯어냈다.
3억 원을 받은 A 씨는 협박범에게 직접 현금을 주겠다고 했지만 자신의 정체가 발각될 것을 우려한 B 씨는 약속 장소에 나가지 않았다. 대신 10월에 직접 고 이선균에게 같은 방식으로 1억 원을 요구해 5000만 원을 뜯어냈다.
1심 재판 과정부터 혐의를 대체로 인정하고 반성한 B 씨와 달리 A 씨는 꾸준히 자신의 혐의를 부인했다. A 씨 측은 ‘B 씨의 가스라이팅(심리적 지배)으로 인해 벌어진 범죄’라고 주장했는데, 심지어 “이선균을 지키기 위해 한 행동”이라며 선처를 구하기도 했다. 그렇지만 1심 재판부는 “A 씨는 피해자에게 요구할 금액을 스스로 3억 원으로 정했다”며 “A 씨 주장대로 B 씨가 공갈을 지시하거나 가스라이팅을 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1심 판결 직후 A 씨는 “1심 판결은 법리를 오해했다. 받아들일 수 없다”며 항소장을 제출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선고 공판에서 “자기 잘못을 인정하고 반성하고 있는 것은 유리한 정황”이라면서도 “피고인이 진심으로 반성하고 있는지 의문이 든다”고 지적했다. 항소심 결심공판 최후 변론에서 A 씨의 법률 대리인은 “A 씨가 반성하고 있다”고는 했지만 “피고인(A 씨)은 불상의 협박범에 대한 두려움으로 인해 잘못된 선택을 한 것 같다며 반성 중”이라고 주장했다. 불상의 협박범은 ‘네넴띤’이라는 닉네임을 사용해 텔레그램 메시지를 보냈던 B 씨를 의미한다.
전동선 프리랜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