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동안 언론 등에 소개된 두 사람의 접점은 2019년 5월 8일(한국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LA)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류현진 선발 등판 경기였다. 이날 경기에서 다저스가 애틀란타 브레이브스를 상대로 9-0으로 승리하면서 류현진은 완봉승을 거뒀는데 이 모습을 BTS 슈가가 직관했다.

이날 슈가의 경기 직관을 가능하게 한 인물이 바로 박찬호다. BTS는 경기 3일 전인 5월 5일 LA 로즈볼 스타디움에서 북미 투어 ‘LOVE YOURSELF: SPEAK YOURSELF’ 첫 공연을 가졌다. 마침 LA에 체류 중인 상황에서 류현진이 선발 등판하는 LA 다저스 홈경기가 열려 슈가가 이 경기를 직관하려 했지만 문제는 표를 구하는 것이었다.
이날 경기를 중계한 정민철 M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은 “BTS 멤버가 경기장에 왔다”며 “아침에 박찬호 선수에게 ‘야구장에 가고 싶다’고 연락을 했다더라. 그래서 박찬호 선수가 자리를 마련해줬다. 방탄소년단이 류현진 최고의 경기를 보고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바로 그 BTS 멤버가 슈가였다.
슈가는 이미 야구 사랑으로 유명한 스타였다. 대구 출신인 슈가는 고향 연고팀인 삼성 라이온즈의 열렬한 팬이다. 왕조를 구가하던 시절 삼성이 통합우승 4연패를 기록하자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라이온즈 유니폼을 입고 있는 사진과 함께 “헿 삼성 우승”이란 글을 올렸다. 앞서 언급한 경기 직후 류현진과 슈가의 만남 영상에서도 슈가가 자신을 삼성팬이라고 소개하는 장면이 나온다. 그러다 삼성 라이온즈 구단이 공식 인스타그램에 슈가와 류현진의 영상을 공유하며 “슈가님 ‘전 삼성팬’ 뭐라고요? 문장을 완성해주세요, 슈가님!!”이라며 “라팍(라이온즈파크) 경기 시구자로 초청하고 싶습니다. 연락주세요!!”라고 글을 남겼다.
그렇다면 이번 투자는 어떻게 이뤄지게 된 것일까. 이를 위해서는 오랜 기간 오클랜드 애슬레틱스로 알려졌던 MLB 구단이 연고지를 이전하는 과정을 먼저 살펴봐야 한다.
애슬레틱스는 통산 월드 시리즈 9회 우승에 빛나는 명문팀이지만 1990년대 중반부터 구단주가 예산을 줄여 스몰마켓으로 운영되고 있다. 스몰마켓 팀이지만 1998년부터 2015년까지 단장을 역임한 빌리 빈(현 수석 고문) 체제에서 꾸준히 좋은 성적을 올렸다. 바로 영화 ‘머니볼’이 빌리 빈 단장 시절의 애슬레틱스를 소재로 한 영화다. 그렇지만 2020년 포스트시즌 진출을 마지막으로 최근에는 만년 하위팀으로 이미지가 굳어졌다.
2024시즌 선수단 급여 총액은 6200만 달러(약 846억 원)로 MLB 30개 구단 가운데 가장 낮고, 2024년 홈경기 평균 관중도 1만 1528명으로 역시 30개 구단 가운데 가장 적다. 그러다 보니 올 시즌 현재 성적도 아메리칸리그 서부지구 최하위다.
애슬레틱스는 1901년 필라델피아를 연고로 창단해 캔자스시티(1955∼1967년)를 거쳐 1968년부터 오클랜드에 자리 잡았다. 홈구장이던 오클랜드 콜리시엄 임대 사용 계약이 끝나는 2024년을 앞두고 수년 동안 애슬레틱스 구단은 새 야구장을 물색했다. 오클랜드 콜리시엄은 MLB에서 손꼽히는 낙후된 구장이다.
그런데 오클랜드시가 재정난을 이유로 구장 신축을 반대하자 2021년 MLB 사무국은 애슬레틱스 구단의 연고지 이전을 승인했다. 애슬레틱스 구단이 결정한 새로운 연고지는 인프라가 잘 조성된 라스베이거스다. 이를 위해 애슬레틱스 구단은 17억 5000만 달러(약 2조 4000억 원)를 투입해 2028년 완공을 목표로 3만 3000명을 수용하는 새 홈구장 설립에 돌입했다.

6월 24일 라스베이거스에서 새 야구장 기공식이 열렸다. 미국 네바다주 소재의 라스베이거스는 잘 알려진 관광 도시로 거주 인구는 64만 명에 불과하지만 연간 관광객이 4000만 명 이상이다. 미국프로풋볼(NFL)의 레이더스, 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의 골든나이츠, 미국여자프로농구(WNBA) 에이시스 등이 라스베이거스 연고 프로팀으로 2028년부터는 MLB 구단인 애슬레틱스까지 가세하게 된다. 미국 현지에서는 새롭게 떠오르는 스포츠 도시라 애슬레틱스 역시 라스베이거스를 기반으로 두터운 팬층을 확보해 재무구조를 개선하려 하고 있다. 이런 계획이 맞아 떨어진다면 애슬레틱스가 다시 강팀의 반열에 오를 수 있다. 역시 오클랜드가 연고지였던 NFL 레이더스는 2020년 라스베이거스로 연고지를 옮겼고, 현재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새 구장 건립비용 17억 5000만 달러(약 2조 4000억 원) 가운데 7000만 달러(약 955억 원)를 박찬호와 슈가 등이 출자한 사모펀드가 투자했다. 이를 통해 약 2~3%의 지분을 확보하게 되면서 박찬호가 애슬레틱스에서 실무적인 역할을 맡을 수 있다는 관측까지 나오고 있다. 또한 한국 팬 확보 목적으로 애슬레틱스가 한국 선수 영입에 나설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
전동선 프리랜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