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시영은 2017년 9월 외식사업가 조 아무개 씨와 결혼했지만 결혼 8년 만인 지난 3월 이혼했다. 2018년 1월 첫째 아들을 출산한 이시영은 최근 전남편의 동의 없이 둘째를 임신했다. 만약 전남편 조 씨가 출산을 원치 않아 소송을 제기할 경우 상황이 매우 복잡해질 수도 있었다.
조 씨는 디스패치와의 인터뷰에서 “둘째 임신에 반대한 건 맞다. 이혼한 상태 아닌가”라며 “하지만 둘째가 생겼으니 아빠로서의 책임을 다하려고 한다. 둘째 출산과 양육에 필요한 부분을 협의해 각자의 역할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법정 분쟁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 소식이 알려지자 법조계가 후끈 달아올랐다. 새올 법률사무소의 이현곤 변호사는 SNS에 올린 글을 통해 “아이가 출생하면 혼인 중의 자가 아니기 때문에 인지 절차를 밟아야 한다. 인지에 의해 법적으로 부자 관계가 성립되면 친권, 양육권, 면접교섭권, 상속권 등 모든 권리 의무가 발생한다. 양육비 지급 의무도 당연히 발생한다”면서 “이혼한 남편의 허락 없이 시험관 임신을 통해 출산한 부분에 대해 법적 책임도 문제 될 소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법무법인 가족의 엄경천 변호사는 SNS에 올린 글을 통해 “이혼으로 혼인관계가 종료된 날부터 300일 이내에 출생한 자녀는 혼인 중에 임신한 것으로 추정하고, 아내가 혼인 중에 임신한 자녀는 남편의 자녀로 추정한다”면서 “시험관 시술의 특수성을 고려할 때 개인적으로는 (이시영의 사례는) 혼인 외의 출생자로 보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혼인 외의 출생자라면 전남편이 인지할 수 있다. 혼인 외의 출생자 또는 그 법정대리인이 전남편을 상대로 인지 청구의 소를 제기할 수 있다”라며 “만약 인지 청구의 소가 제기된 경우 전남편이 배아 이식을 할 때 동의받지 않았다는 이유로 인지 청구의 기각을 구할 수 있는지 문제 된다. 전남편 입장에서 인지 청구 기각 판결을 받을 수 있다고 장담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이번 논란에 대해 한 현직 판사는 “국내에는 판례도 없는 상황”이라며 “이시영 씨 전남편이 아빠로서의 책임을 다하겠다고 밝혀 소송이 진행되진 않겠지만 재판까지 갔더라면 상당히 논란이 됐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혼한 여성에게 전남편 동의 없이 냉동 배아를 이식해준 병원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도 가능할 만큼 복잡한 사안”이라고 덧붙였다.
국내에 관련 판례가 있기는 하다. 2018년 한 부부가 시험관 시술로 배아를 생성해 한 병원에 냉동 보관했는데 부부 관계가 악화해 2019년 남편이 법원에 이혼을 청구해 몇 년 뒤 이혼했다. 그런데 아내는 냉동 배아 이식 동의서에 자신의 서명과 함께 배우자의 서명을 직접 한 뒤 체외수정 시술을 통해 임신해 아이를 출산했다. 이에 남편은 병원 측에 자신의 동의 없이 냉동 배아를 이식해 경제적인 피해가 발생했다며 병원과 의사를 상대로 1억 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그런데 법원은 소를 기각했다. 우선 아내가 냉동 배아로 임신에 성공한 시점은 아직 남편이 이혼 소송을 제기하기 전, 다시 말해 혼인 중이었다. 법원은 “시험관 시술로 배아를 생성해 냉동 보관할 만큼 부부가 임신을 위해 노력했음을 감안하면 이식 동의서에 아내가 남편 대신 서명하는 것에 남편의 묵시적 동의가 있다고 병원이 충분히 생각할 수 있었다”고 판시했다.
남편 동의 없이 냉동 배아를 통해 이뤄진 임신이기는 하지만 법적으로 부부이던 시절에 이뤄진 임신과 출산이라 이시영의 둘째 임신과는 상황이 다르다. 이시영처럼 이혼한 뒤 냉동 배아로 임신을 한 것이 문제가 된 소송에 대한 국내 판례는 아직 없다.

메리 수 데이비스와 주니어 루이스 데이비스는 군 복무에 만나 1980년에 결혼했지만 메리 수가 5번의 자궁외임신으로 양쪽 나팔관을 제거해 자연 임신이 불가능해졌다. 이에 IVF 시술을 시도했지만 6번 실패했고 1988년 마지막 시도에서 9개의 난자를 채취해 7개의 냉동 배아를 보관했다. 하지만 그 직후 주니어 루이스가 이혼 소송을 제기하면서 이혼 합의가 이뤄졌다.
문제는 7개의 냉동 배아였다. 메리 수는 이를 사용해 직접 임신하거나 기증하길 원했지만 주니어 루이스는 파기를 원했다. 1심 법원은 냉동 배아를 ‘인간’으로 봐 기증과 이식 가능성에 무게를 두어 메리 수에게 양육권을 부여했다.
그런데 항소심 법원은 주니어 루이스에게도 ‘부모가 되지 않을 권리’가 있다고 판단해 두 사람에게 냉동 배아에 대한 공동 통제권이 있다고 판단했다.
테네시 대법원은 냉동 배아에 대한 법적 지위를 ‘사람’도 ‘재산’도 아닌 잠재적 생명으로 특별히 존중받아야 할 ‘중간적 지위’라고 규정했다. 따라서 합의가 중요해 IVF 사전 동의서나 합의가 있으면 법원이 이를 존중해야 하지만, 합의가 없다면 양측의 생식 자율성을 기준으로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생식 자율권은 자녀를 가질 권리와 자녀를 갖지 않을 권리로 나뉘는데 테네시 대법원은 “강제로 부모가 되도록 요구할 수는 없다”며 자녀를 원치 않는 사람의 권리가 우선한다고 판시했다.
이후 미국의 대다수 주에서는 “강제로 부모가 되는 것은 안 된다”는 이유로 냉동 배아 사용을 원하지 않는 쪽의 손을 들어줘 냉동 배아의 폐기나 동결 유지를 명령해왔다. 그런데 2018년 미국 애리조나주에서는 ‘토레스 사건’을 계기로 소위 ‘토레스법’이 제정됐다.

이에 2018년 애리조나 의회는 “냉동 배아가 분쟁이 될 경우 ‘태아로 발전시키려는 의도’가 있는 당사자에게 권리를 부여하라”는 법안을 신설했다. 소위 ‘토레스 법’이다. 이 법안은 미국 최초로 냉동 배아로 아이를 낳으려는 배우자에게 우선적 권리를 제공했다는 의미를 갖고 있다. 다만 ‘토레스 법’은 생식권, 생명권, 낙태권 등 미국 사회의 뜨거운 쟁점들이 얽혀 있어 최근까지도 꾸준히 논란이 되고 있다. 이처럼 냉동 배아를 둘러싼 판결이 주마다 다른 상황이라 언젠가 미국 연방대법원에서 결론이 날 것으로 보인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
전동선 프리랜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