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시장을 겨냥한 한국영화 3편의 면면은 화려해 보이지만, 정작 만족스러운 성적을 거둘지 낙관하기는 어렵다. 올해 들어 극장 관객 수가 현저히 줄어든 상황이 긴장감을 높인다. 실제로 영화진흥위원회 집계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6월까지 상반기 극장 관객 수는 4249만 7307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모은 6292만 9390명과 비교해 32%나 줄어들었다.
상반기 관객 급감의 이유가 있다. 최근 2~3년 동안 마동석의 액션 시리즈 ‘범죄도시’나 ‘파묘’처럼 상반기에 개봉한 영화 가운데 1000만 흥행작이 탄생하면서 전체적인 스코어 상승을 견인했지만 올해는 상황이 다르다. 올해 상반기 극장에서 가장 많은 관객을 모은 영화는 유해진·강하늘의 ‘야당’(337만 명)과 톰 크루즈 주연의 ‘미션 임파서블: 파이널 레코닝’(338만 명)으로 단 한 편도 400만 관객의 벽을 넘지 못했다. 때문에 여름에 출사표를 던진 한국영화 세 편의 어깨는 더 무거울 수밖에 없다. 1차 목표는 제작비 회수다.
#일주일 차이로 개봉 ‘전독시’ VS ‘좀비딸’

세 편 가운데 가장 먼저 개봉 일정을 확정한 작품은 ‘전지적 독자 시점’으로 7월 23일 개봉과 동시에 여름 대전의 문을 연다. 영화는 10년 동안 연재된 소설이 완결된 날, 소설 속의 멸망한 세계가 현실로 나타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소설을 유일하게 읽은 회사원 김독자(안효섭 분)와 소설의 주인공인 유중혁(이민호 분)이 동료들과 함께 멸망한 세계에서 살아남기 위해 나선다. 연기자 나나와 채수빈, 신승호, 그룹 블랙핑크가 동료들로 뭉쳤다. 300억 원대 대작의 주연 배우들 연령대를 대폭 낮추면서 1020세대 관객을 집중 공략하는 전략이다.
‘전지적 독자 시점’은 원작의 인지도에 힘입어 다른 경쟁작들보다 유리한 위치에서 출발한다. 여기에 상상의 세계를 판타지 블록버스터로 구현한 노하우를 갖춘 제작사의 작품이라는 점도 경쟁력이다. 리얼라이즈픽쳐스는 쌍천만 흥행작 ‘신과함께’ 시리즈를 성공으로 이끈 제작사. 컴퓨터그래픽 등 시각효과를 통해 저승의 세계를 그려 2편 연속 1000만 관객 돌파에 성공했고 그 노하우를 이번 ‘전지적 독자 시점’에 집약했다. 연출은 ‘더 테러 라이브’, ‘PMC: 더 벙커’ 등 긴장감 넘치는 액션극에서 실력을 보인 김병우 감독이 했다.
다만 ‘전지적 독자 시점’은 여름 한국영화 3편 가운데 제작비가 가장 높게 책정됐다. 극장에서 600만 명을 동원해야 제작비를 회수할 것으로 예상된다. 더욱이 불과 일주일 뒤에 ‘좀비딸’(제작 스튜디오N)이 개봉하는 상황도 긴장감을 높인다.

‘좀비딸’을 향한 궁금증은 조정석이 ‘여름 코미디’ 흥행을 이어갈지다. 조정석은 2019년 여름 주연작 ‘엑시트’로 942만 명의 관객 동원에 성공했고 지난해에도 ‘파일럿’으로 471만 명을 동원했다. 여름에 내놓은 코미디 영화로 어김없이 흥행성과를 거두면서 ‘여름 코미디는 조정석으로 통한다’는 공식을 만들고 있다.
필감성 감독은 “시나리오부터 조정석을 생각하며 썼다”며 “웃기면서도 가슴을 찌르는 장면을 호감 있게 표현할 수 있는 배우는 조정석밖에 없다고 여겼다. 간절한 마음으로 시나리오를 건넸는데 흔쾌히 수락해줬다”고 밝혔다. 처음 ‘좀비딸’의 시나리오를 받아 읽은 조정석 역시 “‘이건 난데?’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면서 “원작인 웹툰을 보지 못하고 시나리오를 받았는데 너무 재밌어서 감정을 추스르기도 어려웠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임윤아와 제작자 류승완의 재회 ‘악마가 이사왔다’
마지막 주자인 ‘악마가 이사왔다’는 ‘전지적 독자 시점’과 ‘좀비딸’이 벌이는 경쟁에서 한발 떨어져 8월 13일 개봉한다. 3파전의 치열한 경합을 피하고 광복절이 맞물린 연휴를 겨냥하는 전략이다. 영화의 주인공은 매일 새벽 2시에 악마로 변하는 여자 선지(임윤아 분)와 그를 감시하는 아르바이트를 하게 된 청년 백수 길구(안보현 분)다.

임윤아의 각오도 남다르다. 낮에는 평범하게 빵집을 운영하지만 밤에는 악마가 되는 이중적인 캐릭터를 소화한 임윤아는 “외적으로 차별화를 극명하게 보여주고 싶었다”며 “낮에는 청순하고 깨끗하고 소녀 같은 이미지이지만 악마가 되는 밤에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강렬하게 확 바꾸고 목소리 톤이나 표정도 완전히 바꿨다”고 강조했다.
이호연 대중문화평론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