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6년 개봉한 잭 스나이더 감독의 ‘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2016)이 기록한 1억 6600만 달러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역시 슈퍼맨을 소재로 한 2013년 개봉작 ‘맨 오브 스틸’(1억 1700만 달러)과는 비슷한 성적을 내는 데 성공했다.
북미 지역에서 전 세계로 확대하면 ‘슈퍼맨’의 오프닝 스코어는 2억 1700만 달러(약 2994억 원)로 추정된다. 북미 지역을 제외한 세계 각국 78개 시장에서도 무려 9500만 달러를 벌어들였기 때문이다. 영화 제작비 약 2억 2500만 달러(약 3104억 원)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그렇다고 기록적인 오프닝 스코어는 아니다. 할리우드에서 올해 개봉한 영화 가운데 가장 높은 오프닝 스코어를 기록한 영화는 ‘마인크래프트 무비’(1억 6200만 달러)이고 2위는 ‘릴로 & 스티치’(1억 4600만 달러)다. ‘슈퍼맨’이 이들의 뒤를 이어 3위에 이름을 올렸다. 그렇지만 오랜 침체기를 겪은 DC 스튜디오 입장에선 분명 흥분할 만한 오프닝 스코어다.
워너브러더스 디스커버리의 CEO 데이비드 자슬라브는 오프닝 스코어에 대한 공식입장을 통해 “이번 주말 제임스 건의 열정과 비전이 스크린 위에서 현실이 되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라며 “‘슈퍼맨’은 시작에 불과하다. 앞으로 ‘슈퍼걸’과 ‘클레이페이스’는 극장 개봉으로, ‘랜턴즈’ 시리즈는 HBO 맥스를 통해 공개돼 열기를 이어갈 예정이다. DC의 비전은 명확하며 지금의 흐름은 확실하다. 앞으로가 기대된다”고 밝혔다.

워너브러더스 배급 책임자 제프리 골드스틴 역시 “DC 스튜디오에 꽤 큰 승리”라고 평가하며 “우리는 그동안 팬들의 신뢰를 얻지 못했고, 한발 뒤로 물러나 스스로를 재창조할 필요성이 분명히 있었다”고 밝혔다. 이처럼 DC 스튜디오를 소유한 워너브러더스는 DC 스튜디오 리부트가 절실했고, 제임스 건이 제대로 그 첫발을 뗐다.
‘슈퍼맨’은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시리즈로 세계적인 감독으로 거듭난 제임스 건이 DC 스튜디오 공동대표가 된 뒤 감독으로 내놓은 첫 DC 영화다.
제임스 건은 오프닝 스코어가 발표되자 쓰레드를 통해 “지난 며칠 동안 보여주신 열정과 응원에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우리는 지금까지 많은 ‘슈퍼맨’을 만나왔지만, 이번 영화는 ‘슈퍼’보다는 ‘맨’에 집중했다. 어려운 사람들을 돕기 위해 항상 애쓰는 따뜻한 ‘맨’”이라며 “이런 메시지가 전 세계 많은 분들께 깊이 와 닿았다는 점은 인간 본연에 선함이 여전히 희망적으로 남아있다는 걸 증명한다고 생각한다. 여러분들의 성원에 감사드린다”는 소감을 밝혔다.

기본적으로 한국 관객들이 DC스튜디오 영화를 그리 선호하지 않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 그렇지만 이는 마블 스튜디오와의 비교에서 의미를 갖는 전제일 뿐이다. 요즘에는 마블 스튜디오 영화도 국내 극장가에서 별로 힘을 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영화계에서는 ‘슈퍼맨’이 유독 한국 극장가에서만 힘을 내지 못하는 이유가 그만큼 한국 극장 산업이 위기에 직면해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극장을 찾는 발길 자체가 뜸해지다 보니 어지간한 흥행작이 아니면 관객들이 극장을 잘 방문하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아예 대박이 난 1000만 관객 영화 몇 편을 제외하면 흥행에 성공해도 200만~300만 관객 수준이다. 그 중간 단계인 중박 영화가 거의 사라졌다. 심지어 올해 상반기에는 1000만 관객 영화가 단 한 편도 없었다. 300만 관객을 겨우 넘은 영화만 3편 나왔을 정도로 불황이 더 깊어졌다.
한 영화제작사 관계자는 “할리우드 영화나 홍콩 영화 아니면 야한 영화라도 극장을 찾는 사람이 많았던 1980~ 1990년대에는 극장 산업이 활발히 살아 있었다”라며 “이런 극장 산업의 호황이 결국 1990년대 후반 이후 한국 영화 산업의 부흥을 주도했는데 이제는 극장 산업이 극도의 불황에 빠졌다”고 분석했다. 이어 “한국 영화가 거듭 흥행에 실패하고 할리우드 영화만 흥행에 성공할지라도 한국 극장 산업 호황이 유지되면 한국 영화도 충분히 부활할 수 있는데 그조차도 힘들다는 게 ‘슈퍼맨’을 통해 재확인됐다”며 아쉬워했다.
반면 한국 극장가가 제대로 된 흥행 바로미터라는 시선도 있다. 한국 관객들이 열광하지 않는다면 결국 북미와 전 세계 시장에서도 통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기대감이 폭발해 북미 지역에서 화려한 오프닝 스코어를 기록했지만 곧 북미 시장에서도 흥행세가 꺾일 수 있다는 지적이다. 과연 ‘슈퍼맨’이 어디까지 날아오를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이호연 대중문화평론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