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재 중국에서의 치쿤구니야 열병 확진 사례 증가폭은 2020년 초 코로나19의 초기 확산 속도를 뛰어넘는다. 중국 후베이성 우한에서 정체불명의 폐렴이 확산되고 있다는 소식이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2019년 연말 즈음이다. 2019년 12월 31일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 현지 언론은 우한시 위원회가 한 달 동안 27명의 확진자가 보고됐으며 이 가운데 7명은 중태라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그다음 해 1월 6일 우한시 위생건강위원회는 12월 31일 이후 원인불명 폐렴에 대한 조사를 진행한 결과 확진 환자가 59명(중증 환자 7명)이라고 밝혔다. 또한 가장 이른 발병은 12월 12일이었다고 밝혔다. 바로 이 원인불명의 폐렴은 곧 ‘우한폐렴’이라 알려졌고, 결국 코로나19로 명명됐다. 코로나19는 초기 25일 동안 확진자가 59명이었지만 치쿤구니야 열병은 15일 만에 3195건을 기록해 훨씬 빠른 유행 확산 속도를 보여주고 있다.

1월 19일에는 한국에서 첫 확진자가 나왔다. 우한에서 인천공항으로 입국 중 발열 증상이 확인된 중국 국적 여성으로 그가 ‘코로나19 1번 확진자’가 됐다. 1월 21일 중국 당국은 중국 전역에서 198명의 감염자가 발생했다고 밝혔지만 당시 해외 감염병 전문가들은 이미 감염 환자수가 1000명을 훌쩍 넘겼을 것이라고 추정하고 있었다. 결국 코로나19는 팬데믹으로 이어졌다.
코로나19와 치쿤구니야 열병의 공통점은 유행이 시작될 즈음에 백신이나 치료제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가장 큰 차이점은 코로나19는 유행이 시작될 때까지 전혀 알려지지 않은 신종 감염병이었지만, 치쿤구니야 열병은 이미 알려져 있는 감염병이라는 점이다.
치쿤구니야 열병은 ‘숲모기’가 옮기는 바이러스 질환으로 아직 사람 사이에서도 전염되지는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열병이라 불리는 만큼 약 40℃에 가까운 발열이 가장 주된 증상이며 관절 통증, 근육 통증, 두통, 발진 등의 증상을 보인다. 치사율은 1% 정도지만 신생아나 고령자, 기저질환자 등 고위험군은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중국 정부는 포산시에 53개 병원을 지정 치료 시설로 정해 3600개 이상의 격리 병상을 준비했으며 중국 국가질병통제국이 실무팀을 포산시에 파견해 현장 지도를 진행하고 있다. 또한 광둥성 전역에 대한 감시와 조기 경보를 강화했으며 매개체인 모기 방역에 집중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2013년에 첫 치쿤구니야 열병 환자가 발생했다. 2010년 법정감염병으로 지정된 이후 첫 환자로 해외 유입 사례다. 20대 초반 남성이 2013년 6월 필리핀 마닐라 방문 과정에서 모기에 물려 감염됐다. 2023년 1월에도 태국을 방문했다가 치쿤구니야 열병 확정 판정을 받은 사례가 발생하는 등 흔치는 않지만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
올해는 연초부터 인도양의 레위니옹, 마요트, 모리셔스 등의 섬에서 감염이 확산되기 시작해 동남아시아와 인도, 마다가스카르·소말리아·케냐 등 아프리카 일부 지역과 프랑스 등 유럽 일부 지역에서 환자가 발생하고 있다. 프랑스령인 레위니옹은 인구가 약 88만 명인데 이 가운데 3분의 1이 감염된 것으로 추정될 정도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면역이 형성돼 있지 않은 국가에서는 인구의 최대 4분의 3까지 감염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그리고 최근 중국 포산시에서 심각한 수준의 유행이 시작됐다. 중국 당국은 치쿤구니야 열병 바이러스가 해외에서 유입돼 고온 다습한 남부 지역에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게다가 베이징 등 중국의 다른 도시에서도 치쿤구니야 열병 환자가 속속 보고되고 있는데 대부분 외국 방문자들이다.
상황이 심각하게 진행되자 WHO도 치쿤구니야 열병의 세계적 유행 가능성을 경고하며 시급한 예방조치를 당부했다. WHO 곤충 매개 바이러스 전문가 다이애나 로하스 알바레스는 언론 브리핑을 통해 “치사율은 1% 미만이라도 감염자가 수백만 명 발생하면 사망자도 수천 명이 될 것”이라며 “각국이 대규모 발병을 막기 위한 역량을 강화하도록 조기 경보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부분은 올여름에는 모기가 그리 많지 않다는 점이다. 서울시 제공 모기 예보에 따르면 7월 말임에도 모기 발생지수는 쾌적, 관심, 주의, 불쾌 등 총 4단계 가운데 ‘관심’ 단계다. 예년 이 시기에는 ‘주의’ 또는 ‘불쾌’ 단계였다. 폭염과 폭우 때문이다.
문제는 가을 모기가 대량으로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에도 폭염과 폭우 여파로 여름보다 가을에 더 모기가 기승을 부린 바 있다. 따라서 여름을 지나 가을까지도 치쿤구니야 열병 등 모기 매개 감염병에 대해 각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
전동선 프리랜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