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계 미국인 크리에이터들이 대거 참여해 만든 이 작품에는 K-팝 외에도 한국의 전통 문화가 고루 담겼다. 호랑이와 까치는 전통 민화 ‘작호도’의 주인공이었고, 제작진은 이를 적극 차용했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가 예상치 못한 큰 인기를 끌어, 관련 굿즈가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대중은 국립중앙박물관의 기념품으로 눈을 돌렸다. 더피와 서씨와 유사한 모양을 한 까치호랑이뱃지는 그동안 한 달 평균 66개 정도만 찾는 이가 있었으나, 지난달에는 3만 8104개가 판매되며 품절 사태를 빚기도 했다. 매출액만 5억 6000만 원에 육박한다.

‘좀비딸’에는 특별한 배우가 등장한다. 당당히 오디션까지 통과해 배역을 따낸 애용이다. 애용이는 좀비 바이러스에 감염된 딸 수아(최유리 분)와 그를 살리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아버지 정환(조정석 분)이 애지중지 키우던 반려묘로, ‘좀비딸’ 곳곳에서 ‘신 스틸러’ 역할을 톡톡히 하면서 웃음을 유발한다.
애용이는 동명 웹툰에서도 등장하는 고양이다. 하지만 만화와 현실은 다르다. 고양이는 훈련이 어려운 대표적 동물로 손꼽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당초 애용이를 컴퓨터그래픽(CG)으로 처리할 고민도 했다. 그러나 실제 반려묘를 키우는 필감성 감독은 쉽게 포기하지 않았다. 필 감독은 언론 인터뷰에서 “애용이가 ‘좀비딸’의 정체성이자 소울(Soul)이라고 생각했다”고 애정을 드러냈고, 카메라 앞에 서 본 경험이 있는 고양이들을 대상으로 오디션을 실시해 발탁했다.
애용이는 필 감독의 정성에 부응했다. 다양한 표정 연기로 각 장면에 딱 맞는 분위기를 연출했다. 필 감독은 “제가 집사이기도 해서 보란 듯이 잘해내고 싶다는 오기가 있었다”면서 “훈련이라고 해봤자 촬영 때 기다려주는 것뿐이었다. ‘될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었는데, 이 친구가 굉장히 적응을 잘하고 원하는 장면들을 빨리빨리 만들어줘서 ‘고양이의 보은’이라고 생각했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좀비딸’에서 필감성 감독이 고양이를 키우는 집사로서 애용이에 애정을 쏟았듯, ‘슈퍼맨’을 연출한 제임스 건 감독 역시 강아지를 키우는 반려인이다. ‘슈퍼맨’ 속 크립토의 외형은 제임스 건 감독이 실제로 함께 생활하는 강아지 오즈에서 따왔고, 슈퍼 파워를 발휘하는 장면들은 CG로 처리했다는 후문이다.
이외에도 최근 다양한 작품 속에서 반려동물 설정은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영화 ‘쥬라기 월드: 새로운 시작’에서 주인공 소녀는 작은 아기 공룡에게 ‘돌로레스’라는 이름을 붙인 후 백팩에 넣고 함께 다닌다. 당초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됐으나 얼마 전 실사 버전이 공개된 영화 ‘드래곤 길들이기’ 역시 공포의 대상이었던 공룡 ‘투슬리스’와 인간의 유대를 그렸다.

이는 전 세계적으로 반려동물을 키우는 인구가 크게 늘어나는 것에 발맞춘 설정이라 할 수 있다. 국내 반려 인구는 어느덧 1500만 명을 넘어섰으며, 세계적으로도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이런 흐름에 따라 반려인과 반려동물의 동행을 그린 콘텐츠에 대한 관심도와 인기 역시 상승했다.
아울러 콘텐츠 속 반려동물은 캐릭터화하면 수익성을 극대화시킬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는 월트디즈니와 픽사 등 할리우드 애니메이션 명가들이 오랫동안 구축해온 시장이다. 미키 마우스, 도널드 덕을 시작으로 ‘토이 스토리’의 반려 로버트 버즈와 우디, ‘라이온킹’의 심바, ‘인사이드 아웃’의 다양한 감정 캐릭터들이 이제는 인형과 열쇠고리로 제작되고, 노트나 컵에 새겨진다. ‘좀비딸’의 투자배급사 NEW가 애용이 캐릭터를 활용한 손선풍기, 부채, 키홀더 등을 제작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김소리 대중문화평론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