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조정석이다!
조정석이 주연을 맡은 영화 ‘좀비딸’은 8월 5일 일찌감치 손익분기점(220만 명)을 넘어섰다. 불과 개봉 일주일만이다. 이미 롱런 채비를 갖췄고, 현재 흥행 추세라면 지난해 ‘파일럿’(470만 명)의 기록도 뛰어넘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좀비딸’의 언론·배급시사회 직후부터 “잘 나왔다”는 입소문이 돌기 시작했고, 자연스럽게 기대감도 상승했다. 그 결과, 개봉 첫날에만 43만여 명을 동원하며 올해 공개된 영화 중 최고 오프닝 성적을 거뒀다. ‘미션 임파서블:레드 레코닝’마저 제쳤다.
‘좀비딸’은 8월 초 바캉스 특수를 누리며 평일에도 15만 명 안팎의 관객을 꾸준히 모으며 ‘1강’ 체제를 굳혔다. ‘F1 더 무비’가 하루 5만여 명씩 보태며 어느덧 누적 관객 330만 명에 육박(7일 기준)하고,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존윅’ 시리즈의 스핀오프인 ‘발레리나’는 개봉 당일 4만여 명을 동원하며 ‘좀비딸’의 흥행 전선에 별다른 타격을 입히지 못했다. 아울러 ‘킹 오브 킹스’와 ‘전지적 독자 시점’은 상영관 수도 줄면서 100만 명 언저리에서 서서히 극장 상영을 마무리하는 단계로 접어들었다.
8월 13일 개봉되는 영화 ‘악마가 이사왔다’가 유일하게 남은 ‘좀비딸’의 대항마다. 공교롭게도 이 영화는 2019년 조정석과 함께 ‘엑시트’로 941만 관객을 모은 이상근 감독이 6년 만에 내놓는 차기작이다. 아울러 ‘엑시트’에서 조정석과 호흡을 맞췄던 걸그룹 소녀시대 출신 배우 윤아가 주연을 맡았다. ‘어제의 동지’가 ‘오늘의 적’이 된 셈이다.

#왜 조정석일까?
조정석은 자기만의 확실한 영역을 구축한 배우로 손꼽힌다. 영화 ‘건축학개론’(2012)에서 납득이 캐릭터로 스타덤에 오른 이후 꾸준히 ‘조정석표 코미디’를 선보이고 있다. ‘나의 사랑 나의 신부’(2014), ‘형’(2016)을 거친 후 ‘엑시트’(2019)로 꽃을 피웠다. 이후 코로나19로 인한 팬데믹 상황이 벌어지며 극장 관객이 크게 감소했지만, 지난해에는 ‘파일럿’으로 470만 관객을 동원하며 건재함을 과시했다.
조정석의 코미디는 항상 ‘과유불급’을 경계한다. 과도한 슬랩스틱이나 화장실 유머는 지양한다. 대신 그의 유머는 가족애를 기반으로 한다. ‘나의 사랑 나의 신부’ 이후 지난 11년 동안 그가 주연을 맡은 모든 영화는 가족의 이야기가 밑바탕이 됐다.

조정석은 침체기에 빠진 현재 극장업계를 영리하게 공략했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가 활성화되면서 고비용을 감수하며 극장을 찾는 발길이 뜸해졌다. 관객들은 “재미있다”는 입소문이 돈 한 작품에 집중하는 합리적 소비를 시작했다. 또한 어지러운 정치·경제적 환경 속에서 관객들은 순수하게 재미를 추구하는 ‘팝콘 무비’를 추구하는 경향이 강해졌다. ‘엑시트’의 백수, ‘파일럿’의 여장 남자, ‘좀비딸’의 좀비 아빠로 분하며 웃음과 감동으로 무장한 조정석이 제시하는 무해한 영화에 관객이 쏠리는 이유다. 또한 비교적 제작비가 저렴한 작품이기 때문에 손익분기점에 도달하는 과정 역시 소위 ‘대작’에 비해 용이한 편이다.
아울러 ‘좀비딸’은 최근 정부가 배포한 영화 할인 쿠폰과 ‘문화가 있는 날’ 특수도 누렸다. 개봉 당일 이런 혜택으로 ‘1000원 영화’ 관람이 가능했기 때문에 관객이 더 몰렸다. 하지만 이런 주변 환경이 흥행의 절대적 요인은 아니다. 이때 ‘좀비딸’을 선택한 관객들의 만족도가 높았기에 추가 예매로 이어진 것이다. 결국 ‘좀비딸’의 성공은 웃음과 울음을 작품 안에서 적절히 배분할 줄 아는 조정석의 힘이 낳은 결과다.
김소리 대중문화평론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