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야당 유력 정치인의 아들이 성희롱 논란 등 불미스러운 일로 구설에 올랐다. 사진은 드라마의 한 장면. |
야당에서 잔뼈가 굵은 유력 정치인 A 의원의 아들을 둘러싸고 최근 후배 성희롱, 음주운전, 전공의 특채 등 잇따른 의혹이 제기돼 논란을 예고하고 있다. 관련 의혹들이 사실로 밝혀질 경우 신망 두텁기로 소문난 A 의원의 의정활동에 치명적인 타격을 줄 전망이어서 그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일요신문>이 A 의원의 아들을 겨냥해 제기된 의혹들을 뒤쫓아가봤다.
“술에 취하면 여자 후배들의 몸을 건드리는 건 예사, 학내에선 이미 유명한 얘기다.”
유력 정치인 ‘A 의원의 아들’이라는 타이틀에 훤칠한 외모로 모 의학전문대학원(의전원) 재학시절부터 이미 유명 인사였다는 B 씨. 최근 그를 둘러싼 다양한 소문들 중에서 의전원 재학시절 후배 여학생들을 수시로 성희롱함은 물론 의대생의 신분으로 음주운전까지 했다는 제보가 들어왔다.
B 씨가 때 아닌 구설수에 휘말리게 된 건 그가 의료계에서 경쟁률이 가장 높은 인기학과인 정신의학과 전공의에 합격하면서부터다. “B 씨가 아버지 힘으로 학내 성적으로 붙기 힘든 최고 인기과에 합격했다”는 소문이 돌자 그동안 B 씨에게 부당한 일을 당했다는 내용의 목소리가 봇물 터지듯이 나오고 있는 것.
B 씨의 의전원 후배라고 밝힌 한 학생은 익명을 요구하며 “B 씨와 함께 의전원에서 공부했다. 그 때부터 B 씨의 행실이 좋지 않아 말이 많았다. 그런데 올 초 B 씨가 40~60등 정도밖에 안 되는 학내 등수에도 불구하고 아무나 갈 수 없는 인기과에 합격하는 모습을 보고 이건 아니다 싶었다. 무엇보다 정신의학과 의사는 과 특성상 의사가 윤리적이어야 하는데 B 씨는 윤리적인 자질과는 거리가 먼 사람이다”라고 털어놨다.
실제로 B 씨는 올 초 지방소재 한 국립병원으로부터 정신의학과 레지던트(전공의) 합격 통지서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대해 의료계의 한 관계자는 “정신의학과 전공의에 뽑히려면 적어도 의전원에서 전교 5등 안에 들어야 한다”며 “최근 지방의 이름 없는 소규모 병원에서 정신의학과 전공의를 모집했을 때도 경쟁률이 4대 1에 이르렀다. 이때도 유명 의전원 출신의 중위권 학생들이 대거 몰렸다”고 말했다. 한마디로 지방 소재 대형국립병원 정신의학과 전공의에 합격하려면 최고 10~30등 대의 성적이라야 가능하다는 얘기다. 그에 반해 B 씨의 성적은 40~60등 대. 석연찮은 의혹이 나올 만한 대목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정신의학과 전문의는 “전공의 합격 기준의 90%는 학내 성적으로 가려진다. 그런데 40등 대 수준의 성적을 가진 학생이 국립병원 정신의학과에 합격했다는 게 사실이라면 굉장히 잘 풀린 케이스다”라고 설명했다.
B 씨가 논란의 도마 위에 오른 건 석연찮은 전공의 합격 과정 때문만은 아니다. B 씨가 평소 여자 후배들에게 음담패설은 물론 수위 높은 스킨십도 마다하지 않았다는 게 그의 동기, 후배들의 증언이다. 과연 사실일까.
2년 전 B 씨와 술자리를 몇 차례 가진 적이 있다고 밝힌 한 남자 후배는 “B 씨가 술만 마시면 폭언과 음담패설, 성희롱을 일삼아 여자 후배들이 많이 힘들어했다. 한번은 B 씨가 ‘콘돔 가지고 남자들끼리 좋은 곳에 가자’는 말을 꺼내 여학우들로 하여금 수치심을 느끼게 했다”고 주장했다.
여자 후배들 앞에서 버젓이 음담패설을 늘어놓는 것은 물론 술시중을 강요했다는 내용도 이어진다. 여자 후배들이 마지못해 술을 따르면 그 틈을 노려 여 후배의 등을 쓸어내리거나 수치심을 유발시킬 수 있는 신체부위를 건드렸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이밖에도 B 씨는 재학시절 한 동아리 엠티에서 술에 취한 나머지 여자 후배들이 자고 있는 방으로 침입해 점찍어둔 후배 옆에서 잠든 적이 있었다고 한다.
B 씨의 또 다른 후배는 “B 씨는 평소 새벽까지 술을 먹고 만취상태로 운전하곤 했는데 이때 후배들을 강제로 차에 태우곤 했다. 의전원에선 선배가 하늘이라 거부할 수 없어 목숨 걸고 B 씨의 차에 올라탔던 기억이 난다”고 말했다. 또 다른 동기들 몇몇도 B 씨가 평소 음주운전을 자주 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B 씨의 동아리 동기 및 후배들 몇몇은 반대되는 의견을 내놓았다. B 씨가 활동했던 ‘ㄹ’ 동아리 후배 김 아무개 씨는 “B 씨가 술을 즐기긴 했지만 단한 번도 음주운전을 한 적 없다. 특히 여 후배를 성희롱했다는 건 사실무근이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B 씨가 재학시절 가입했던 동아리는 ‘ㅅ’, ‘ㄹ’ 두 곳으로 알려졌다. 확인 결과 B 씨가 가입한 두 곳의 동아리는 각기 다른 특징을 가진 것으로 파악됐다. ‘ㅅ’ 동아리는 봉사활동 목적의 학교 공식 동아리로 가입이 비교적 쉽다. 반면 ‘ㄹ’ 동아리의 경우 선배의 추천이 있어야만 가입 가능한 소규모 사조직이라고 한다.
‘ㅅ’ 동아리에서 활동한 바 있는 한 졸업생은 “‘ㄹ’ 동아리는 선배 중에 학교 교수님들도 상당수 있는 명문 클럽으로 가입하기 굉장히 어렵다. 선배들이 신입을 뽑을 때 부모 직업 등을 까다롭게 보고 선발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B 씨는 정치인 아버지를 뒀기 때문에 아마도 어렵지 않게 가입할 수 있었을 것”이라면서 “비밀스런 소규모 조직이기 때문에 ‘제 식구 감싸기’가 알게 모르게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B 씨를 둘러싼 소문의 피해자들은 대부분 동아리에 소속된 학생들이라고 한다. B 씨가 주로 동아리 관련 술자리에만 참여했다는 다수의 제보들이 이를 뒷받침한다. 한마디로 B 씨가 소문처럼 불미스러운 행동을 했다고 해도 ‘ㄹ’ 동아리 회원들의 경우 암묵적으로 덮었을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자세한 정황을 파악하기 위해 B 씨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봤다. B 씨는 3일 통화에서 ‘학내 불미스러운 소문과 전공의 합격 과정에 궁금한 점이 있다’는 기자의 질문에 “일 때문에 바쁘다”며 전화를 급히 끊었다.
B 씨의 아버지인 A 의원은 4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최근 떠도는 B 씨 관련 소문에 대해 “처음 듣는 이야기다. 확인해보겠다”며 “아들의 전공의 합격 과정은 나와 상관없는 일이다. 아들과 관련한 소문도 사실이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김포그니 기자 patronus@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