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메프 사태 후 1년이 지난 현재, 티몬은 법원의 회생계획안 강제인가로 새벽배송 전문기업 오아시스마켓에 인수돼 새 출발을 준비하고 있는 반면, 피해자들은 여전히 미정산금의 대부분을 돌려받지 못한 채 생존 싸움을 이어가고 있다. 피해자들은 “판매대금과 환불금을 돌려받을 수 있다는 희망이 사라진 지 오래”라며 “이 같은 사태가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원인 파악이 제대로 이뤄져야 하고, 각 행정부처로 나뉘어 마련됐던 피해자 구제 제도의 실효성 등을 다시 검토해 피해자들이 재기할 수 있는 실질적 지원을 이제라도 마련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사태는 결제·상품권 업계로도 번졌다. 전자지급결제대행사(PG)들이 티메프와 거래를 일시 중단하는 바람에 소비자들은 결제를 취소해도 환불을 받지 못하는 일이 벌어졌다. 티메프에서 판매된 상품권과 선불 충전금 사용도 모두 막히며 소비자 피해 범위가 더욱 커졌다. 이렇게 발생한 피해 금액은 모두 약 1조 3000억 원, 피해 판매자 수는 약 5만 6000명, 피해 소비자 수는 약 47만 명으로 추산됐다.
특히 판매자들의 피해는 곧 사업체 운영 위기로 이어져 직원들의 실직 사태로 이어졌다. 금융감독원의 집계에 따르면 피해 업체 4만 8124곳 중 1억 원 이상 피해를 입은 업체는 981곳으로, 이들의 피해 금액이 전체 업체 피해액의 약 88%를 차지했다. 업종별로는 디지털·가전 업체가 약 3708억 원(약 29%)으로 피해 규모가 가장 컸고, 상품권업체가 약 3228억 원(약 25.2%), 식품업체가 약 1275억 원(약 10%), 생활·문화부문 업체가 약 1129억 원(약 8.8%)의 피해를 입었다.
2019년 티몬에 입점해 가전제품을 판매해온 업체 ‘인앤아웃’은 티몬으로부터 약 18억 6000만 원의 정산금을 받지 못했다. 현금이 금세 바닥나자 직원 급여와 물품 구매 대금을 지급할 수 없었고, 궁여지책으로 재고를 마진 없이 처분하면서 3억 원에 가까운 추가 손해도 입었다. 이 업체 대표 강만 씨는 지난 2일 ‘일요신문i’와 통화에서 “티메프 사태 이후 가구·가전 온라인쇼핑몰 ‘알렛츠’의 미정산 사태까지 연이어 발생하며 피해가 더 커졌고, 현재까지 직원 5명을 불가피하게 정리했는데 추가 감원이 불가피하다”며 “개인·법인 파산에 신용불량자까지 되는 일은 시간 문제”라고 토로했다.

생필품 판매업체 대표 이준 씨는 “당시 피해액은 총 2억 원, 소진공을 통해 받은 정부지원 대출은 9000만 원 정도였다”며 “나머지는 개인 마이너스 통장과 신용대출, 차량담보대출, 3금융권 대출까지 가능한 모든 대출을 끌어다 부족한 자금을 메웠다”고 말했다. 그는 “당시 받은 대출로 직원 퇴직금과 물품 대금 등을 지불하고 사업은 접었다”며 “소진공 대출로는 역부족이었던 탓에 추가로 고금리 대출을 받아 현재 매달 1500만 원의 이자를 감당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이커머스 플랫폼으로 판로를 개척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사업도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았다. 당시 중소벤처기업부는 티메프 미정산 피해업체를 대상으로 쿠팡·11번가 등 다른 9개 이커머스 플랫폼 입점 시 △가격 할인쿠폰 발급 △광고비 활용 가능한 포인트 지급 △소상공인 전용 기획전 행사 등 지원 계획을 밝혔다. 한 피해 판매자 업체 대표 박수민 씨는 지난 7월 국회에서 열린 ‘티메프사태 해결을 위한 정책토론회’에서 “당시 지원 예산 약 82억 원으로 1615개 기업을 (정부가) 지원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한 기업당 평균 500만 원 수준”이라며 “이는 광고비 한 번 집행하기에도 부족한 금액으로 매출 붕괴, 현금 흐름 마비 상태인 티메프 피해 기업들을 회복으로 이끌기엔 턱없이 부족했다”고 말했다.

위메프 파산 가능성도 제기돼 미정산 피해자들은 더욱 충격에 빠졌다. 관련 법상 회생계획안은 1년 내 가결이 돼야 하는데, 최근 제너시스BBQ의 위메프 인수 협상이 최종 불발되면서 위메프는 청산 기로에 서 있다. 4일까지 새 인수 후보자를 찾지 못하면 회생계획안이 부결돼 곧바로 파산 절차에 들어갈 가능성이 높다.
신정권 검은우산비대위원장(티메프 피해자 비상대책위원회)은 지난 3일 ‘일요신문i’에 “티몬의 회생 절차 과정에서 임직원들의 급여·퇴직금과 회계법인, 관계인 수당은 전액 지급된 반면 피해자들은 피해금액의 0.75%만 변제받았을 뿐”이라며 “유사 사례가 발생했을 때 결국 중소 상공인들과 소비자들이 피해를 떠안는 일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제라도 정부가 적극 개입해 실질적 지원책과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각 부처로 분산된 피해자 지원 대책의 실효성을 전면 검토해야 한다”며 “재발 방지를 위해 구영배 큐텐 대표 등 티메프 사태 책임자들에 대한 조사도 철저히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정아 기자 ja.kim@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