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1월 2년 계약으로 SK 와이번스 감독으로 선임됐다가 SSG 랜더스로 재창단되면서 SSG의 초대 감독이 되었던 김 전 감독은 2021년 6위, 2022년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으로 한국시리즈 기간에 3년 총액 22억 원에 재계약을 맺는다. 그러나 우승 이듬해인 2023년 SSG는 3위에 그쳤고, 준플레이오프에서 NC 다이노스에 3전 전패로 탈락하면서 김 전 감독은 바로 경질 수순을 밟게 된다.

현재 2026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 투수코치를 맡고 있는 김원형 전 감독을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기사에는 김원형 전 감독의 현재 보직에 따라 ‘투수코치’로 정리한다.
2026 WBC 대표팀을 이끄는 코칭스태프의 면면을 살펴보면 수석 겸 배터리 코치를 맡고 있는 강인권 전 NC 감독과 수비 코치인 이동욱 전 NC 감독, 그리고 퀄리티 콘트롤(QC) 코치인 최원호 전 한화 감독이 눈에 띈다. 류지현 감독(전 LG 감독)과 김원형 투수코치까지 전직 감독 출신들이 대거 코칭스태프에 합류했다는 특징이 있다. KBO는 코칭스태프의 현장감 유지, 전력 분석 강화, 선수와의 소통 능력 등에 중점을 둬 최근까지 구단 감독을 맡았던 중량감 있는 인사들과 구단 소속 현역 코치들로 대표팀 코칭스태프를 구성했다.

“우리가 오랫동안 프로야구 현장에 있었던 터라 개인적으로 친하지 않아도 딱히 어색하진 않았던 것 같다. 특히 류지현 감독이 중심을 잡고 굉장히 편하게 해주는 터라 별다른 어려움이 없었다. 지방에서 야구 경기를 관전하고 나면 뒤늦은 저녁 식사를 하게 되는데 그때 소주도 한잔 기울이며 대표팀 관련된 많은 대화를 나누게 된다. 그런 자리가 몇 차례 만들어진 뒤부턴 편하게 일하고 있다.”
한국 야구는 그동안 국제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올리지 못했다. 2013, 2017, 2023년 세 차례의 WBC에서 모두 1라운드를 통과하지 못했다. 2026 WBC 대표팀을 이끄는 류지현 감독과 코칭스태프의 어깨가 무거울 수밖에 없다. 투수 파트를 맡고 있는 김원형 코치도 공감하는 부분이다.
“우리와 같은 조에 편성된 일본, 대만, 체코, 호주가 모두 최고의 멤버를 구성해 나오기 때문에 우리 대표팀 투수들이 어느 정도의 역할을 해주느냐에 따라 대회 성적이 좌우된다고 본다. 어느 팀이든 투수들이 중심을 잡고 버텨야 이긴다. 그동안 국제 대회에서 성적이 좋지 않았는데 이번에는 모두가 원하는 결과를 만들어내고 싶다. 내년 3월에 모든 야구팬들의 관심이 대표팀으로 향할 텐데 부담을 느끼기보다는 준비 잘해서 기대에 어긋나지 않는 성적을 냈으면 좋겠다.”
김원형 코치는 원래 감독을 목표로 지도자 생활을 하지 않았다. 선수 생활 은퇴 후 자신의 천직을 ‘투수코치’로 삼았다. 물론 롯데 자이언츠에서 수석 겸 투수코치를 맡은 적도 있었지만 자신의 갈 길은 코치라고 생각했다. 그런 그가 두산 베어스 1군 투수 코치 때 SSG 전신인 SK 와이번스로부터 “SK로 다시 올 수 있느냐”라는 제안을 받는다.
“SK에서 코치를 하다 조원우 감독의 요청에 롯데로 팀을 옮기면서 ‘내가 다시 SK로 돌아갈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후 두산에서 코치 생활을 이어가다 SK의 연락을 받았을 때 정말 깜짝 놀랐고, 진심으로 기뻤다. SK와의 인터뷰 자리에 참석했을 때는 당연히 코치 보직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조금씩 이상한 느낌이 들더라. 투수 파트에 대해서만 묻지 않고 팀 운영과 야수 파트 등 다양한 질문을 건넸기 때문이다. 나중에서야 내가 감독 자리를 놓고 인터뷰한다는 걸 알게 됐다.”
SK는 2020년 11월 6일 김원형 코치를 8대 감독으로 선임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은퇴 후 2012년부터 인천 SK 루키팀 투수코치로 지도자 생활을 시작했고, 2016년까지 1군 불펜코치와 1군 투수코치를 맡다 롯데와 두산을 거쳐 다시 SK로 돌아온 것이다.

“한국시리즈 5차전을 앞두고 재계약이 발표될 거라고는 상상조차 못했다. 경기를 앞두고 코치들과 구내식당에서 식사하고 있는데 단장님이 오셔서 잠깐 이야기 좀 하자고 하셔서 그때 알게 됐다. 물론 재계약이 안겨주는 홀가분함도 있지만 이번에 무조건 우승해야 된다는 부담도 크더라. 다행히 선수들이 열심히 해줘 감동적인 피날레를 이룰 수 있었다.”
김원형 코치는 2022년의 우승이 우연이 아니었다는 걸 2023년에 꼭 증명하고 싶었다고 한다. 하지만 주축 선수들의 부상과 외국인 투수의 부진 등이 겹치면서 어렵게 시즌을 치렀고 정규시즌 최종 성적 3위로 NC 다이노스와 준플레이오프를 치렀는데 3연패를 당하며 플레이오프 진출에 실패했다.
“마무리 캠프를 준비하고 있다가 당시 단장님으로부터 구단 사무실로 나와 달라는 연락을 받았다. 집에서 야구장까지 15분 정도의 시간이 걸리는데 그 길을 가면서 나름 마음의 준비를 했던 것 같다. 대화는 짧게 끝났고, 그 길로 짐 정리해서 야구장을 빠져나왔다. 처음에는 ‘왜?’라는 질문이 가득했다. 3년 동안 팀을 이끌며 내가 어떤 면에서 부족했는지도 돌아봤다. 내가 너무 야구만 보고 달려간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어느 정도의 시간이 흘러 당시의 일을 떠올려보니 결국 내가 다 부족한 탓이었다.”
김원형 코치는 SSG에서 나온 이후 은사인 김성근 전 감독의 도움으로 일본 소프트뱅크 호크스의 2,3,4군 코치로 6개월의 연수 과정을 보냈다. 김 코치는 일본에서의 생활이 지도자로서 새로운 배움의 시간들이었다고 말한다.
“일본이 어떻게 해서 지속적으로 좋은 투수들을 배출해내는지가 궁금했다. 우리랑 체형이나 능력, 힘도 다 비슷한데 그들은 어떤 훈련 방법과 시스템을 통해 좋은 투수로 성장시키는지를 알고 싶었다. 물론 우리와 비교도 안 되는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지만 단순히 인프라 문제라고만 생각하지 않았다. 소프트뱅크의 어린 선수들을 통해 그 궁금증의 해답을 조금은 찾아갔던 것 같다.”
김원형 코치는 올 시즌 내내 여러 팀의 감독 후보로 거론됐다. 그래서 김 코치에게 SSG에서 나온 뒤 타 팀으로부터 감독직 제안을 받은 적이 있느냐고 물었다. 그는 “전혀 없었다”고 대답한다.
“다시 현장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있다. 처음 감독을 맡았을 때 놓친 부분을 체크했고, 나의 부족함을 깨달았던 터라 다시 팀을 이끌게 된다면 야구의 시야를 넓혀 여유 있게 팀 운영을 해 보고 싶다. 그래서 그 시야를 넓히려고 소프트뱅크에서 연수를 했고, 미국 드라이브라인 센터에서 피칭 공부를 경험했다. 대표팀 투수코치로 관중석에서 경기를 보는 경험도 무척 소중하더라. 야구를 다른 관점에서 볼 수 있는 기회였다.”
김원형 코치는 감독 출신이라고 해서 다시 감독직을 맡는 게 아니라 투수코치로 돌아갈 의향이 있다고 힘주어 말한다. 그가 원하는 건 자리가 아니라 현장이다. 현장에서 선수들과 울고 웃는 시간들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깨달았기 때문이다.
이영미 스포츠전문기자 riveroflym@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