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단은 2014년 국내외 담배회사(KT&G, 한국필립모리스, BAT코리아 등)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장기간 흡연으로 폐암·후두암에 걸린 환자들의 치료비 533억 원을 배상하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1심 재판부는 2020년 11월 흡연과 암 발생의 인과관계가 충분히 입증되지 않았다며 청구를 기각했다. 이에 공단은 곧바로 항소했고, 더 치밀한 의학적·통계적 증거와 국민적 공감대, 국제적 지지를 확보하며 싸움을 이어왔다.
공단과 연세대학교의 공동 연구는 이번 소송의 핵심 근거다. 동일한 유전적 요인을 가진 사람들 가운데 장기 흡연자의 소세포폐암 발생 위험은 비흡연자보다 54.49배 높았으며, 발병 원인의 98.2%가 흡연 때문이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편평세포폐암은 21.37배, 편평세포후두암은 8.30배 위험이 높았고, 흡연 기여도 역시 각각 86.2%, 88.0%로 나타났다. 이는 흡연과 암 발생의 인과관계를 입증하는 과학적 증거로 재판부의 판단에 결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된다.
국제 사회의 지지도 이어지고 있다. 2025년 국민건강보험 글로벌 포럼에서는 ‘담배소송 특별세션’이 열려 WHO 관계자와 해외 학자들이 한국의 담배소송을 적극 지지했다. 그들은 “흡연 피해에 대한 기업 책임을 묻는 것은 건강권 보호와 공익 증진을 위한 세계적 흐름”이라고 평가하며, 이번 소송이 국제적으로도 의미 있는 선례가 될 수 있음을 강조했다.
국내에서도 국민적 공감대는 확산됐다. 공단이 진행한 전국 서명운동에는 150만 명이 넘는 국민이 참여했다. 이는 담배회사의 책임 회피를 더 이상 용납하지 않겠다는 강력한 의지이자, 흡연으로 발생하는 사회적 비용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국민적 요구를 보여준다.
의료계의 지지도 힘이 되고 있다. 대한폐암학회를 비롯한 26개 암 관련 학회는 “흡연과 암 발생의 인과관계는 이미 확립된 의학적 사실이며, 담배회사의 책임을 명확히 해야 한다”는 공동 성명을 발표했다. 이는 이번 소송이 단순한 법적 다툼이 아니라 국민 건강을 지키기 위한 공익적 행동임을 다시 확인시켜 주었다.
공단은 지난 5월 항소심 최종 변론을 마쳤다. 이제 재판부의 현명한 결정을 기다리고 있다. 그러나 이번 소송의 의미는 단순히 건강보험 재정을 보호하는 데 있지 않다.
담배회사가 사회적 책임을 다하도록 하고, 흡연 피해를 줄이기 위한 제도적 전환점을 만드는 데 있다. 승소할 경우 배상금은 흡연 피해자 치료와 금연 사업에 재투자되어 국민 건강 증진과 사회적 비용 절감에 기여할 것이다.
무엇보다 이번 소송은 담배회사의 불법적·비윤리적 행위에 대한 법적 책임을 분명히 하는 과정이다. 흡연 피해가 명확히 밝혀진 상황에서 기업이 책임을 회피한다면, 그 부담은 고스란히 국민과 국가가 떠안을 수밖에 없다.
이번 판결은 국민건강권 보호와 공익 실현의 시험대이며, 담배회사가 책임 있는 기업 시민으로서 역할을 다하도록 강제하는 역사적 분기점이 될 것이다.
150만 명의 국민 서명과 의료계, 국제 사회의 지지는 공단이 소송을 포기하지 않도록 하는 가장 큰 힘이다. 공단의 담배소송은 국민의 건강과 미래를 지켜내겠다는 국가적 의지의 표현이며, 정의로운 판결로 이어질 때 우리 사회는 건강권 수호와 공익 실현의 새로운 이정표를 세우게 될 것이다.
강말숙 master@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