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청원 전 한나라당 대표가 최근 YS·JP를 만나 는등 외부 활동에 주력해 그 배경에 관심이 쏠 리고 있다. | ||
지난 7월20일에는 이회창 전 총재 옥인동 자택을 방문했으며 7월21일부터 25일까지 중국에 다녀왔다. 7월28일에는 미국행 비행기에 올랐고 방미 하루 전에는 김영삼 전 대통령 내외(YS), 김종필 자민련 총재(JP) 내외와 만찬 회동을 가졌다.
경선 패배 이후 서 전 대표가 여러 사람을 만나는 동안 최 대표측도 서 전 대표에게 회동 제안을 해왔다. 그러나 서 전 대표는 응하지 않았다. 최 대표는 당 중진인사 모임인 지도위원회의 위원장직도 제안했지만 서 전 대표의 반응은 역시 냉담했다.
서 전 대표측은 “일부 언론에서 우리가 최 대표측에 맞각을 들이대는 것이라 하지만 우린 대응을 안하는 것일 뿐”이라며 “그저 당내에서 백의종군하려는 것으로 봐달라”고 밝힌다.
하지만 이미 한나라당 내에선 서 전 대표가 최 대표와 ‘평행선’을 달리면서 ‘반 최틀러(최 대표 별명) 전선의 수장’으로 목표를 잡았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한나라당의 한 관계자는 “당 대표의 회동 제의는 단호하게 거절한 채 이 전 총재나 YS, JP 같은 원로들을 만나는 등 외곽 활동에 치중하는 것은 최 대표를 견제하기 위해 일단 당 밖에서의 입지를 먼저 다지겠다는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서 전 대표의 최근 발언도 이 같은 분석에 무게를 싣는다. YS, JP와의 회동 후 서 전 대표는 “당내 문제는 언급하지 않겠다” “5선 의원으로 대표까지 했는데 마음을 비웠다” 등의 말을 했다. 4선인 최 대표를 빗대 은연중에 자신의 ‘격’을 높인 셈이다.
▲ 최병렬 대표(사진)의 회동 제안에도 서 전 대표는 냉담한 반응을 보였다. | ||
독자적 비주류 행보를 천명한 셈이다. 일각에선 서 전 대표의 독자세력 추진설도 제기된다. 그러나 서 전 대표측은 “일부 언론에서 지어낸 소설일 뿐”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번 YS, JP와의 만찬 회동에 대해 정가 인사들은 일종의 ‘화력시위’로 평한다. 지난 대선전에서 JP와의 연합에 공을 들였던 서 전 대표는 경선 패배 이후 JP로부터 만찬 대접을 받았을 정도로 돈독한 관계를 맺고 있다. 민주계 중진으로서 YS와의 유대 관계 역시 두말할 나위 없을 정도로 탄탄하다.
이날 회동 이후 서 전 대표는 “(YS, JP와 함께) 노무현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대해 우려했다”고 밝혔다. 지역주의 타파와 함께 ‘반 노무현’전선 등의 명분을 YS, JP와 함께 나누려 한 것이다.
서 전 대표의 이 같은 행보가 최 대표 체제에 미칠 여파는 얼마나 될까. 서 전 대표측에 우호적인 당내 인사는 “최 대표는 서 전 대표만큼 YS, JP와 원만한 관계를 맺고 있지 않다. 야당 총재로서 정계원로들을 품어내지 못하는 최 대표 체제에 위협적일 정도로 서 전 대표가 당 외곽에서 ‘몸집’을 불리게 될 것”이라 내다봤다. 일각에선 YS, JP와 서 전 대표의 회동이 정례화될 것으로 알려졌지만 당사자들은 일단 부인하는 상태다.
최 대표측은 이런 서 전 대표의 움직임을 내심 의식하면서도 서 전 대표의 ‘장외 행보’에 대해 다소 폄하하려는 듯한 눈치다. 최 대표 주변의 한 인사는 “YS와 JP 같은 정치인들도 중요하지만 이제 우리 당에서 최 대표 체제에 ‘위협’을 주려면 이회창 전 총재 정도는 돼야 가능할 것”이라 평한다. 서 전 대표가 최 대표 체제에 맞설 만한 세력을 이루려면 YS나 JP에 앞서 이 전 총재와의 관계가 관건이 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 지난해 지방선거 때 함께 웃고 있는 서청원 당시한나라당 대표(왼쪽)와 이회창 당시 대통령 후보. | ||
이와 맞물려, 서 전 대표가 곧 미국에 돌아갈 이 전 총재와 국내에서보다 좀 더 ‘편안한’ 회동을 가질 것이란 설도 제기된다. 서 전 대표는 지난 7월28일 미국 중앙대 동창회 초청으로 방미길에 오른 상태. 이 전 총재도 일단은 8월 초순께 미국으로 떠날 계획인 것으로 알려진다.
서 전 대표측은 “무슨 독립군도 아니고 외국까지 가서 몰래 만나야 할 필요가 있는가”라며 이 전 총재와의 미국 회동설을 부인했다. 그러나 많은 당내 인사들은 10∼15일 정도 일정으로 미국을 방문하고 있는 서 전 대표가 샌프란시스코로 돌아올 이 전 총재를 현지에서 만날 것으로 보고 있다.
최 대표 주변의 한 인사는 “이 전 총재는 최 대표가 빙모상 장례식장을 찾아 40여분간 접견실에서 기다렸는데도 한번 나와보지도 않았다”며 “이 전 총재 측근들은 ‘최 대표는 이 전 총재와 ‘격’이 맞지 않는다’고 믿고 있는 것 같다”고 밝혔다. 이 인사는 “만약 그렇다면 서 전 대표와는 더욱 격이 안 맞는 것 아닌가”라며 이 전 총재와 서 전 대표의 미국 회동 가능성을 일축했다.
그러나 한나라당의 한 의원은 “서 전 대표가 정계원로들을 만나는 것이 ‘독자행보’ ‘세력확산’ 등으로 언론에 비치는 것은 비주류 핵심 인사로 자리잡기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 밝혔다. 이 의원은 “(서 전 대표가) 미국에 가서 이 전 총재와 만남을 갖지 못하더라도 그에 대한 추측이 난무할 것이니 절반은 이미 성공을 거둔 셈”이라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