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시행된 성매매특별법 중 자발적으로 성매매를 한 여성을 처벌하는 법률 조항이 헌법에 위배될 수 있다는 법원의 첫 판결이 나와 논란을 예고하고 있다.
9일 서울북부지법 형사4단독 오원찬 판사는 돈을 받고 성관계를 한 혐의로 기소된 김 아무개 씨(여)가 “강제적인 성매매자는 처벌하지 않고 자발적 성매매자만 처벌하도록 규정한 '성매매 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 21조 1항'은 평등권을 침해해 위헌”이라며 신청한 위헌 심판을 받아들여 헌법재판소에 제청했다고 밝혔다.
▲ 사진은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 없음. |
오 판사는 결정문에서 “성을 팔 경우 비록 금품 등 재산상 이익을 대가로 받기는 하지만 성행위는 사생활의 영역에 속하는 것”이라며 “착취나 강요가 없는 상태의 성인 간 성매매 행위가 성 풍속에 대한 중대한 위험을 초래했는지는 명백하게 확인할 수 없어 처벌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이어 오 판사는 “건전한 성 풍속 확립을 위해 성매매를 전면적으로 금지한 것은 정당하다”고 전제한 뒤 “그러나 성매매 행위를 교화하지 않고 형사적으로 처벌하는 것은 국민의 기본권 제한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원칙에 맞지 않는 것”이라고 판단했다.
특히 오 판사는 해당 법률이 성매매 여성을 둘로 나눠 강요에 의한 비자발적 성매매자는 피해자로 간주해 처벌하지 않고 자의적 성매매 여성만을 처벌하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판단했다. 그는 “자발적인지 비자발적인지 구별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쉽지 않고 단속된 여성이 처벌받지 않으려면 우선 강제적으로 성매매를 했다고 인정해야 하므로 사실상 진술거부권을 행사하기 어렵다”며 “이에 따라 성매매 착취 환경이 고착화되는 게 현실”이라고 설명했다. 성매매에 대한 자기결정권을 인정해줘야 한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또한 오 판사는 “현재 불특정인을 상대로 한 성매매는 처벌하면서 특정인을 상대로 한 소위 첩을 두는 행위나 외국인을 상대로 한 현지처 계약 등은 처벌하지 않고 있다”며 “사실상 본질이 같은데도 불특정인을 상대로 한 성매매 여성만 처벌하는 것 역시 평등권을 침해한다”고 지적했다.
법원이 김 씨의 위헌제청 신청을 받아들임에 따라 김 씨에 대한 재판은 헌재 결정 이후로 미뤄진 만큼 헌재 결정 과정에서 여성단체 등을 중심으로 '위헌' 논쟁이 뜨겁게 달아오를 것으로 관측된다.
홍성철 기자 anderia10@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