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9월 18일 호텔신라는 인천공항점 제1여객터미널 DF1 권역의 면세점 영업을 중단키로 결정하고 인천공항공사에 계약해지 요청 공문을 보냈다. 과도한 적자가 예상돼 인천공항 DF1 권역 면세점의 지속운영가치가 청산가치보다 적다고 판단한 데에 따른 것이다. 호텔신라는 단기적으로 매출 감소가 예상되지만 중장기적으로 회사의 재무구조 개선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날 호텔신라는 1900억 원대 임대보증금 위약금을 인천공항공사에 입금했다. 당초 계약기간은 2023년 7월부터 2033년 6월까지였다.
호텔신라가 인천공항점 부분 철수라는 초강수를 둔 것은 인천공항공사와의 이견이 좁혀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호텔신라는 인천공항 면세점 운영 사업권을 따낸 뒤 DF1과 DF3 권역(패션·부티크)에서 면세점을 운영해왔다. 호텔신라는 DF1 권역에서 적자가 쌓이자 인천공항공사에 임대료를 40% 낮춰달라고 요구했다. 인천공항공사가 이를 거부해 호텔신라는 법원에 조정 신청을 냈다. 법원이 신라면세점 임대료를 25% 낮추라는 강제 조정안을 제시했으나, 인천공항공사는 ‘임대료 조정은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2023년 인천공항 면세점 4기 사업권 1그룹(DF1·DF2) 입찰 당시 호텔신라가 써낸 입찰가가 결국 발목을 잡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인천공항 면세점 임대료는 입찰자가 예상하는 객단가(이용객 1인당 지출 금액)에 공항 전체 이용객 수를 곱해 산정한다. 당시 인천공항공사는 DF1 최저 수용 객단가로 5346원을 제시했다. 호텔신라는 최저 수용금액보다 68% 높은 8987원의 객단가를 써내 사업권을 따냈다.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이 끝나면 여행객이 늘어 공항 면세점이 붐빌 것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이었다.

#인천공항 면세점 중에서 매출 규모 큰 DF1 권역
인천공항공사는 DF1 권역의 신규 사업자를 찾기 위한 재입찰을 진행할 계획이다. 2018년 2월 롯데면세점이 인천공항 제1터미널 면세점 일부 매장을 철수했을 때, 2개월 만인 4월에 입찰 공고가 나왔다. 호텔신라는 2026년 3월 17일을 잠정 영업중단일로 지정했다. 계약에 따라 면세사업자는 계약해지 후에도 6개월간 의무영업기간을 준수해야 한다. 인천공항공사 측은 “의무영업기간 내 후속사업자를 조속히 선정할 계획”이라며 “2023년도 입찰 시 인천공항공사는 사업능력 60%와 입찰가격 40%의 비중으로 종합 평가를 실시해 낙찰자를 선정했다. 재입찰 시 평가 요소는 미정”이라고 밝혔다.
면세점 업계에선 이번 DF1 권역 사업권 재입찰에 눈독을 들이는 면세점 사업자가 적지 않을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인천공항 전체 면세점 매출은 연간 2조 원대에 달하고, 인천공항은 상징성이 있어 브랜드 협상력을 높이는 데도 유리하다는 이유에서다. 인천공항 면세점 임대료는 다른 매장 비교해 높지만 그만큼 마케팅 비용이 덜 든다는 의견도 있다. 인천공항 면세점 중에서도 DF1 권역 매장은 매출 규모가 크고 수익성이 높은 품목을 판매할 수 있는 핵심 매장이다. DF1 권역 매출은 연간 4293억 원 규모였다.

호텔신라가 재입찰에 다시 참여할지도 관심사다. 인천공항공사 측은 “재입찰 시 호텔신라도 입찰에 참여 가능한 방안으로 검토하고 있다. 다만 평가 항목에서 감점이 있을 수 있으며 구체적 내용은 정해진 바 없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호텔신라 관계자는 “재입찰 조건이나 상황을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며 “현재는 DF1 권역 면세점의 운영이 어렵다고 판단해 이사회에서 철수를 결정한 내용이 전부”라고 말했다.
호텔신라의 재입찰 참여 가능성을 두고는 전망이 엇갈린다. 면세점 업계 다른 관계자는 “호텔신라 입장에선 남은 8년의 계약 기간 동안 정해진 객단가로 산정된 임대료를 내며 적자를 보는 것보다는, 위약금을 내고 재입찰에 참여해 합리적인 금액의 임대료를 내는 방향이 낫다고 판단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재호 인하공업전문대 관광경영학과 교수는 “수익성 탓에 철수했는데 다시 입찰에 참여하는 것은 명분이 약하다”며 “호텔신라는 브랜딩화 작업을 진행 중인 시내면세점에 좀 더 집중할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라고 내다봤다.

정부가 보다 유연하게 대응해야 할 필요가 있단 지적도 나온다. 변정우 한국외대 투어리즘&웰니스 학부 석좌교수는 “면세점 사업자들은 적자를 봐도 특허수수료(면세업 특허를 받은 면세점에 수익의 일부를 세금으로 환원하도록 하는 것)를 내야 한다. 유통업 중 전 세계 1위를 할 수 있는 산업은 면세업이 유일하다. 이전처럼 황금알을 낳을 수 있는 상황은 아니기 때문에 산업을 규제하기보다 활성화하는 차원에서 바라봐야 한다”라고 제언했다. 한상린 한양대 경제학과 교수는 “(인천공항의 경우) 매출에 연동해 임대료를 산정하거나, 시장 상황이 변해 매출이 지나치게 줄면 임대료를 조정해주는 유연성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한편 인천공항에서 DF2 권역(주류·담배 구역)에서 영업 중인 신세계면세점도 신라면세점과 같은 이유로 인천공항공사와 대립하고 있다. 신세계면세점의 객당 임대료는 9020원이다. 법원은 인천공항공사가 27.2% 인하한 6568원으로 임대료를 깎아줘야 한다고 권고했으나 인천공항공사는 조정안을 거부했다. 신세계면세점을 운영하는 신세계디에프 관계자는 “본안 소송에 들어갈지, 철수를 할지 등은 아무것도 결정된 게 없다”라고 말했다. 인천공항공사 측은 “신세계 측은 의사를 밝힌 바 없다”며 “DF2 사업권 재입찰 시에도 DF1과 동일한 기준으로 시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명선 기자 seon@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