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산 수영구에서 필라테스 강사로 일하던 A 씨는 2019년부터 자궁 수술과 다리 부상 탓에 일을 제대로 할 수 없었다. 여기에 모친의 유방암 수술 비용을 마련해야 한다는 부담도 더해졌다. 생활고에 시달리던 A 씨는 B 씨에게 이 같은 사실을 털어놓으며 “몸이 회복된 뒤 일해 갚겠다”며 돈을 빌리기 시작했다. A 씨는 첫 이자 70만 원을 시작으로 지난 3월까지 6년 동안 1억 2000만 원 상당을 이자로 지급했다.
A 씨가 B 씨에게 빌린 채무의 원금이 2550만 원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이자율은 법정 최고 이자율인 20%를 크게 상회한다. B 씨는 매달 높은 이자를 요구했는데 A 씨가 이자 지급일을 하루라도 어기면 하루에 5만 원씩 연체료를 요구했다. 그렇게 연체료 명목으로 B 씨가 받아간 금액이 200만 원 이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A 씨는 B 씨의 돈을 갚기 위해 사채까지 썼다. A 씨는 통신비와 월세조차 내지 못해 여러 차례 연체됐던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B 씨는 전화와 메신저 등을 통해 “빨리 이자를 갚아라”며 하루에도 몇 번씩 독촉했다고 한다.
B 씨의 독촉을 견디지 못한 A 씨는 밤에도 원치 않는 아르바이트를 했다. B 씨는 “모던바 같은 바에 알바를 나가면 시급이 높아 보수가 좋다던데”라고 권유했고, 압박을 느낀 A 씨는 저녁에 바에 나가 일하기 시작했다. 몸이 좋지 않았던 A 씨는 억지로 술을 먹어야 했고, 그렇게 번 돈을 전부 B 씨에게 진 빚을 상환하는 데 사용했다.
6년 동안 살인적인 이자 부담으로 힘겨워하던 A 씨는 지난 3월 우연히 지인들에게 자신이 B 씨에게 빌린 돈에 대해 털어놓았다. 지인들은 A 씨에게 “돈을 빌려주는 사람도 모르고 차용증도 없이 B 씨와 돈을 주고받는 게 말도 안 된다”며 의심해보라고 경고했다. 뒤늦게 피해 사실을 깨달은 A 씨는 큰 배신감을 느꼈다. A 씨는 3월 30일 B 씨에게 “사기 쳐서 가져간 내 돈 돌려달라”고 문자를 보냈다.
이후 5월 7일까지 B 씨로부터 한 달 넘게 연락이 없자 A 씨는 B 씨에게 “인내심에도 한계가 있다”는 취지로 최종 통보가 담긴 문자를 보냈다. B 씨는 6일 뒤인 5월 13일 “법정이자 빼고 금액이 어떻게 돼? 계산해서 금액 보내줘”라고 답했다. 미안하다는 말도 없이 피해 금액을 계산해서 알려 달라는 B 씨의 말에 화가 난 A 씨는 B 씨에게 “네가 직접 계산해서 입금하라”며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해당 문자를 수신한 B 씨는 즉각 “진심으로 사죄한다”면서 “옛정 봐서 용서해주면 안 될까? 진심으로 사죄하고 돈 돌려줄게. 제발 용서해줘”라고 답했다. 당시 B 씨는 자신이 빌려준 원금이 2550만 원, 받은 원리금 총액은 7621만 원이라고 계산한 결과를 알려왔다. A 씨는 해당 금액은 한 은행의 이체 내역만 합산한 결과이며, 다른 은행과 현금으로도 이자를 건넸다고 주장했다. 그 뒤 B 씨는 A 씨에게 5500만 원을 돌려줬다.

하지만 단 하루 만에 B 씨의 태도는 바뀌었다. 5월 28일 B 씨는 “협박 그만하세요. 법적으로 합시다”라는 문자를 보내왔다. 배신감과 분노로 참을 수 없던 A 씨는 결국 5월 29일 수사기관에 B 씨를 사기, 이자법 위반, 강요 등의 혐의로 고소했다. 경찰에 따르면 B 씨가 조사 과정에서 이자 명목으로 약 1억 2000만 원을 부당하게 편취한 사실을 인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자신의 범행과 관련해 사과와 부정을 반복하던 B 씨는 현재 “나머지 돈을 돌려주겠다”며 합의를 요구하고 있다. A 씨는 B 씨가 추가로 범죄를 저지를 가능성이 높아 반드시 처벌받아야 한다며 합의 의사가 없음을 밝혔다. 극단적 선택을 생각해 정신과 치료까지 받았던 A 씨는 B 씨를 용서할 수 없다고 말했다. A 씨는 사기 피해를 입은 뒤 중증도 우울증을 앓고 치료 중이며, 현재까지도 몸 상태가 회복되지 않아 복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A 씨가 자신의 피해 사실을 오랜 기간 인지하지 못한 데는 B 씨의 가스라이팅이 작용했다. A 씨와 B 씨는 금전 거래를 시작한 이후에도 평소처럼 매일 통화하며 친분 관계를 유지했고, 한 달에 한두 번씩 만나 밥을 먹고 수다를 떨기도 했다. 이때까지도 A 씨는 B 씨를 철석같이 믿었다. 어려운 상황에서 B 씨의 거센 독촉에도 비위를 맞출 수밖에 없었다. A 씨는 ‘설마 제일 친한 친구가 날 속이겠나’ 하며 B 씨의 말에 따랐다고 한다.
B 씨는 A 씨에게 “나와 금전 거래가 있다는 사실을 아무에게도 말하지 말라”는 취지로 말해왔다. 아울러 A 씨에게 건넨 돈은 사실 남편의 친구들을 비롯한 타인의 돈을 빌린 거나 사채를 쓴 것인데, A 씨가 연체를 하면 빚쟁이들이 B 씨의 가게에 찾아온다며 동정심에 호소했다. B 씨는 부당하게 높은 이자에도 불구하고, 소액을 깎아주며 A 씨에게 생색을 내기도 했다.
A 씨는 B 씨가 다른 사람들에게도 부당한 이자 장사를 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A 씨에 따르면 B 씨는 수년 전 A 씨에게 “다른 사람에게도 돈을 빌려주고 있다”면서 “너와 같은 방식으로 이자를 받는다”고 언급한 적이 있다고 한다.
A 씨 측은 ‘일요신문i’에 “B 씨의 행위는 노예계약이라는 말을 쓸 정도로 악랄하게 채권추심을 해 살인적인 이자를 뜯어내는 이른바 ‘조직적 범죄’라고 확신한다”면서 “이를 위해 B 씨 부부의 휴대전화와 계좌 압수수색 등이 필요하다”고 수사기관의 강제 수사를 촉구했다.
‘일요신문i’는 B 씨에게 전화와 문자 등으로 해당 사건과 관련해 질의했으나 구체적인 답변을 듣지 못했다. 다만 B 씨는 A 씨가 제기한 조직적 범죄 의혹과 관련해서는 “아니다”라고 짧게 답했다.
손우현 기자 woohyeon1996@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