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용의자들의 연령은 19세에서 52세까지 다양했다. 이들은 중국인 상사의 지휘 아래 일본으로 피싱(사기) 전화를 걸었다. 주로 경찰관이나 통신사 직원을 사칭해 관동 지역 주민들의 금품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캄보디아 경찰은 해당 거점 사무실과 숙소를 급습해 컴퓨터와 스마트폰을 압수했고, 일본 경찰은 이를 넘겨받아 해외 사기조직의 구조를 추적 중이다.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용의자 29명은 사기조직 거점 내 공동 주택에서 생활한 것으로 보인다. 겉보기엔 마치 정돈된 작은 마을 같았다. 편의점과 진료소, 이발소가 갖춰져 있었지만, 그 안은 감시와 통제의 공간이었다. 외출에는 반드시 허가가 필요했고, 출입문에는 무장한 경비원이 상주했다. 일부 용의자는 “거점 주변에 사자나 호랑이, 악어가 사육되는 것을 봤다”고 진술했다.
이들은 소규모 그룹으로 나뉘어 오전부터 밤까지 일본 각지로 사기 전화를 걸었다. 성과는 화이트보드에 기록됐고, CCTV로 근무 태도가 감시됐다. 신입은 매뉴얼을 외우며 교육을 받았다. 업무가 끝나면 ‘반성회’가 열렸고, 녹음된 통화를 함께 들으며 ‘더 효과적인 대사’를 연구해야 했다.
성과가 부진하거나 귀국을 원하면 폭행이 이어졌다. “라이터로 귀를 지지거나 손톱이 벗겨지는 학대가 있었다”는 증언도 나왔다. 대부분은 빚을 갚거나 빠른 돈벌이를 위해 캄보디아로 향한 이들이었다. 소셜미디어(SNS)의 구인 글, 혹은 대면 권유가 그들을 덫으로 이끌었다. 일본 경찰은 국내에 모집과 안내를 담당한 인물이 존재했다고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캄보디아뿐 아니라 미얀마 동부 국경 지역에서도 유사한 형태의 사기조직 거점이 확인됐다. 현지도 철조망으로 둘러싸였고, 무장 경비원이 배치돼 있었다. 할당량을 채우지 못하면 보수를 받지 못하고, 전기 충격기가 가해졌다는 증언도 있다.
지난 4월, 미얀마에서 체포된 일본인 남성 2명은 ‘고수입 아르바이트’를 구했다며 주변에 말하고 다녔다. 그러나 그들이 번 돈은 거점 내 생활비로 쓰였다. 체포 당시 그들의 손에는 현금이 거의 남아 있지 않았다. 일본 경찰은 “거점 안에서만 생활이 가능하기 때문에 사기로 번 돈도 결국 관리자 측으로 환류되는 구조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유엔마약범죄사무소(UNODC) 동남아·태평양 지역 대표 베네딕트 호프만은 “미얀마의 사기조직 활동이 캄보디아로 이동하는 징후가 뚜렷하다”고 지적했다. 과거 미얀마 국경지대에 집중돼 있던 특수사기 거점들이 올해 2월 대규모로 적발된 뒤 현재는 캄보디아와 베트남 접경 지역으로 무대를 옮기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일본 수사당국은 동남아 각국과 긴밀히 공조해 해외 사기 그룹 단속을 강화할 방침이다.
캄보디아 내무부는 “2018년 10월부터 올해 5월 중순까지 특수사기에 연루된 외국인 약 2만 4000명을 체포해 본국으로 송환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현지 수사관은 “적발은 어디까지나 보여주기식 쇼”라고 잘라 말한다. 도쿄신문에 익명으로 응한 한 캄보디아 수사관은 “정부가 사실상 사기조직을 방치하고 있다”며 “사기 거점들은 단속을 피하기 위해 매달 3만 달러(약 4260만 원)를 경찰에, 경비비 명목으로 국군에도 돈을 건넨다”고 덧붙였다.
캄보디아에 사기 거점이 확산되는 배경에는 뿌리 깊은 부패 구조가 자리하고 있다. 38년간 총리로 군림해온 훈센 전 총리는 2023년 장남 훈 마네트에게 총리직을 넘겼지만, 권력은 여전히 그의 손안에 있다. 그는 지난해 4월 상원의장직까지 맡으며 막후 영향력을 행사 중이다. 여권 간부나 훈센 가문이 연루된 일부 기업이 범죄조직으로부터 직접적인 이익을 얻고 있다는 정황도 포착됐다.

전문가들은 “이번 29명의 일본인 송환 사건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고 입을 모은다. 실제로 적발 이후에도 일본 내 특수사기 피해는 줄지 않고 있다. 니가타국제정보대 야마다 히로시 교수는 “일부 범죄조직은 캄보디아 정부·여당 핵심부와 유착에 의해 보호되고 있다”며 “일본 정부를 포함한 국제사회가 고위층과 연루 기업에 대한 제재, 자산 동결 등 실질적 압박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캄보디아의 사기 거점은 포이펫뿐 아니라 수도 프놈펜, 남부 시아누크빌 등 전국 각지에 퍼져 있다. 특히 시아누크빌은 ‘동남아 특수사기의 진원지’로 불린다. 현지 범죄를 추적해온 서구 언론인은 “시아누크빌에는 악명 높은 대규모 사기 거점이 존재하며, 도시 전체가 조직범죄의 영향권에 있다”고 경고했다.
도쿄신문에 따르면 “취재진이 찾은 시아누크빌의 한 복합시설 일대는 겉보기엔 평범했다”고 한다. 중심부에서 차로 15분 거리, 건물 1층에는 중국어 간판을 단 음식점과 이발소가 늘어서 있었다. 그러나 실제 영업하는 곳은 거의 없었다. 한 경비원은 “중국인들이 돈세탁용으로 세운 가짜 식당이라 손님이 없어도 상관없다고 들었다”고 밝혔다. 범죄조직의 수익이 식당 매출로 위장돼 자금 세탁에 이용되고 있다는 것이다.
강윤화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