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1부)은 지난 16일 최태원 회장이 노소영 관장에게 1조 3808억 원을 분할 지급하라고 판단한 재산 분할 항소심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 이를 두고 최 회장 측이 기용한 엘리트 법관 출신 ‘홍승면 변호사 카드’가 효과를 발휘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한편에서는 변호인 영입과 무관하게 파기환송이 어느 정도 예견된 판결이었다는 얘기도 나온다.

대법원의 파기환송 결정을 두고 지난해 7월 최태원 회장 측이 상고심(3심) 대응을 위해 추가 영입한 홍승면 변호사(사법연수원 18기) 카드가 통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홍 변호사는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 법원행정처 사법지원실장 등 사법부 내 주요 보직을 두루 거친 인물로, 한때 대법원장 후보로도 거론된 바 있다. 법원 내에서 ‘판례공보 스터디’ 회장직을 12년간 맡아 운영하며 법관으로서 고도의 전문성을 쌓아온 홍 변호사의 법리 다툼 역량을 최대한 활용했다는 견해다. 한 현직 변호사는 홍 변호사에 대해 “법리 적용에 정평이 나 있는 걸로 잘 알려진 인물”이라며 “홍 변호사의 논리는 반박할 틈이 없을 정도로 완벽하다는 평가가 많다”고 말했다.
한편으론 이번 파기환송이 변호인 선임과 관계 없이 법리상 예상된 결과였다는 평가도 적지 않다. 변호사 A 씨는 “2심 판결이 오히려 이례적이었다”며 “여러 면에서 일반적 판결을 따르지 않아 대법원에서 뒤집힐 것으로 예상하는 변호사가 많았다”고 말했다. 그는 “비자금이 (최 회장) 재산 형성의 원천이 됐다는 인과관계나 그 돈이 어디에 어떻게 쓰였는지 출처가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은 상황인데, 이를 기여로 인정했다는 것이 일반적인 판결로 보이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변호사 B 씨도 대법원 판결에 대해 “예외적인 판결은 아닌 것 같다”며 “과거 다른 판결에서도 사기, 도박 등 불법 자금으로 재산 증식에 기여한 경우 그 부분을 재산 분할 시에도 인정하지는 않았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변호사 C 씨는 “애초에 불법적 원인의 재산 급여를 재산 분할 근거로 인정하면 법리들이 꼬인다. 그런 점에서 2심 판결이 무리하긴 했다”며 “꼭 홍승면 변호사라서 대법원이 파기환송했다는 느낌은 아니다”라고 평가했다. 그는 “거물급을 넣어야 심리적으로 방어가 되니 영입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추측했다.
변호사 D 씨는 “이번 재판은 법리적인 쟁점만으로도 충분히 논의할 수 있는 건이기에 전관예우나 친분 등이 실제로 작용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면서 “홍 변호사 정도 연령이면 서울대 법대 선·후배로 안 엮일 사람이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홍 변호사는 SK그룹 임원이 기소된 사건에 이어 총수인 최 회장의 재판까지 잇달아 대법원의 파기환송을 이끌어낸 이력을 갖게 됐다. 독성 화학물질을 이용한 가습기살균제 제조·판매 혐의 등으로 기소돼 2심에서 금고 4년을 선고받은 홍지호 전 SK케미칼 대표는 3심을 앞둔 지난해 4월 홍 변호사를 영입했고, 대법원(주심 서경환 대법관)은 지난해 12월 26일 원심을 파기해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 홍 전 대표는 이후 파기환송심에서 홍 변호사를 재선임하지 않았다.
박찬웅 기자 rooney@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