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승 상금 2억 5000만 원을 놓고 8개 팀이 벌이는 치열한 승부의 장이 10월 23일부터 나흘간 펼쳐진 1라운드를 통해 그 시작을 알렸다. 초반 판세는 ‘예상대로’와 ‘예상 밖’의 결과가 교차하며 팬들의 기대감을 한껏 끌어올렸다. 강력한 우승후보로 꼽힌 영림 프라임창호, 영암 마한의심장, 원익이 나란히 승리를 챙기며 이름값을 해낸 반면, 모두의 예상을 뒤엎고 최하위 후보 정관장이 승리를 신고하며 이변의 서막을 알렸다.

이번 시즌 개막 전 많은 바둑 전문가들로부터 유력한 우승후보라고 지목받았던 원익은 1라운드부터 그 기대가 허상이 아님을 완벽하게 증명했다. 10월 24일 한옥마을 전주를 상대로 거둔 3-1 승리는 팀의 위기관리 능력과 두터운 선수층을 동시에 확인할 수 있었던 경기였다.
주장 박정환이 상대 에이스 변상일에게 불의의 일격을 당하며 불안하게 출발했지만, 원익은 흔들리지 않았다. 곧바로 이어진 2국 용병 맞대결에서 지난 시즌 신인상에 빛나는 진위청이 자신보다 자국 내 랭킹이 높은 양딩신을 상대로 완벽한 마무리 수순을 선보이며 승부를 1-1 원점으로 되돌렸다.
기세는 순식간에 원익으로 넘어왔다. 3국에 나선 ‘사실상 1지명’ 이지현이 단 한 번의 위기 없이 상대를 압도하며 역전에 성공했고, 팀의 운명이 걸린 4국에서 김은지 9단이 무대에 올랐다.
베테랑 박진솔을 만난 김은지는 특유의 전투적 기풍 대신 유연한 강약 조절로 경기를 주도했으나, 막판 거센 추격에 휘말리며 승부는 안갯속으로 빠져들었다. 모두가 숨죽인 마지막 순간, 끝까지 집중력을 유지한 김은지가 짜릿한 반집 승리를 지켜내며 팀의 개막 첫 승에 마침표를 찍었다.
김은지는 지난해 정규리그에서 2승 5패에 그치며 아쉬움을 남겼으나 올해는 개막전부터 팀을 승리로 이끌며 심상치 않은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희성 원익 감독은 “김은지 선수는 상대 팀에 날카로운 창이 될 것 같아 공격형 무기로 뽑았다”면서 “좋은 의미에서 상대팀에 무서운 지뢰 역할을 할 것 같다”며 기대를 숨기지 않았다.

란커배 출전 이후 폐렴 증세로 체중이 5kg이나 빠지고 경기 중 기침을 하는 최악의 컨디션 속에서도 그의 투혼은 빛났다. 중국의 강자 랴오위안허를 맞아 완벽한 내용으로 승리하며 팀 분위기를 반전시켰고, 이어진 3국에서 베테랑 홍성지가 노련한 운영으로 역전승을, 4국에서 심재익이 승리를 완성하며 창단 후 이어져 온 ‘개막전 무승’ 징크스를 통쾌하게 깨뜨렸다.
디펜딩 챔피언 영림 프라임창호의 위용도 여전했다. 미디어데이에서 각팀 감독들로부터 3표를 얻어 우승후보 1순위로 지목된 영림 프라임창호는 26일 수려한합천을 3-1로 가볍게 제압하고 2연패를 향한 여정을 시작했다.
상대 팀의 주축 선수 2명이 해외 대회 참가로 자리를 비운 상황이었지만, 영림의 막강한 화력 앞에서는 역부족이었다. 용병 당이페이가 선취점을 올렸고, 2국을 내주며 잠시 주춤했지만 3국에서 송지훈이 다시 승기를 가져왔다. 마지막 4국에서는 강동윤 주장이 이날 두 번째 대국에 나선 상대 에이스 신민준을 꺾고 승리를 결정지으며 왜 그들이 미리 보는 우승팀으로 불리는지를 실력으로 입증했다.

1라운드의 가장 큰 이변은 단연 정관장의 승리였다. 미디어데이에서 무려 다섯 팀으로부터 ‘최하위 후보’로 지목받는 수모를 겪었던 정관장은 10월 23일 개막전에서 GS칼텍스를 꺾는 파란을 일으켰다. “사전 전망은 항상 어긋났고, 이번 예상도 다르지 않을 것”이라던 최명훈 감독의 출사표가 첫 경기부터 현실이 된 것이다.
이로써 1라운드 결과, 우승후보 3강과 ‘최대의 이변’을 일으킨 정관장이 나란히 1승 고지에 오르며 시즌 초반 순위 경쟁에 불을 지폈다. 숨 가쁘게 1라운드를 마친 KB바둑리그는 곧바로 2라운드로 접어든다.
2025-2026 KB국민은행 바둑리그의 우승상금은 2억 5000만 원이며, 준우승 1억 원, 3위 팀과 4위 팀에게는 각각 6000만 원과 3000만 원의 상금이 지급된다. 단체 상금과 별도로 정규리그 승리 팀에는 1400만 원, 패한 팀에는 700만 원의 대국료가 주어진다.
유경춘 객원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