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가운데 이 전 대표 측은 민중기 특검팀이 위법 수사를 했다며 계속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현재 위반 혐의를 받는 변호사법은 특검법상 수사 범위에 속하지 않은 '별건'이란 이유에서다. 특히 이 사건은 민중기 특검팀이 출범도 전에 수사를 진행해 온 정황이 엿보인다. '준비기간에는 수사할 수 없다'는 특검법 위반 가능성도 거론된다.

지난 10월 24일 이 전 대표 측은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오세용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변호사법 위반 혐의 두 번째 공판에 나섰다. 이 전 대표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1차 주포 이정필 씨한테 "내가 김건희 등 VIP한테 말해 집행유예가 나오도록 해주겠다"며 돈을 받아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구속 기소된 상태다.
이날 재판에서 이 전 대표 측은 혐의를 부인하며 민중기 특검팀의 위법 수사도 주장했다. 특검법에 규정된 수사 범위를 벗어난 별건에 해당한다며 보석 등도 요구했다.
민중기 특검팀 운영 근거인 '김건희와 명태균·건진법사 관련 국정농단 등 진상규명 특검법'(김건희 특검법)은 수사 범위를 한정했다. 각각 △김건희 도이치 주가조작 의혹 △명태균 공천개입 의혹 △김건희 명품가방 등 수수 의혹 △양평고속도로 노선 변경 특혜 의혹 △사건 수사 과정에서 인지된 '관련 범죄' 행위 등이다.
이 전 대표의 변호사법이 별건이 아니라면 '관련 범죄'에 속해야 한다. 이 전 대표 측은 "변호사법 위반은 공천개입, 명품가방, 양평고속도로 등 무엇 하나 해당 사항 없으므로 명백한 별건 수사"라고 강조했다. 반면 민중기 특검팀은 "이 전 대표가 김건희 등을 언급하며 돈을 받은 사건이므로 '관련 범죄'로 볼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일요신문은 이정필 씨 자필진술서를 확인했다. 그가 지난 7월 1일 경기 여주교도소까지 자신을 찾아 온 민중기 특검팀에 진술한 기록이다. 이정필 씨는 이때까진 'VIP' '윤석열' '김건희' 등을 언급하진 않았다. 아래는 이정필 씨 자필진술서 전문이다.
이름 : 이정필이정필 씨는 이같이 진술하고 엿새 지난 7월 7일, 서울남부구치소로 이감됐다. 평소 건강이 안 좋던 그는 이곳에서 병원 치료도 받을 수 있게 됐다.
주거지 : 여주교도소
직업 : 회사원
"저는 도이치모터스 사건으로 2022년 서울 구치소에 수감되었고, 2022년 하반기경 보석으로 출소 후 같은 사건 공범인 이종호를 만나게 되었습니다. 그 후 이종호와 급속도로 친해지게 되었고, 저에게 이종호는 사건의 결론을 알고 있는 것처럼 저에게 행동하였고, 제게 금원을 주면 제가 집행유예를 받을 수 있게 해주겠다고 하였습니다. 그래서 제가 이종호에게 2022년 하반기부터 2023년 2월 초까지 그 대가로 9천만 원에서 1억 정도를 지불하였습니다." ―2025년 7월 1일.
이정필 씨가 '김건희' 'VIP' 등을 처음 언급한 때는 서울남부구치소로 옮기고 사흘 지난 7월 10일이다. 여기서 그는 "이종호가 내게 '걱정마라. 김건희가 VIP에 말해 집행유예 나오게 했다. 재판부에 얘기 다 해놨다'고 했다"고 진술했다. 이정필 씨는 이를 믿고 이 전 대표와 만날 때마다 술과 밥값 등으로 총 1억 원가량을 썼다고 주장했다.
문제는 이정필 씨의 특검 첫 진술 시점이 '7월 1일'이란 점이다. 민중기 특검팀은 다음 날인 7월 2일 출범했다. 특검이 공식 출범 전부터 수사를 진행해 왔다는 뜻이다.
상설특검법에 따르면 특검팀은 정식 수사 개시 전 '준비기간'에는 수사를 할 수 없게 돼 있다. 단, 김건희 특검법은 "증거 멸실을 막고자 신속한 증거수집이 필요하면 준비기간에도 '관련 수사'를 미리 할 수 있다"는 사실상의 예외조항을 뒀다.
이 전 대표 변호사법 혐의가 '신속한 증거 수집 필요성'과 '특검법상 관련 수사'에 해당하는지가 논란이 될 수 있다. 둘 중 하나라도 해당하지 않으면 수사 범위와 기간 등 전반에서 위법성 시비도 예상된다. 형사소송법상 위법 절차로 수집된 증거는 '독수독과' 원칙에 따라 법정에서 효력을 발휘할 수 없다.

특검이 이정필 씨 수사에 이르게 된 과정도 석연치 않단 지적이 나온다. 이 같은 '이정필-이종호 관계성'에 관한 진술은 도이치 주가조작 사건 2차 주포 김기현 씨 입에서 먼저 나왔다. 서울고검이 올 4월 착수한 도이치 주가조작 사건 재기수사를 진행하면서다. 김기현 씨는 김건희 씨 도이치 주식계좌를 관리해주고, 시세조종 등 혐의로 징역 2년 집행유예 3년 확정판결을 받은 인물이다.
일요신문이 김기현 씨 수사기록을 확인해보니, 그는 6월 19일 검찰에 "이정필이 이종호에 금전을 건넸다"고 진술했다. 이 수사는 A 검사가 맡았다. 그런데 수사 과정이 일반적이지 않았다. A 검사는 제주지검에서 서울중앙지검으로 파견 나온 상태였다. 그런데 김기현 씨 조사는 서울고검 1307호에서 이뤄졌다. 중앙지검 검사가 자기 사무실을 놔두고 서울고검에서 조사를 했단 뜻이다.
도이치 주가조작 사건을 서울고검이 아닌 중앙지검 검사가 맡을 수 있는지, 또 조사 장소는 왜 서울고검이었는지 등이 전부 물음으로 남아있다. 민중기 특검팀은 이 전 대표 측에 "A 검사가 중앙지검, 서울고검 양쪽에 다 파견됐다"고 설명했다고 전해졌다. 법조계에선 이해하기 힘든 파견 형태다.
공교롭게도 이날 6월 19일은 서울고검에서 도이치 주가조작 사건 재수사를 이끌던 한문혁 부장검사가 민중기 특검으로부터 파견을 요청 받은 날이다. 한 부장검사는 곧 특검으로 향했다. 특검 수사를 염두에 둔 별건 수사가 이때부터 이뤄진 게 아니냐는 물음이 따른다.
민중기 특검팀 관계자는 "서울고검에 확인해야 할 사안"이라고 말했다.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도 "서울고검에 확인하라"고 답했다. 서울고검 공보실은 계속 휴대전화가 꺼져 있어 연락이 닿지 않았다.

이 전 대표는 도이치 주가조작 사건에서 김건희 씨 계좌를 관리해준 인물이다. 그는 고 채수근 상병 순직 사건 이후 '멋쟁해병' 단체 카카오톡 채팅방에서 "삼부체크" 메시지를 보내 삼부토건 주가조작 의혹도 받고 있다. 또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 구명로비 의혹에도 휩싸여 각종 사건에서 주요 수사 대상임은 분명하다.
하지만 이와 별개로 특검의 별건 수사를 지적하는 목소리는 끊이지 않고 있다. 민중기 특검팀은 그중에서도 심한 편이다. 양평고속도로 종점 변경 특혜 의혹 수사에선 국토교통부 서기관을 사건과 무관한 뇌물 혐의로 구속해 비판받았다. 김건희 씨 '집사'로 불린 김예성 씨도 횡령 혐의로 기소되며 줄곧 '별건 기소'를 주장하고 있다.
애초 검사의 별건 수사 금지는 현 집권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한 검찰개혁 핵심이기도 했다. 민주당은 2022년에는 '별건 수사 금지 준수'를 뼈대로 한 형사소송법 개정안 국회 본회의 통과를 주도한 데 이어, 2024년에는 '별건수사 처벌'까지 담은 개정안을 추진했다.
최근에는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별건 수사 방지책을 거론하기도 했다. 정성호 장관은 10월 22일 "수사기관의 권한 남용과 위법부당한 수사가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며 "수사기관의 부당한 별건 수사로 국민들의 기본권이 침해되는 일이 없도록 철저한 제도적 방지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정 장관의 이 발언은 그 전날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 등의 주가조작 혐의 선고공판 때 재판부가 무죄를 내리며 검찰을 질책한 사실이 알려지며 나왔다. 당시 재판부는 "일부 피의자는 별건 압수수색 이후 검찰 공소사실에 부합하는 취지로 진술을 바꿨다"며 "수사 주체가 어디든 이제 이런 별건 수사는 지양했으면 한다"고 지적했다.
주현웅 기자 chescol2@ilyo.co.kr











